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얼굴 - 김재원 힐링 에세이
김재원 지음 / 달먹는토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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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작가의 《엄마의 얼굴》은 에세이라는 장르가 지닌 가벼움을 벗고,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층위—마음의 무게, 관계의 균열, 타인을 이해하는 시선의 윤리—를 차분한 문장으로 탐색해 나간다. 제목 속 “얼굴”은 단순히 육체적 표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한 사람이 지나온 생의 궤적이 응축된 ‘서사적 표면’이며, 우리가 타인을 너무 쉽게 판단해버리는 순간에도 사실은 그 이면에 수많은 사연과 상처, 감정의 골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상징이다.

이 책이 돋보이는 지점은, 위로를 제공하려는 노골적 의도 없이 오히려 ‘삶의 무게를 인정하는 방식’을 통해 독자를 위로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말한다. 어떤 사람은 재난의 잔흔을 평정하게 감추고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같은 상처 앞에서 더 쉽게 무너진다고. 그리고 이 차이는 결코 성격의 강약이나 의지의 문제로 단순화될 수 없다고. 《엄마의 얼굴》은 바로 그 지점—타인의 고통은 결코 비교되거나 속단될 수 없다는 사실—을 문학적 사유로 확장한다. 모든 인간이 각자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는 전제 위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는 법을 다시 배운다. 이 책의 문장은 다정하지만 단정하며, 부드럽지만 흐릿하지 않다. 존재의 결을 긁어내듯 섬세하고 절제된 표현들 속에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의 윤리가 드러난다.

따라서 이 책은 힐링 에세이가 아니라, ‘관계의 온도’를 사유하게 하는 철학적 기록에 가깝다.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쉽게 읽어내는 존재가 아니며, 어떤 선의도 누군가에게는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 비로소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은 성숙해진다.



📖 책속 한 줄

“우리의 ‘좋은 의도’도 누군가에게는 때때로 무거운 짐입니다. 그래서 항상, 수위 조절이 필요합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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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
박애희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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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는
일상의 가장 미세한 결을 포착해 삶이라는 흐름을
‘기록’이라는 행위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삶을 해석하거나 고백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늘 지나쳐왔던 사소한 순간들을
‘존재의 미시적 장면’으로 끌어올려,
그것들이 얼마나 단단한 내면의 층위를 형성하는지를
감각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의 문장들은 거창한 서사가 아니라,
호흡처럼 가벼운 순간들,따뜻한 말 한마디,
사소한 표정, 밤하늘의 작은 빛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묻는다.

결국 우리는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하루의 잔물결 속에서 스스로를 만들어간다. 저자는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책을 쓰는 작가다”라는 문장으로, 기록이란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내는 가장 적극적인 태도임을 말한다.

흘러가는 삶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그 조용한 변화를
이 책은 담담히 비춘다.

그래서 읽는다는 행위가 곧 ‘나를 바라보는 일’이 되고,
익숙했던 하루가 새로운 의미의 결을 드러낸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문장을 다시 읽게 만들고,
어제와 오늘 사이에 놓인 미세한 온도의 차이까지도
소중히 느끼게 한다. 결국 삶은 커다란 서사로 남지 않는다.

그저 느리고 조용하게, 하지만 분명한 문장으로 스며든다.

:: 그녀가 묻고 내가 답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는 언제나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두드리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나는 ‘노트북’을 떠올린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마음의 결,
기억이 희미해지는 순간에도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를 알아보는 두 사람의 온기. 마치 사랑이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는 흔적처럼 남아, 다시 돌아가는 길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어준다.

이 영화는 화려한 장면도, 거창한 메시지도 필요 없었다.
그저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묻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만으로 충분했다.

언젠가 누군가와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아마도 그 사람을 마음에 오래 새기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잊히지 않는 장면처럼, 그 사람도 오래오래 기억되고 싶어서.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영화를 반복해서 보고 싶다. 두 사람이 나누는 그 조용한 온기 속에서, 나 또한 누군가의 ‘집’이 되어 머물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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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 상·청춘편 -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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国宝

요시다 슈이치 『국보』 — 청춘이 가진 가장 뜨거운 무게에 대하여

조용히 책장을 펼치는 순간, 마치 무대의 막이 올라가듯 숨이 고요히 멈춘다. 『국보』는 단순히 ‘예술가의 성장기’를 넘어, 시대가 한 사람의 몸을 통과해 지나갈 때 어떤 상처와 빛을 남기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소설이다. 요시다 슈이치는 이번 작품에서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라는 문장 그대로, 예술이라는 세계가 인간을 어떻게 벼르고 부수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지를 담담하지만 깊게 그려낸다.

소설은 어린 시절 기구한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고, 단 하나 남은 희미한 명문가의 자취에 의지해 성장해야 했던 소년 키쿠오. 그리고 키쿠오와 동행하며, 같은 무대 위에서 서로를 비추고 견제하고 끌어올리는 또 다른 존재 순스케. 이 두 사람은 가부키라는 잔혹한 예술 세계 속에서 각자가 가진 상처를 숨긴 채 성장한다. 재능은 넘치지만 그것이 곧 축복임을 의미하지 않고, 명예는 손에 넣었을 때보다 잃었을 때 더 무겁다. 요시다 슈이치는 이 대비를 너무나 섬세하게 잡아낸다.

가부키라는 세계는 화려하지만 실은 가장 인간적인 세계다. 치열하고 잔혹하고 집요하다. 누군가의 박수는 늘 또 다른 누군가의 좌절을 자극하고, 한 번의 실수는 가문의 명예조차 흔드는 칼날이 된다. 키쿠오는 자신의 재능이 자신의 구원이자 족쇄임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아이고, 순스케는 그 빛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때로는 질투로, 때로는 사랑으로, 때로는 경쟁으로 키쿠오 곁에 선다.

이 소설이 재밌는 이유는 명확하다.
두 사람의 인생이 흔들리는 장면들이 너무 ‘현실적’이라서이다.
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감정의 균열들이 그대로 존재한다. 열등감, 존경, 사랑, 시기, 자존심, 패배감.
하지만 이 모든 감정의 언어들이 가부키라는 예술을 통해 빛으로 승화되면서, 독자는 그 치열함을 마치 공연을 보는 듯한 밀도로 경험하게 된다.

책 속에서 마음을 오래 머물게 했던 구절이 있다.

> “진정으로 하는 소리야?
……그 소리는 두 말 안 해. 그리고 키쿠오는, 웃고 말았어.”



짧은 문장인데도 이 한 줄이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한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오랜 감정, 함께 흘린 시간, 서로가 서로를 여전히 떨리게 하는 거리감.
그 미묘한 감정을 요시다 슈이치는 절제된 문장으로 전달한다.
이 절제가 바로 이 작가의 힘이다.

결국 『국보』는 ‘예술을 뛰어넘는 예술가의 이야기’다.
어떤 사람은 가문을 짊어지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를 깨부수고, 또 어떤 사람은 사랑과 질투를 동시에 품은 채 무대 위에 선다.
그리고 우리는 그 무대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두근거림을 본다.

이 이야기는 독자에게 조용히 묻는다.
“당신의 재능은 당신을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당신은 누구와 함께 서 있는가.”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는 어떤 화려한 장식보다, 인간의 마음이 가진 그림자를 더 정교하게 펼쳐낸다.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서 기어이 빛을 끌어올린다.

『국보』, 이름 그대로 ‘사람이라는 국보’의 빛과 상처를 꿰뚫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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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마
박중훈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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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가 난다는 건, 그 자체로 박중훈이라는 이름의 본질이다.
그는 늘 현실의 한 조각처럼 스크린 속을 살아왔다. 화려하지 않아도, 그가 던지는 대사 한 줄에는 늘 삶의 온기가 묻어 있었다. <투캅스>에서 “야, 너도 경찰이냐?”라고 외치던 젊은 박중훈의 거친 숨소리는, 지금도 우리의 기억 속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쉰다. 90년대, 그 시절 극장 안에는 웃음과 눈물이 뒤섞여 있었고, 그의 연기는 관객의 청춘을 닮아 있었다.

세월은 흘러 그 빛나던 배우들도 이제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향하고 있다. 그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들은 세월의 낙인이 아니라, 한 편의 영화처럼 진솔한 기록이다. 박중훈은 이제 배우로서보다 인간으로서, ‘후회하지마’라는 한 문장으로 인생을 되돌아본다. 그 안엔 지난 날의 후회보다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 사람의 체온이 있다.

그리고 안성기. 함께 <투캅스>를 호흡하던 그 시간의 동반자는 지금 병상에서 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의 무게 앞에서 두 배우의 이름을 다시 떠올리면, 마음 한켠이 저릿하다. 우리 모두의 청춘을 함께 찍었던 두 얼굴이, 이제 세월의 뒤안길에서 서로를 응시하고 있다.

그때의 조명, 그때의 웃음, 그리고 그때의 사람 냄새.
이제는 스크린 너머로 흘러가버린 그 시절의 온도가, 문득 박중훈의 한마디와 함께 되살아난다.
“야, 너도 인생이냐?” — 그 시절처럼, 여전히 먹먹하게#사유와공감

# 10월신간 # 박중훈 #에세이 #서평이벤트 #후회하지마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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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 -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의 온기에서, 시인의 농담에서, 개정판
전영애 지음 / 청림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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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매일 같은 풍경처럼 흘러가지만,
그 속에는 웃음과 눈물, 그리고 작은 깨달음이 반짝이며 숨어 있다. 이 책은 인생의 무게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지나온 시간 속,
소박한 일상의 틈새에서 피어난 온기를 보여준다.

부엌의 그릇 부딪히는 소리,
저녁 창가로 스며드는 바람,
익숙한 사람의 미소 속에서
저자는 ‘사는 일’의 본질을 천천히 길어 올린다.

“삶 자체로 기쁘고 선물인 사람들,
그런 당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한지.”
책장을 덮고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은 문장이다.

저자는 삶을 거창하게 꾸미지 않는다.
대신 매일의 평범한 날들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다정히 일러준다.

후회와 그리움, 기쁨과 슬픔이 얽혀 있는
인생의 실타래 속에서,
그는 한 올 한 올을 매만지듯 삶의 의미를 새긴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사자성어는 ‘세한연후지송백지도(歲寒然後知松柏之操)’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안다는 뜻처럼, 고된 시간을 지나야 비로소 삶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인생은 여전히 빠르게 흐르지만,
이 책은 나만의 속도로 인생을 즐기라고
나를 사랑해주라고 말하고 있다.

“괜찮아, 오늘도 잘 살아냈어.”

@chungrim.official 좋은 📚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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