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을 위한 과학실험 백과 365 - 과학이 즐거워지는 탐구활동 교과서 교과서 잡는 바이킹 시리즈
옴북스 에디토리얼팀 지음, 한성희 옮김 / 바이킹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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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학을 “외워야 할 공식의 집합”이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현상”으로 바꿔놓는다.

막연하게 어려울 것 같던 과학이,
풍선 하나와 물 한 컵, 종이 한 장만으로 눈앞에서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학생이 아니라 ‘실험자’가 된다.

이 책에 담긴 실험들은 거창한 장비나 특별한 환경을 요구하지 않는다. 유리병, 물, 풍선, 연필, 나뭇잎 같은 일상적인 재료들이 실험 도구가 된다.

실험실이 아니라 주방, 책상, 거실 한가운데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공부하자’가 아니라 ‘해보자’라는 말이 먼저 나오게 만드는 구조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결과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에 집중하게 한다는 점이다. 물이 병 안으로 다시 올라가고, 풍선이 공기 힘으로 움직이며, 나뭇잎이 종이에 뚜렷한 모양을 남기는 순간,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각자의 가설이 생겨난다. 이 책은 그 가설을 스스로 세워보게 한 뒤, 실험을 통해 확인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과학은 원래 멀리 있지 않다. 책상 위의 물컵, 창가의 햇빛, 숨을 불어 넣는 공기 속에도 이미 과학이 존재한다. 이 책은 그런 일상적인 현상들을 실험이라는 언어로 번역해 준다. 아이는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보다, 세상을 새롭게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실패 또한 학습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험이 한 번에 성공하지 않아도, “왜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으로 흐름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그것이 바로 과학적 사고의 시작이다.

이 책은 과학을 더 빠르게 이해시키는 책이 아니다.
대신, 더 오래 좋아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려운 문제를 푸는 사람이 아니라, 현상을 궁금해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아이에게는 새로운 놀이가 생기고, 어른에게는 잊고 지냈던 호기심이 되살아난다.

일상 속 작은 실험이 쌓여 아이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진다. 물이 흐르는 방향, 공기의 움직임, 빛이 꺾이는 모습까지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된다. 이 책은 과학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바꿔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주 간단하다.
책장을 넘기고, 준비물을 꺼내고, 직접 해보는 것.
그 순간부터 과학은 더 이상 어려운 과목이 아니라,
가장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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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2 (10주년 기념 김창열 특별판) - 최고의 나를 만드는 62장의 그림 습관 그림의 힘 시리즈 2
김선현 지음 / 세계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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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시리즈 출간 10주년을 기념해,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2014년 작 <회귀>가 리커버 표지로 담겨있어서 더욱 소장가치가 있다. 실제 임상에서 스트레스 완화와 트라우마 극복 효과가 입증된 62점의 그림을 한 권에 담았다는 말에 더 끌려서 나만의 작은 미술관에 입성했다.

결론적으로 그림을 ‘기술’로 보던 태도를 잠시 내려놓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김선현 작가가 말하는 그림은, 잘 그린 결과물이 아니라
손끝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마음의 모양에 더 가깝다.
선이 삐뚤어져도, 색이 번져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가 어떤 감정을 숨기고 있었는지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인생에서 자존감이 바닥을칠때 아무생각없이 붓을들고
그림을 그렸을 때 무심코 그은한 선이 갑자기 과거의 기억을 데리고 오거나, 색 하나가 오늘의 기분을 폭로하곤 해서 그림 그리는 매력에 심취하던 때가 있었다.
김선현 작가는이 책을 바로 그 순간들을 ‘상담’이 아닌 ‘자기 이해’로 설명하며그림의 치유력을 다시 보게 만든다.
그림은 묵묵하지만 정직하다.
말로는 감추는 부분까지 조용히 노출시키니까.

철학자의 시선으로 보면,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는 결국
나와 세계의 관계를 다시 묻는 일이다.

하이데거가 말한 존재의 “현존함”처럼,
그림을 그리는 동안 우리는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지금 이 자리’에 확실히 존재하게 된다.
그 짧은 집중의 순간이야말로마음이 가장 맑아지는 지점이다.

김선현 작가는 이를 “감정의 가벼운 귀가(歸家)”라고 표현한다. 감정이 제자리로 돌아갈 때 마음이 비로소 숨을 쉬게 된다.

작가로서 나는 이 책의 문장들이 독자를 몰아붙이지 않는 점이 특히 좋았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딱딱한 규칙 대신,
조용한 제안과 사유의 틈을 남긴다.
스스로의 마음을 자기 속도로 들여다보게 하는 글들.
덕분에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그림 그리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천천히, 깊이, 그리고 판단 없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그림이 단순한 취미나 표현이 아니라
감정을 해독하는 부드러운 도구라는 걸 깨닫는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해방이,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되기도 한다.
그림의 힘은 바로 그 다양성에 있다.

같은 그림을 그려도 그날의 마음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가장 인간적인 예술.

『그림의 힘 2』는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말로 마음을 설명하기 어려운 모든 사람에게
조용히 건네는 한 권의 휴식이다.
그림이 우리 마음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어떤 본모습을 비춰주는지, 따뜻하게 확인하게 해주는 책이다

@segyesa_contents_group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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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얼굴 - 김재원 힐링 에세이
김재원 지음 / 달먹는토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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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작가의 《엄마의 얼굴》은 에세이라는 장르가 지닌 가벼움을 벗고,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층위—마음의 무게, 관계의 균열, 타인을 이해하는 시선의 윤리—를 차분한 문장으로 탐색해 나간다. 제목 속 “얼굴”은 단순히 육체적 표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한 사람이 지나온 생의 궤적이 응축된 ‘서사적 표면’이며, 우리가 타인을 너무 쉽게 판단해버리는 순간에도 사실은 그 이면에 수많은 사연과 상처, 감정의 골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상징이다.

이 책이 돋보이는 지점은, 위로를 제공하려는 노골적 의도 없이 오히려 ‘삶의 무게를 인정하는 방식’을 통해 독자를 위로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말한다. 어떤 사람은 재난의 잔흔을 평정하게 감추고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같은 상처 앞에서 더 쉽게 무너진다고. 그리고 이 차이는 결코 성격의 강약이나 의지의 문제로 단순화될 수 없다고. 《엄마의 얼굴》은 바로 그 지점—타인의 고통은 결코 비교되거나 속단될 수 없다는 사실—을 문학적 사유로 확장한다. 모든 인간이 각자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는 전제 위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는 법을 다시 배운다. 이 책의 문장은 다정하지만 단정하며, 부드럽지만 흐릿하지 않다. 존재의 결을 긁어내듯 섬세하고 절제된 표현들 속에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의 윤리가 드러난다.

따라서 이 책은 힐링 에세이가 아니라, ‘관계의 온도’를 사유하게 하는 철학적 기록에 가깝다.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쉽게 읽어내는 존재가 아니며, 어떤 선의도 누군가에게는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 비로소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은 성숙해진다.



📖 책속 한 줄

“우리의 ‘좋은 의도’도 누군가에게는 때때로 무거운 짐입니다. 그래서 항상, 수위 조절이 필요합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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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
박애희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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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는
일상의 가장 미세한 결을 포착해 삶이라는 흐름을
‘기록’이라는 행위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삶을 해석하거나 고백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늘 지나쳐왔던 사소한 순간들을
‘존재의 미시적 장면’으로 끌어올려,
그것들이 얼마나 단단한 내면의 층위를 형성하는지를
감각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의 문장들은 거창한 서사가 아니라,
호흡처럼 가벼운 순간들,따뜻한 말 한마디,
사소한 표정, 밤하늘의 작은 빛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묻는다.

결국 우리는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하루의 잔물결 속에서 스스로를 만들어간다. 저자는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책을 쓰는 작가다”라는 문장으로, 기록이란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내는 가장 적극적인 태도임을 말한다.

흘러가는 삶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그 조용한 변화를
이 책은 담담히 비춘다.

그래서 읽는다는 행위가 곧 ‘나를 바라보는 일’이 되고,
익숙했던 하루가 새로운 의미의 결을 드러낸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문장을 다시 읽게 만들고,
어제와 오늘 사이에 놓인 미세한 온도의 차이까지도
소중히 느끼게 한다. 결국 삶은 커다란 서사로 남지 않는다.

그저 느리고 조용하게, 하지만 분명한 문장으로 스며든다.

:: 그녀가 묻고 내가 답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는 언제나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두드리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나는 ‘노트북’을 떠올린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마음의 결,
기억이 희미해지는 순간에도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를 알아보는 두 사람의 온기. 마치 사랑이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는 흔적처럼 남아, 다시 돌아가는 길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어준다.

이 영화는 화려한 장면도, 거창한 메시지도 필요 없었다.
그저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묻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만으로 충분했다.

언젠가 누군가와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아마도 그 사람을 마음에 오래 새기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잊히지 않는 장면처럼, 그 사람도 오래오래 기억되고 싶어서.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영화를 반복해서 보고 싶다. 두 사람이 나누는 그 조용한 온기 속에서, 나 또한 누군가의 ‘집’이 되어 머물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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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 상·청춘편 -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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国宝

요시다 슈이치 『국보』 — 청춘이 가진 가장 뜨거운 무게에 대하여

조용히 책장을 펼치는 순간, 마치 무대의 막이 올라가듯 숨이 고요히 멈춘다. 『국보』는 단순히 ‘예술가의 성장기’를 넘어, 시대가 한 사람의 몸을 통과해 지나갈 때 어떤 상처와 빛을 남기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소설이다. 요시다 슈이치는 이번 작품에서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라는 문장 그대로, 예술이라는 세계가 인간을 어떻게 벼르고 부수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지를 담담하지만 깊게 그려낸다.

소설은 어린 시절 기구한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고, 단 하나 남은 희미한 명문가의 자취에 의지해 성장해야 했던 소년 키쿠오. 그리고 키쿠오와 동행하며, 같은 무대 위에서 서로를 비추고 견제하고 끌어올리는 또 다른 존재 순스케. 이 두 사람은 가부키라는 잔혹한 예술 세계 속에서 각자가 가진 상처를 숨긴 채 성장한다. 재능은 넘치지만 그것이 곧 축복임을 의미하지 않고, 명예는 손에 넣었을 때보다 잃었을 때 더 무겁다. 요시다 슈이치는 이 대비를 너무나 섬세하게 잡아낸다.

가부키라는 세계는 화려하지만 실은 가장 인간적인 세계다. 치열하고 잔혹하고 집요하다. 누군가의 박수는 늘 또 다른 누군가의 좌절을 자극하고, 한 번의 실수는 가문의 명예조차 흔드는 칼날이 된다. 키쿠오는 자신의 재능이 자신의 구원이자 족쇄임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아이고, 순스케는 그 빛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때로는 질투로, 때로는 사랑으로, 때로는 경쟁으로 키쿠오 곁에 선다.

이 소설이 재밌는 이유는 명확하다.
두 사람의 인생이 흔들리는 장면들이 너무 ‘현실적’이라서이다.
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감정의 균열들이 그대로 존재한다. 열등감, 존경, 사랑, 시기, 자존심, 패배감.
하지만 이 모든 감정의 언어들이 가부키라는 예술을 통해 빛으로 승화되면서, 독자는 그 치열함을 마치 공연을 보는 듯한 밀도로 경험하게 된다.

책 속에서 마음을 오래 머물게 했던 구절이 있다.

> “진정으로 하는 소리야?
……그 소리는 두 말 안 해. 그리고 키쿠오는, 웃고 말았어.”



짧은 문장인데도 이 한 줄이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한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오랜 감정, 함께 흘린 시간, 서로가 서로를 여전히 떨리게 하는 거리감.
그 미묘한 감정을 요시다 슈이치는 절제된 문장으로 전달한다.
이 절제가 바로 이 작가의 힘이다.

결국 『국보』는 ‘예술을 뛰어넘는 예술가의 이야기’다.
어떤 사람은 가문을 짊어지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를 깨부수고, 또 어떤 사람은 사랑과 질투를 동시에 품은 채 무대 위에 선다.
그리고 우리는 그 무대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두근거림을 본다.

이 이야기는 독자에게 조용히 묻는다.
“당신의 재능은 당신을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당신은 누구와 함께 서 있는가.”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는 어떤 화려한 장식보다, 인간의 마음이 가진 그림자를 더 정교하게 펼쳐낸다.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서 기어이 빛을 끌어올린다.

『국보』, 이름 그대로 ‘사람이라는 국보’의 빛과 상처를 꿰뚫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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