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학교와 쌍둥이 딸기 웅진 세계그림책 236
나카야 미와 지음, 강방화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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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과 채소의 모호한 경계. 채소인 듯, 과일인 듯 헷갈리는 종류들이 은근히 많다.

보통 새콤하거나 달콤하거나 맛이 있는 것들은 과일이라 생각하고, 과일만큼 강력하면서 특별한 맛이 없는 것들은 채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딸기의 뿌리를 <채소 학교와 쌍둥이 딸기>그림책으로 정확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채소 학교의 입학통지서를 받고 채소 학교로 첫 등교를 한 쌍둥이 딸기는 토마토와 옥수수, 양배추, 당근, 완두콩 등등 많은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운다. 하지만 그곳에서 쌍둥이 딸기들은 채소 친구들의 장난스러운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혼동하며 과일 학교로 전학을 간다.

그러나 과일 학교 선생님은 딸기는 과일이 아니라며 안타까워하며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된다. 나무에서 자라는 과일들은 나무를 잘 타야 한다며 나무를 타 보라 하지만 밭에서 자라는 딸기들은 나무를 오르지 못한다. 그로 인해 쌍둥이 딸기는 미심쩍지만 다시 채소 학교로 돌아가려는데 누군가가 딸기를 부른다. 자기도 과일이 아닌 것 같다고, 채소 학교로 데려가 달라며 말이다. 과연 딸기들은 채소 학교로 돌아가서 행복하고 맛있는 딸기가 될 수 있을까?

이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뿐만 아니라 나도 과일과 채소의 개념을 완벽하게 익혔다. 귀여운 그림체의 과일과 채소들을 보며 아이는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이 채소는 뭘까, 저 과일은 뭘까 하며 몰랐던 사실도 알아가고 유익하고 재밌는 책 읽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채소인지 과일인지가 아니라 맛있게 자라는 것이라는 채소 학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생각해 본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이걸 아이에게 어떻게 이야기해 주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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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와 지우개의 모험
오이카와 겐지 지음, 최종호 옮김 / 진선아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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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겉모습은 매우 비슷하고 같아 보이지만 그들을 이루고 있는 것들은 다르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는 무언가를 깨끗하게 되돌려 놓는다는 성질은 같은 비누와 지우개. 이 손, 저 손 깨끗하게 닦아주다 닳고 닳아 조그만 동그라미가 된 커다랗고 네모났던 비누. 북,북,북. 제 한 몸 희생해서 잘못 쓴 걸 다시 쓸 수 있도록 지워준다. 그리고 점점 작아져 동글동글, 얼룩덜룩 해지는 지우개. 집안 구석구석 다니며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크고 작은 위험도 헤쳐나가며 우정을 더욱 돈독히 다져나가는 모험을 다루고 있는 그림책 <비누와 지우개>속 이야기이다.

무언가를 마르고 닳도록 끝까지 사용한다는 건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지우개, 연필, 공책 같은 문구류들 말이다. 다른 물건들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데다가 종류와 색깔, 모양이 천차만별이라 고르는 재미가 있고 그때마다 사용하고 싶은 걸로 쓰니 더욱 그런 것 같다. 사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그 하나만을 사용한다면 그 물건과 애착관계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끈끈한 정이라고 할까. 학창 시절 이 지우개가 잘 지워지니 잃어버리지 않도록 애지중지 챙겨 다니고, 이 연필이 사각사각 잘 써지니 필통에 필수로 넣어 다니던 생각이 난다. 그림책 속 작아진 비누와 지우개 이야기를 읽으니 말이다.

첫째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건 소중하게 데리고 다니며 손에서 놓지 못하지만 다른 놀이를 하다 보면 자꾸만 어디론가 사라져버려 한참을 찾아 헤매는 일이 잦다. 그런데 그림책 속 지우개의 모습이 꼭 첫째 아이가 가지고 다니는 소중한 것들 중 하나처럼 보여서 참 재미있게 보았다. 분명 어딘가에 잘 놓아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첫째 아이를 생각하며 보물창고를 하나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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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크고 어쩌면 작은 책 - 내가 어떻게 보이나요? 똑똑그림책 2
굑체 이르텐 지음, 강현욱 옮김 / 지구의아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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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는 날이었다. 길가 벚나무에는 꽃이 만발해 있고, 담장에는 장미꽃이 활짝 피어 꽃의 계절 봄을 알려주는 풍경이었다. 봄을 한껏 느끼며 걸어가는데 옆으로 동네를 올라가는 길이 있고, 그 옆으로는 왜 인지 모르게 콘크리트 바닥이 50센티는 넘어 보이게 위로 솟구쳐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나에게는 아주 쉬운 장애물로 그냥 슥슥 걸어가면 되는 언덕이었지만, 아이에게는 어깨까지 오는 아주 높은 산으로 보였던 것이다. 아이가 너무 높다며 손을 잡아달라 하며 영차영차 올라가는데 그때 머리가 번쩍했다. 사물을 보고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구나, 특히 크기에 대한 것은 더욱 천차만별이라는 걸 말이다. 키가 160이 넘는 나에겐 50센티 높이는 두 발자국이면 올라갈 수 있는 비교적 가볍고 작은 느낌이지만, 키가 80인 아이에게는 엄청나게 높고 가파른 산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크고 어쩌면 작은 책>이라는 그림책도 같은 맥락으로 크기는 보는 기준에 따라, 거리에 따라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어린아이만 한 오랑우탄의 피부를 찍어 100배를 확대해서 본다면 넓은 숲속에서 뛰어노는 벼룩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귀여운 그림도 있고, 개미가 나뭇잎을 옮기는 것은 사람이 코뿔소를 드는 것과 같을 거라는 엄청난 장면도 있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보는 비행기는 하늘을 가리지만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는 굉장히 작다는 사실적인 이야기도 있다. 아이들이 보기에 닭은 그저 작은 동물이지만, 개미가 보기엔 닭은 엄청나게 커다란 동물이라는 것, 또 다른 어떤 생물이 볼 때는 개미가 엄청나게 큰 거인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들을 알게 해준다. 

이렇게 크기는 누구냐에 따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큰 것이 작게 보일 수도 있고 작은 것은 크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쉽도록 그려져있어 7살 아이와 함께 읽기 너무 좋았다. 첫째아이는 새로운 것들을 알아갈 때 눈이 반짝반짝하며 집중을 잘 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자꾸 새로운 책을 대령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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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 : 지금 이 순간 무슨 일이? 풀빛 지식 아이
솔레다드 로메로 마리뇨 지음, 카롤리나 몬테루비오 그림, 김미경 옮김 / 풀빛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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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 똑딱, 똑딱. 1초, 2초, 3초.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만 같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수천 개의 별이 탄생하고, 세상 사람들의 입에서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온다는 걸 믿겠는가?

아이가 종종 물어온다. 1초는 몇을 세야 하는지, 3시간은 몇을 세야 하는지 말이다. 그럼 나는 1분은 60초고, 1초는 똑딱 한 번이니 1분은 몇을 세야 하는지 되려 재미없고 딱딱한 질문을 던진다. 좀 더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시간을 알려줄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1초>라는 책을 만났다.

<1초 : 지금 이 순간 무슨 일이?>는 표지가 아주 재미있다. 그리고 궁금증이 아주 흘러넘치도록 흥미 있게 그려졌다. 동물, 식물, 해양생물, 탈것, 사람, 행성 등 여러 물체가 모두 한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다. 둥둥 떠다니고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색이 어울리는 듯하면서도 안 어울리는 것 같은 비비드 한 색감을 가지고 있는 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시간을 알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알려준다.

눈 깜짝할 새에 팝콘이 터지고, 1초 만에 벌이 230번 날갯짓하며, 1분 만에 남극에서 40만 톤의 얼음이 녹아내린다. 한 시간 동안엔 황새치가 100킬로미터를 헤엄치고, 하루 만에 열다섯 번 저도 웃으며 일주일만에 수염이 2.8센티미터 자란다는 걸 그림과 함께 보여준다. 그리고 한 달, 3개월, 1년, 5년에서 수백만 년까지 이어지며 어마어마한 사실과 함께 가늠할 수 없는 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들을 볼 수 있다.

하나의 시간마다 8개의 일들이 벌어지는 그림을 보며 아이는 그때마다 입이 쩍쩍 벌어진다. 이 시간 동안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구나 하면서 알듯 말듯 한 시간이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이 순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순간, 멍 때리고 있는 순간에도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간다. 순간순간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서 1분, 1시간, 하루, 한 달이 만들어지고, 뒤로 보내진다는 것이 조금은 슬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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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책들의 전쟁
멜라니 엘스워스 지음, 제임스 레이 산체스 그림, 최진희 옮김 / 라이브리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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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땐 뭐 그냥 도서관이 있구나 정도였지 책을 쳐다볼 생각도 하지 못했던 나는 첫째를 임신하기 전 엄마 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이란 곳을 처음으로 둘러보았다. 그때 가본 도서관이 국립대학교 도서관이라 규모가 꽤 컸었는데 자료실 문을 열며 들어갔을 때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착각이 등 정도로 너무나 새로웠다. 그리고 엄청난 책들이 서로 자기 종이 냄새를 뿜어대며 나에게 오라 손짓하는 듯했다. 이후로 나는 도서관에 들락날락하며 책과 친해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아이는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축에 속했고 가끔은 화가 날 지경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유치원 가기 전에 책 보다가 시간에 쫓겨 등원한다. 밥 먹다가도 책이랑 눈 마주치면 책을 펼친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문득 생각나면 책을 찾아 읽는다. 이거 읽을까? 저거 읽을까? 수백 개의 책들 중에 어떤 책을 읽을지 매일 밤 자기 전에 한참을 고민한다. 이것도 재밌겠고, 저것도 재밌겠고, 하며 마음의 갈등을 빚는다. 그런 아이에게 딱 한 개만 고르라는 둥, 짧은 걸로 고르라는 둥 시답지 않은 소리만 잔뜩 했던 나는 그저 웃펐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아이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림책 <우당탕탕 책들의 전쟁>속 책들은 주인공 아이인 조시가 자기를 선택할 것이라며 서로 강하게 주장한다. 어떤 책은 조시가 요즘 우주에 대해 빠져 있다며 떵떵거리고, 또 어떤 책은 조시가 흥미진진한 이야기책을 좋다 한다고 의가 양양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은 조시를 웃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킥킥거리는 책도 있다. 

조시의 책들이 매우 신랄하게 주장하며 맞서 싸우다 결국엔 사고가 일어난다. 그래도 한 책장에 같이 사는 의좋은 책들은 화해하며 방으로 곧 들어올 조시를 기다린다. 조시 역시 고민고민하다가 책을 고르는데, 과연 아이는 책장의 책들 중에 어떤 책을 골랐을까? 궁금하다면 <우당탕탕 책들의 전쟁>을 찾아보길 바란다. 

조시가 지금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책들이 내 마음을 울렸다. 아이의 입장이 아닌 책들의 입장에서 그려져 있지만 그래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더 쉬웠다.

나도 도서관의 책장마다 차곡차곡, 빽빽이 순서에 맞게 정렬되어 있는 수천, 수만 개의 책들을 보고 있자면 이거저거 다 읽고 싶은 생각들로 가슴이 뛰면서 흥분되는데 아이도 그런 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조만간 정말로 커다란 도서관에 데려가 세상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책들이 존재하는 걸 알려주자고, 몇 시간이라도 읽고 싶은 만큼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도서관의 수많은 책들의 기운에 압도됨과 동시에 책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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