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와 지우개의 모험
오이카와 겐지 지음, 최종호 옮김 / 진선아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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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겉모습은 매우 비슷하고 같아 보이지만 그들을 이루고 있는 것들은 다르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는 무언가를 깨끗하게 되돌려 놓는다는 성질은 같은 비누와 지우개. 이 손, 저 손 깨끗하게 닦아주다 닳고 닳아 조그만 동그라미가 된 커다랗고 네모났던 비누. 북,북,북. 제 한 몸 희생해서 잘못 쓴 걸 다시 쓸 수 있도록 지워준다. 그리고 점점 작아져 동글동글, 얼룩덜룩 해지는 지우개. 집안 구석구석 다니며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크고 작은 위험도 헤쳐나가며 우정을 더욱 돈독히 다져나가는 모험을 다루고 있는 그림책 <비누와 지우개>속 이야기이다.

무언가를 마르고 닳도록 끝까지 사용한다는 건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지우개, 연필, 공책 같은 문구류들 말이다. 다른 물건들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데다가 종류와 색깔, 모양이 천차만별이라 고르는 재미가 있고 그때마다 사용하고 싶은 걸로 쓰니 더욱 그런 것 같다. 사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그 하나만을 사용한다면 그 물건과 애착관계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끈끈한 정이라고 할까. 학창 시절 이 지우개가 잘 지워지니 잃어버리지 않도록 애지중지 챙겨 다니고, 이 연필이 사각사각 잘 써지니 필통에 필수로 넣어 다니던 생각이 난다. 그림책 속 작아진 비누와 지우개 이야기를 읽으니 말이다.

첫째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건 소중하게 데리고 다니며 손에서 놓지 못하지만 다른 놀이를 하다 보면 자꾸만 어디론가 사라져버려 한참을 찾아 헤매는 일이 잦다. 그런데 그림책 속 지우개의 모습이 꼭 첫째 아이가 가지고 다니는 소중한 것들 중 하나처럼 보여서 참 재미있게 보았다. 분명 어딘가에 잘 놓아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첫째 아이를 생각하며 보물창고를 하나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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