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섹스 - 그놈들의 섹스는 잘못됐다
은하선 지음 / 동녘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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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저자의 인터뷰를 보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했다. 비슷한 시기에 누군가가 나의 글이 `성`에 수렴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래, 나 밝힌다. 성에 관심이 많다. 여태 살면서 주로 호박씨만 까와서 무지하게 아깝다.˝ 마음 속으로만 말했다. 겉으로는 쑥스럽게 그런가요 하고 웃을 뿐. 이 책이 생각났다. 얼른 사서 읽었다.

`이기적 섹스`의 저자는 모든 여성들이 자신의 욕망 앞에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욕망 이야기를 활자로 찍어 세상에 내보냈다. 지침서, 활용서가 아니라 생활글이다.

10대 섹스, 동성 섹스, 자유 섹스, 다자 섹스, 섹스 토이 등 저자와 인터뷰이 여성들의 이야기는 거침이 없다. 읽으며 얼굴이 붉어지고, 자지가 뜨뜻해 지기도 했다. 몇몇 주제들은 이성애자 남성으로서 불편했지만, 읽을 수록 불편한 것들은 낯선 것들일 뿐이구나 싶다. 저자의 삶은 정답도, 오답도 아니니까. 저자의 말처럼 아, 이런 삶도 있구나 하니 글 안에서 톡톡 튀는 저자의 캐릭터를 그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은 실수도 하고, 상처도 주고 받지만 자신의 것에 초점을 맞추고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가는 누군가의 평범한 이야기다. 그 중심에 `섹스`가 있을 뿐. 만연한 남성적인 통념과 다른 여성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어 주어 고맙다. 나름 인기를 얻고 책도 내고, 유명세도 치르고 있는 저자의 건승을 빈다.

동일한 묶음으로의 여성도 남성도 없다. 모두 다른 개개인의 여자, 남자가 있을 뿐. 억압을 뚫고 내는 귀한 여성의 목소리 만큼, 음담패설에 묻힌 남성의 목소리를 듣고,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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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
박연준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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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에서 돌아오는 친구를 마중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퇴근 시간 전이라 전동차 안은 한산했지만, 장마철인 탓에 공기가 눅눅했다. 사람들은 마치 귀찮은 껍질을 벗어놓듯 자리에 앉자마자 우산을 아무렇게나 팽개쳐놓았다. 손수건으로 젖은 무릎을 대강 털어내고는 발치에 우산을 부려 놓고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집이 제법 큰 아저씨가 일행과 전동차 안으로 들어와 내 옆에 앉았다. 나는 옆을 의식하지 않고 읽고 있던 책에 집중했다. 그런데 옆자리가 뭔가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곁눈질로 옆을 흘낏 보니 불룩한 배를 내밀고 앉은 아저씨가 원피스 아래로 드러난 내 다리를 보려는 것 같았다. 느낌만이 아니었다. 조금 있으니 아예 대놓고 다리 쪽을 향해 고개를 수그리는 것이었다. '변태를 만났구나!' 하고 생각하며, 제대로 혼쭐을 내주려고 고개를 들어 있는 힘껏 째려봤다.

 

"아직도 우산 때문에 기분이 상해 있는 거예요? 찾아봐도 없었으니까 기분 풀어요. 이따 내려서 우리 같이 우산 사는 거예요. 네?"

 

그 때 같이 온 여자 분이 아저씨를 위로했다.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는데 말을 하고 있는 여자 분을 제외한 일행 모두가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우산을 소중하게 꼭 쥔 일행이 여기저기서 동정심 가득한 표정으로 아저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추행이라도 당한 듯 뾰족해져서 화를 내려고 했던 나는 제대로 상황을 보지도 않고 화를 품은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아저씨는 내 몸을 훔쳐보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잃어버린 우산을 애타게 찾고 있었을 뿐이었다.

 

우산을 잃어버렸다고 진정으로 속상해하던 때가 언제였지? 나는 우산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잃고 살면서도 멀쩡한 얼굴로 잘도 걸어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 마음이 말랑했을 때 되풀이해 읽던 '어린왕자'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비밀을 가르쳐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건조한 세상에서 눈 뜬 장님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나는 안녕한지, 잘 지내는지, 자신이 없다.

* 시인 다운 통찰, 아름다운 말들은 산문집 곧곧에서 흘러 넘친다. 그리고 이처럼 소소한 일상에서의 이야기까지 담백하게 잘 버무려져 있는 산문집이다. 시집 읽고 시인이 궁금해져 산문집을 읽고 있는데, 시인이 좋아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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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15.7.8 - 창간호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엮음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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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바닥과 창틀과 거울과 유리들을 닦고 또 닦고 검은 구정물을 헹구고 아이의 영어와 한자 학습지를 검사했다. 아이가 검은 먼지가 묻은 손과 발을 씻고 식탁에 앉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면 지나치게 잘 드는 식칼로 파를 썰면서 어서 빨리 아이를 자라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머리가 벽에 부딪힌 나날들...... 존재가 벽에 부딪힌 나날들이었다. 먼지를 닦아내고 불편한 예감과 불행을 소독하고 날마다 흩어지는 무질서를 통제하고 마지못해 하는 육체의 불감증을 은폐하고 양가의 고집과 관습에 순응하고 보험을 넣고, 좋은 이웃에게 미소를 짓고, 아침과 점심과 저녁의 그 단순함과 규칙성에 복종하며 겹겹의 상자 안에 들어앉아 감정을 인내한 나날이었다.

 

이웃집 여자들의 남편은 이상적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일 술을 마시지는 않았고, 매일 열두 시 넘어 들어오지도 않았고, 일요일이면 소파에서 널브러져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지도 않았다. 여래의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하게 지쳐갔고, 평범하게 알코홀릭이 되어갔고, 평범하게 짜증을 냈고, 평범하게 아내의 눈을 피했고, 평범하게 의심스러운 짓을 했고, 평범하게 폭력적이었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마지못해 했다. 이따금 아이와 놀아줄 때도, 이따금 쓰레기를 비워줄 때도, 이따금 외식을 할 때도, 이따금 쇼핑을 할 때도, 이따금 섹스를 할 때도.

* 기혼여성인 주인공의 권태로운 일상을 잘 묘사하고 있다. 어머니로서의 신화도 낭만도 없다. 그저 존재가 벽에 부딪힌 나날들로 매일의 반복되는 역할, 역할, 역할들을 회상한다. 남편이란 존재의 특성은 마지못해 하는 자다. 마지못해 유지되는 가족의 풍경은 답답하고 씁쓸핫 맛이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바닥과 창틀과 거울과 유리들을 닦고 또 닦고 검은 구정물을 헹구고 아이의 영어와 한자 학습지를 검사했다. 아이가 검은 먼지가 묻은 손과 발을 씻고 식탁에 앉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면 지나치게 잘 드는 식칼로 파를 썰면서 어서 빨리 아이를 자라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머리가 벽에 부딪힌 나날들...... 존재가 벽에 부딪힌 나날들이었다. 먼지를 닦아내고 불편한 예감과 불행을 소독하고 날마다 흩어지는 무질서를 통제하고 마지못해 하는 육체의 불감증을 은폐하고 양가의 고집과 관습에 순응하고 보험을 넣고, 좋은 이웃에게 미소를 짓고, 아침과 점심과 저녁의 그 단순함과 규칙성에 복종하며 겹겹의 상자 안에 들어앉아 감정을 인내한 나날이었다.

이웃집 여자들의 남편은 이상적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일 술을 마시지는 않았고, 매일 열두 시 넘어 들어오지도 않았고, 일요일이면 소파에서 널브러져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지도 않았다. 여래의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하게 지쳐갔고, 평범하게 알코홀릭이 되어갔고, 평범하게 짜증을 냈고, 평범하게 아내의 눈을 피했고, 평범하게 의심스러운 짓을 했고, 평범하게 폭력적이었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마지못해 했다. 이따금 아이와 놀아줄 때도, 이따금 쓰레기를 비워줄 때도, 이따금 외식을 할 때도, 이따금 쇼핑을 할 때도, 이따금 섹스를 할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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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의 빅픽처 - 저성장 시대의 생존 경제학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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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이 책은 주식투자 입문서다! 주식투자가 ˝당신의 삶을 지켜줄 단 하나의 실전 경제 강의˝라니! 대실망! 돈놀이 말고는 내 삶의 존엄성을 지켜갈 수단이 없나? 좋은 주식투자서다! 선대인이라는 독보적 진보경제인에게 경제적 삶의 지침을 얻을 요량이라면 사지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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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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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다 읽지 못했다. 읽다보면 먹먹, 왈칵, 10년이 걸리든 묵묵히 읽어야 할, 기억해야 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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