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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아프리카누스
아민 말루프 지음, 이원희 옮김 / 교양인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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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아프리카누스는 종교와 문명이 충돌하던
격변의 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 초,
그 누구보다도 역사의 경계 위에 서 있던
한 인물의 삶을 따라가는 탁월한 문학적 연대기이다.
아민 말루프는 이 소설을 통해 무어인과 기독교인,
유대인과 이슬람교도, 아프리카와 유럽, 동방과 서방이 교차하던 복잡한 시공간을 정밀하게 복원해낸다.
실제 인물 하산 알 와잔(Leon the African)을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는, 단순한 허구가 아닌 ‘살아 있는 역사서’라 해도 무방하다.
그는 1492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태어나
모로코, 사하라, 카이로, 메카, 콘스탄티노플,
그리고 결국 로마까지 떠도는 운명을 타고난 인물이다.
(사도시대 바울을 보는 듯 했다.)
이 시기는 레콩키스타로 이슬람이 이베리아 반도에서 쫓겨났고, 메디치가의 몰락, 오스만 제국의 팽창, 로마 교황권의 부패가 절정에 달한 시기였다.
그런 시간의 물살 속에서 하산은 신앙과 정체성,
국적과 언어가 끊임없이 뒤섞이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전쟁과 유혈이 일상이던 시대를 다루면서도, 주인공이 칼이나 권력 대신 지식, 언어, 관찰자적 시선으로 살아남는다는 데 있다.
하산은 외교관이자 여행자이며,
이슬람 세계의 고전 지식과 유럽의 인문주의
사이를 넘나드는 유연한 인간이다.
말루프는 그의 입을 통해 문명의 경계가 얼마나 유동적이며, 종교는 때때로 개인의 삶보다 훨씬 덧없는 것임을 암시한다.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다음과 같다.
“나는 나의 믿음으로 인해 살지 않았고,
나의 믿음 때문에 죽지도 않았다.”
이 문장은 정체성과 신앙이 단선적으로 규정되지 않던,
그 복잡한 시대의 인간상을 정확히 대변한다.
-레오 아프리카누스-는 역사를 해석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전쟁의 승패나 왕조의 흥망이 아닌,
그 시대를 지나간 ‘한 인간’의 기억과
기록을 통해 문명의 진짜 얼굴을 드러내는 책이다.
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경계에 선 자의 눈으로
세계를 다시 보는 경험이었다.
@woojoos _story 모집 #교양인 @gyoyanginbooks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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