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15.7.8 - 창간호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엮음 / 은행나무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바닥과 창틀과 거울과 유리들을 닦고 또 닦고 검은 구정물을 헹구고 아이의 영어와 한자 학습지를 검사했다. 아이가 검은 먼지가 묻은 손과 발을 씻고 식탁에 앉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면 지나치게 잘 드는 식칼로 파를 썰면서 어서 빨리 아이를 자라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머리가 벽에 부딪힌 나날들...... 존재가 벽에 부딪힌 나날들이었다. 먼지를 닦아내고 불편한 예감과 불행을 소독하고 날마다 흩어지는 무질서를 통제하고 마지못해 하는 육체의 불감증을 은폐하고 양가의 고집과 관습에 순응하고 보험을 넣고, 좋은 이웃에게 미소를 짓고, 아침과 점심과 저녁의 그 단순함과 규칙성에 복종하며 겹겹의 상자 안에 들어앉아 감정을 인내한 나날이었다.

 

이웃집 여자들의 남편은 이상적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일 술을 마시지는 않았고, 매일 열두 시 넘어 들어오지도 않았고, 일요일이면 소파에서 널브러져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지도 않았다. 여래의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하게 지쳐갔고, 평범하게 알코홀릭이 되어갔고, 평범하게 짜증을 냈고, 평범하게 아내의 눈을 피했고, 평범하게 의심스러운 짓을 했고, 평범하게 폭력적이었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마지못해 했다. 이따금 아이와 놀아줄 때도, 이따금 쓰레기를 비워줄 때도, 이따금 외식을 할 때도, 이따금 쇼핑을 할 때도, 이따금 섹스를 할 때도.

* 기혼여성인 주인공의 권태로운 일상을 잘 묘사하고 있다. 어머니로서의 신화도 낭만도 없다. 그저 존재가 벽에 부딪힌 나날들로 매일의 반복되는 역할, 역할, 역할들을 회상한다. 남편이란 존재의 특성은 마지못해 하는 자다. 마지못해 유지되는 가족의 풍경은 답답하고 씁쓸핫 맛이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바닥과 창틀과 거울과 유리들을 닦고 또 닦고 검은 구정물을 헹구고 아이의 영어와 한자 학습지를 검사했다. 아이가 검은 먼지가 묻은 손과 발을 씻고 식탁에 앉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면 지나치게 잘 드는 식칼로 파를 썰면서 어서 빨리 아이를 자라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머리가 벽에 부딪힌 나날들...... 존재가 벽에 부딪힌 나날들이었다. 먼지를 닦아내고 불편한 예감과 불행을 소독하고 날마다 흩어지는 무질서를 통제하고 마지못해 하는 육체의 불감증을 은폐하고 양가의 고집과 관습에 순응하고 보험을 넣고, 좋은 이웃에게 미소를 짓고, 아침과 점심과 저녁의 그 단순함과 규칙성에 복종하며 겹겹의 상자 안에 들어앉아 감정을 인내한 나날이었다.

이웃집 여자들의 남편은 이상적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일 술을 마시지는 않았고, 매일 열두 시 넘어 들어오지도 않았고, 일요일이면 소파에서 널브러져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지도 않았다. 여래의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하게 지쳐갔고, 평범하게 알코홀릭이 되어갔고, 평범하게 짜증을 냈고, 평범하게 아내의 눈을 피했고, 평범하게 의심스러운 짓을 했고, 평범하게 폭력적이었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마지못해 했다. 이따금 아이와 놀아줄 때도, 이따금 쓰레기를 비워줄 때도, 이따금 외식을 할 때도, 이따금 쇼핑을 할 때도, 이따금 섹스를 할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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