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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크고 어쩌면 작은 책 - 내가 어떻게 보이나요? ㅣ 똑똑그림책 2
굑체 이르텐 지음, 강현욱 옮김 / 지구의아침 / 2023년 2월
평점 :
몇 해 전,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는 날이었다. 길가 벚나무에는 꽃이 만발해 있고, 담장에는 장미꽃이 활짝 피어 꽃의 계절 봄을 알려주는 풍경이었다. 봄을 한껏 느끼며 걸어가는데 옆으로 동네를 올라가는 길이 있고, 그 옆으로는 왜 인지 모르게 콘크리트 바닥이 50센티는 넘어 보이게 위로 솟구쳐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나에게는 아주 쉬운 장애물로 그냥 슥슥 걸어가면 되는 언덕이었지만, 아이에게는 어깨까지 오는 아주 높은 산으로 보였던 것이다. 아이가 너무 높다며 손을 잡아달라 하며 영차영차 올라가는데 그때 머리가 번쩍했다. 사물을 보고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구나, 특히 크기에 대한 것은 더욱 천차만별이라는 걸 말이다. 키가 160이 넘는 나에겐 50센티 높이는 두 발자국이면 올라갈 수 있는 비교적 가볍고 작은 느낌이지만, 키가 80인 아이에게는 엄청나게 높고 가파른 산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크고 어쩌면 작은 책>이라는 그림책도 같은 맥락으로 크기는 보는 기준에 따라, 거리에 따라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어린아이만 한 오랑우탄의 피부를 찍어 100배를 확대해서 본다면 넓은 숲속에서 뛰어노는 벼룩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귀여운 그림도 있고, 개미가 나뭇잎을 옮기는 것은 사람이 코뿔소를 드는 것과 같을 거라는 엄청난 장면도 있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보는 비행기는 하늘을 가리지만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는 굉장히 작다는 사실적인 이야기도 있다. 아이들이 보기에 닭은 그저 작은 동물이지만, 개미가 보기엔 닭은 엄청나게 커다란 동물이라는 것, 또 다른 어떤 생물이 볼 때는 개미가 엄청나게 큰 거인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들을 알게 해준다.
이렇게 크기는 누구냐에 따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큰 것이 작게 보일 수도 있고 작은 것은 크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쉽도록 그려져있어 7살 아이와 함께 읽기 너무 좋았다. 첫째아이는 새로운 것들을 알아갈 때 눈이 반짝반짝하며 집중을 잘 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자꾸 새로운 책을 대령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