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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비 내리는 두부 숲속
해련 지음, 이린 그림 / 바른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절판
남들을 웃음 짓게 해줄 때, 남들이 웃을 때의 기쁨 충만한 행복을 아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첫째 아이는 벌써 그걸 아나보다. 그림책 <사랑비 내리는 두부 숲속>의 주인공 미소처럼.
매년 겨울이면 겨울잠을 자는 곰, 하루. 그래서 하루는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추운 겨울의 따뜻한 크리스마스의 느낌은 더더욱 모른다. 그런 하루를 위해 미소는 하루 모르게 8월의 깜짝파티를 준비한다. 하루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곳에서 말이다.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초록의 숲길을 지나며 나무와 숲속 동물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덧 하루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에 도착한다. 거기엔 다양하고 맛깔나는 음식과 하얗고 부드럽고 축축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다.
한 여름에 눈이 있을 리가 만무하니 넓고 넓은 통에 두부를 한가득 넣은 미소는 친구들과 함께 두부 속에 퐁당 빠져 두부 눈싸움, 두부 촉감놀이를 하며 즐거운 파티를 이어간다. 진짜 겨울엔 모두 함께 하진 못하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를 기억하며 지금 이 순간 다 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루를 위해 이 많은 것들을 준비하는 동안 미소가 얼마나 기뻐했을지 짐작이 간다. 나도 종종 아이에게 깜짝파티까지는 아니지만 선물이나 특별한 일을 해 놓을 때, 아이가 좋아하는 표정을 떠올리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마치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처럼. 그러고 보니 첫째 아이도 선물을 준비해서 짠! 하며 내미는 걸 참 좋아한다. 아이도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보는 것이 굉장히 뿌듯하고 기쁘기 때문이었나 보다.
어떻게 보면 아이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엄마인 나의 마음과 기분을. 내 표정이 어두우면 가까이 와서 나를 웃게 해주려고 이상한 춤을 출 때도 있고 웃긴 이야기를 들려주며 내 얼굴을 살피기도 한다. 그러다 내가 피식- 웃으면 아이는 기분 좋아졌냐며 안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보드게임을 할 때도 막상막하 하다가 아이가 이길 수 있게 살짝 져주면 엄청 좋아하는 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이 손뼉 치며 좋아해 준다. 아이는 또 기뻐하는 내 모습을 보며 보드게임을 자꾸 하자는 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필요한 지, 무엇을 함께 하고 싶은지, 이미 다 알고 있고 계획이 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이라도 그냥 함께 웃는 이 순간이 좋다는 걸 아이는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