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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
박애희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0월
평점 :
「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는
일상의 가장 미세한 결을 포착해 삶이라는 흐름을
‘기록’이라는 행위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삶을 해석하거나 고백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늘 지나쳐왔던 사소한 순간들을
‘존재의 미시적 장면’으로 끌어올려,
그것들이 얼마나 단단한 내면의 층위를 형성하는지를
감각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의 문장들은 거창한 서사가 아니라,
호흡처럼 가벼운 순간들,따뜻한 말 한마디,
사소한 표정, 밤하늘의 작은 빛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묻는다.
결국 우리는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하루의 잔물결 속에서 스스로를 만들어간다. 저자는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책을 쓰는 작가다”라는 문장으로, 기록이란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내는 가장 적극적인 태도임을 말한다.
흘러가는 삶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그 조용한 변화를
이 책은 담담히 비춘다.
그래서 읽는다는 행위가 곧 ‘나를 바라보는 일’이 되고,
익숙했던 하루가 새로운 의미의 결을 드러낸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문장을 다시 읽게 만들고,
어제와 오늘 사이에 놓인 미세한 온도의 차이까지도
소중히 느끼게 한다. 결국 삶은 커다란 서사로 남지 않는다.
그저 느리고 조용하게, 하지만 분명한 문장으로 스며든다.
:: 그녀가 묻고 내가 답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는 언제나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두드리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나는 ‘노트북’을 떠올린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마음의 결,
기억이 희미해지는 순간에도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를 알아보는 두 사람의 온기. 마치 사랑이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는 흔적처럼 남아, 다시 돌아가는 길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어준다.
이 영화는 화려한 장면도, 거창한 메시지도 필요 없었다.
그저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묻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만으로 충분했다.
언젠가 누군가와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아마도 그 사람을 마음에 오래 새기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잊히지 않는 장면처럼, 그 사람도 오래오래 기억되고 싶어서.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영화를 반복해서 보고 싶다. 두 사람이 나누는 그 조용한 온기 속에서, 나 또한 누군가의 ‘집’이 되어 머물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