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칭 포 허니맨 - 양봉남을 찾아서
박현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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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봤을 때는 우주인, 자세히 보면 보호복을 입은 양봉인과 커다란 물음표가 책을 펴기 전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서칭 포 허니맨은 3명의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여주인공의 달콤 쌉싸름한 사랑찾기와 미스터리한 사건이 주요 소재로 다뤄지는 로맨스 미스터리물이다. 로맨스와 미스터리의 결합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어떤 그림을 그려내고 있을지 흥미롭다.

자신만의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직장을 때려치운 다큐멘터리 감독, 오래전 헤어진 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박하담

화장품 회사의 홍보마케팅 담당, 차가워 보이지만 주변사람을 배려하는 츤데레 한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지 않았던 윤차경

허당기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스토커의 집착으로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만 우연히 만난 제주도의 양봉남에 대한 환상을 가진 도로미

하담의 생일, 로미의 한마디로부터 세사람의 운명을 바꾸게 되는 조금 엉뚱한 사랑찾기 '서칭 포 허니맨'이 시작된다.

차경은 런칭이 예정되어 있던 벌꿀 성분의 프리미엄 스킨케어 라인 홍보 프로젝트 기획피티로 약간의 사심을 담은 '서칭 포 허니맨'을 기획한다. 그리하여 성사된 '서칭 포 허니맨', 제주도의 양봉사업과 귀농 다큐멘터리속에 숨겨진 로미의 3년전 인연 제주도 양봉남 찾기가 실행된다.

사랑에 대한 환상이 벌써 사라졌을 법한 30대 중반을 넘긴 여자들의 사랑찾기는 알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면서 달콤한 로맨스가 아닌 쌉싸름한 미스테리가 되어간다.

"그의 방식이 일반적 관심과 접근의 양식을 띠고 있더라도 연락이 더는 오지 않았다면 뭔가 다른 신호를 놓친게 있었으리라. 하지만 있다고 해도 그게 무얼까? 차경의 호기심을 자극한 건 자기가 모르는 그 수수께끼였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끌리고 용기를 내어 접근하지만 거기서 멈춰버리는 그 이유." (p.85)

허니맨을 찾아간 제주에서 마주친 하담의 옛연인 재웅. 하담과 재웅은 오래전 그들이 함께 나눴던 영화제작의 기억과 지금의 제주도 양봉 다큐멘터리에 대한 대화속에서 서로를 잊지 못하는 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재웅은 헤어졌던 그때처럼 또다시 잊은 줄 알고 살아가던 오늘을 제때 말하지 못하고 하담은 다시금 깊은 오해의 늪으로 빠져든다. 이때 벌어진 급박한 사건은 이들의 인연이 다시 이어질 기회를 만들고, 끊어질듯 끊어지지 않는 하담과 재웅의 답답하지만 순수한 사랑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너 기다릴게. 이번에는 내가." (p.489)

하담이 오래된 인연을 이어간다면, 사랑을 비즈니스처럼 담담하게 여기며 결혼을 앞두고 있던 차경은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인연을 만난다. 누구의 마음이 먼저 떠났는지 알 수 없는 밋밋한 만남을 계속하던 약혼자 찬민과의 인연은 찬민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제주도에서 파경을 맞게 된다. 그리고 이어진 운명적 만남 수언과의 조심스럽지만 설레는 또 하나의 사랑을 용기내어 시작한다.

"심장이 뛰더라고요. 그게, 위아래로 콩콩 뛰는 게 아니라 막 어디론가 달려간달까. 줄달음질하는 기분이었어요." (p.196)

마지막, 범죄와 일상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는 스토커의 집착을 경험했던 로미.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만 우연히 제주에서 만난 양봉남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를 찾아 제주도까지 왔다. 다시 만난 양봉남에게 운명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구애하지만 로미다운 반전이 숨어 있다. 허니맨과의 달콤한 사랑을 꿈꾸는 로미의 사랑찾기를 질투하며, 잠시 몸을 감췄던 스토커가 다시 등장하고 거칭 포 허니맨 프로젝트를 무산시킬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냥 알고 싶었어요. 로미는 과자를 입에 넣으며 아작아작 깨물었다. 그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유명한 말 있잖아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인가. 히스 낫 댓 인투 유 He's Not That into You라고." (p.147)

서칭 포 허니맨의 배경이 되는 대안공간 '놀'과 이곳에 거주하는 '놀인'은 왠지 지구가 아닌 유토피아에 사는 사람들 같다. 마음을 다해 사랑히고 서로를 돕고 욕심내지 않고 지금 이대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그들이 부럽다.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달콤 살벌한 로맨스미스터리 였다. 여고생이 할리퀸로맨스를 읽는 것처럼 500페이지가 무색하게 휘리릭 책장이 넘어간다. 예상되는 결말이었지만 벌들과 함께한 책읽기는 즐거웠다. 벌의 습성과 연계한 세 주인공의 시선으로 서로의 방식대로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한 글이었다. 또한 지루해질 때쯤 나타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은 심심한 로맨스에 활기를 더해준다.

“19세기 서양에서는 집안의 큰일을 벌에게 보고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누가 죽으면 검은 천으로 벌통을 덮고 알려야 하고, 결혼식이 있으면 신랑 신부가 인사를 했다지요. 소식을 받지 못하면, 벌의 분노로 불행해진대요!”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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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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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된 책의 포장을 뜯자마자 지배자의 손바닥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힘없고 연약한 생명체를 표현하고 있는 듯한 뭔가 음침한 표지가 나를 맞는다. 소설속의 내용과 찰떡같이 들어맞는 많은 이야기와 복선을 담고 있는 표지다.

만약 내가 하이무라 야마토의 먹잇감이었다면 벗어날 수 있었을까.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으며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쫄깃한 긴장감이나 스릴이 있는 글은 아니었지만, 양파껍질을 까듯 마사야의 눈으로 연쇄살인범 야마토의 인생을 쫓는 심리게임을 연상할 수 있는 글이었다. 하이무라 야마토의 손바닥에서 견뎌내고 벗어난 마사야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나는 평생, 그 남자를 잊을 수 없다. 새삼스레 확신한다. 그 남자의 환영을 좇으면서, 이렇게 남은 인생을 무위하게 보낼 수밖에 없다. 나는 그 남자의 프로다. 돌멩이처럼 차갑고 무거운 죄를 품은, 무참한 포로다." (p.8 프롤로그)

어린시절 신동으로 불리다가 고등학교 이후 그저그런 학생이 되어 삼류대학에 겨우 입학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무기력하지만 이율배반적으로 그들에게 군림하는 것 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 가케이 마사야로 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어느날 마사야 앞으로 전달된 의문의 편지 한통. 마사야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연쇄살인범 하이무라 야마토. 그는 일본에서 일어난 전후 최대 규모의 연쇄살인의 당사자로 그가 저지른 많은 살인중 확실한 9건의 살인으로 기소되어 1심에서 사형이 확정된 후 항소중인 미결수다. 살인을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유희처럼 저지른 연쇄살인범이다.

마사야는 구치소에서 만난 야마토를 "이런 장소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누구나 영화배우 같은 느낌의 기품 있는 미남자로 생각할 것이다.(p.27)"라고 말한다. 야마토의 비정상적인 흡인력을 표현하는 한문장이다.

연쇄살인범 야마토는 편지를 받고 찾아온 마사야를 마사야가 조정하기에 이른다. 물론 마사야는 이사실을 알 수 없다. 야마토의 비정상적인 흡인력에 이끌려 다른 사건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사건을 그의 말대로 '누명'이라는 전제하에 조사를 하기에 이른다. 야마토의 마리오네트처럼 살인사건을 조사하면서 알 수 없는 살인충동을 느끼는 지경에 이른다. 다행스럽게도 마사야는 마주친 진실과 야마토가 예측하지 못한 변수로 인해 야마토에게 전염된 살인범이 될 위기를 극복한다.

"나도 마지막으로 하나를 말해주지. 거짓말을 할 때는 9할 정도 진실을 이야기하는 게 좋아. 나머지 1할만 거짓말을 하는게 요령이야." (p.354)

엽기살인범, 연쇄살인귀, 질서형 살인범, 연기성 인격장애자로 불리는 전형적인 연쇄살인마가 감옥에서 보낸 편지. 그리고 그에게 스며드는 한 사람. 연쇄살인범은 결손이 있는 아이들을 택해 심리적인 지배자로 군림한다. 가면을 쓰고 있는 연쇄살인마는 자신이 택한 범죄대상 뿐만아니라 계획적이고 완전한 범죄실행을 위해 주변인을 설득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결과 그를 알고 있는 이웃들이 24명을 죽인 연쇄살인마의 구명을 청구하는 희극이 연출되기 한다.

"뉴스에서 자주 인터뷰하는 사람이 말하잖습니까. '설마 그 사람이, 좋은 사람처럼 보였는데, 겉모습만 봐서는 모르는 법이군요'라고 그야말로 딱 그거였조.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 하이무라 씨를 좋아했으니까요." (p.135)

불우하게 자란 야마토가 안쓰럽기는 하지만,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이유로 모두가 범죄자가 되지는 않는다. 사냥감을 탐색하고, 길들여 사냥하고, 사냥한 아이들을 기록하듯 자신의 시야에 보관하는 야마토의 잔혹한 범죄는 독자로 하여금 범죄의 잔혹함에 치를 떨게 만든다. 나도 선량한 피해자라는 듯이 주변을 설득하는 그를 보면서 독자들은 '혹시 나의 주변에도'라는 음침한 생각에 이르게 된다.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연쇄살인범의 검은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오롯이 당신의 선택이다

'살인도 전염이 될 수 있나?' 심신미약의 상태라면 몇번의 대화만으로도 '살인도 전염이 될 수 있다!'로 생각이 바뀌는 범죄자에 대해 상상하고 있는 보편적인 상식을 뒤집는 글이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던 구시키 리우의 "사형에 이르는 병" 또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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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삐뽀 반려견 육아 대백과 - 우리 강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잘 키우는 법
위혜진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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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듯 막내처럼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강아지를 처음 집에 들일 때는 순수한 의도로 맞기 보다는 질풍노도의 막내아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장난감(?)처럼 맞아들였다. 하지만 함께산지 다섯해가 지난 지금은 막내아들보다 내 마음을 더 잘 이해해 주는 것같은 든든한 내편이다.

 

작년초 우리집 강쥐 둘리가 엄청 아팠던 적이 있다. 하루쯤 혼자둬도 괜찮겠거니 하고 둘리만 집에두고 가족이 전부 1박2일로 외출을 하고 돌아오니 평소 발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던 아이가 나와보지도 못하고 집에 축 쳐져 있었다.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아들에게 무심하게 '밥이나 먹여봐'라도 말하고 뒷정리를 하고 있다보니 아들이 강아지를 부둥켜 앉고 있었다. 부랴부랴 강아지를 들쳐안고 24시간 동물병원에 가서 보니 IMHA가 의심 된다며 중환자실 입원을 권유받고 일주일쯤 입원을 했었다. 산소마스크와 수혈 그리고 오랜 기간 치료끝에 완치되긴 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하는 한편 살아있는 생명이 무겁게 느껴지곤 한다. 

 

조금만 주의깊게 살펴서 일찍 발견했더라면 가벼운 약 처방 정도로 끝날 수 있었던 치료가, 대충 무심히 보고 넘긴 탓에 둘리에게는 생사를 넘나드는 힘든 치료를 안겨주고 더불어 나에게는 어마무시한 병원비 폭탄을 안겨줬다. 

 

삐뽀 삐뽀 반려견 육아 대백과는 반려동물 토탈 케어 플랫폼 '내 손안의 수의사 펫닥'이 추천하고, 전문 수의사 3인이 집필한 반려견과 반려인들을 위한 반려견 육아지침서이다.

 

'우리 강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잘 키우는 법'을 독자에게 알려주기 위한 삐뽀삐뽀 반려견 육아 대백과는 반려견과 가족이 될 준비, 반려견 홈케어, 반려견 증상별 진료실, 동물 행동 심리학, 노령견 돌보기, 응급의학 총 6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만남에서 부터 나이든 강아지 돌보기까지 반려견의 일생을 관리할 수 있는 구성이다.

 

강아지 연령 계산표를 보니 우리 둘리가 나랑 비슷한 40대쯤이다. 같이 늙어가고 있는 나이다. 그래서 우리 둘리가 나를 좋아하나 보다. :)

 

입양전 준비사항을 보니, 우리집은 강쥐를 데려 오기전 너무 준비없이 입양을 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애견샾에 가서 엄마는 털이 가장 털빠지는 아이로, 아들은 생김새만 마음에 드는 강쥐를 슈퍼에서 과자사듯 덜렁 데려 왔으니 말이다.

 

어이쿠! 우리 둘리는 말티즈인데 동물병원에 가장 많이 방문하는 품종이란다. 주의깊게 살펴봐야겠다.

 

치아, 발톱, 목욕에서부터 털관리까지 일상에서 활용이 가능한 홈케어 방법이 수록되어 있다. 지금까지 무서워서 발톱도 애견미용실에 가서 갂았었는데 용기내서 직접 깎는걸 시도해 봐야겠다.

 

이어서 반려견 육아에서 가장 필요한 증상별 원인과 조치방법이다. 설사, 구토 등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에 대해 원인과 세부증상을 알려주고 필요한 조치방법을 설명한다. 가정에서 반려견이 문제 증상을 보일때 당황하지 않고 참고해서 응급조치를 취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질병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증상별 조치법에 이어 반려견 행동 심리학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다른 강아지와의 사회성 기르기, 차량이동, 호분증 그리고 우리 둘리도 아기 강아지였을 때 애를 먹였던 전선 물어뜯기와 벽지 물어뜯기까지 이상행동에 대한 원인과 치료방법 등 반려인의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마지막으로 반려견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 위한 노령견에 대한 케어방법이다. 노령견을 돌보기 위한 몸에 좋은 음식과 환경관리 등에 대해 설명한다. 사람처럼 인지장애가 올 수도 있다고 해서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주의깊게 살펴본다.

 

책이 조금 두껍기는 하지만 분야별 목차가 찾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 급한 상황에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어서 좋다. 반려견이 있는 가정이라면 아이의 육아지침서처럼 가지고 있으면 든든할 것 같은 책이다.

둘리야~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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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보이 - 시크한 고양이 헨리의 유쾌발랄툰
벤지 네이트 지음, 조윤진 옮김 / 문학테라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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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나의 애완고양이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걸을 수 있다면? 신기한 것만이 아니라, 인생의 반려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되지 않을까. 캣보이는 만화가 벤지 네이트의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 유쾌한 만화다. 조금 엉뚱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음직한 반려동물의 의인화가 이 만화의 주요 소재다. 나도 가끔 우리집 멍뭉이와 둘이 있을 때면 웃기지만 친구에게 말하듯 대화를 시도하곤 한다. 오롯이 나만 바라보고 무한 애정을 쏟아주는 멍뭉이와 혼자 하는 대화가 아니라 주고 받는 대화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올리브의 반려묘 헨리는 새까만 수컷냥이다. 올리브가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어서 고양이 탈을 뒤집어 쓴것같은 고양이 인간이 되어 올리브 앞에 나타난다. 이로부터 시작된 올리브와 헨리의 유쾌발랄한 동거는 서로의 다른 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익숙해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람과 고양이의 동거지만 서로가 옳다고 주장하지 않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모습이 벤지 네이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한다.

서로를 위해 모닝브리또를 사고, 새를 남겨두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올리브가 준비한 브리또를 헨리가 좋아하지 않고, 헨리가 준비한 새를 올리브가 먹을 수 없지만 이들은 서로를 탓하지 않는다. 단지 특이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현실에서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친구를 만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지만 이 둘은 그 어려운걸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올리브는 헨리와 함께 자신의 세상을 넓혀간다. 좋아하지 않았던 친구와 다시 만나 파자마 파티를 하기도 하고, 두근두근 설레는 남자사람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두근두근 설레이는 것은 올리브 뿐이라 좌절하기도 하지만, 헨리의 도움으로 세상을 넓혀가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서글퍼하는 올리브를 헨리만의 방법으로 위로하고 고양이면서 펫시터를 해서 올리브 보다 돈을 훨씬 잘버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물론, 여러마리의 강아지들을 돌보느라 저녁이 되면 세상 모르게 꿈나라를 헤매기도 한다. 사람의 일상과 다르지 않은 헨리의 일상으로 평범한 우리들의 고단함을 엿보게 된다.

헨리의 화장지 테러에 대한 올리브의 잔소리에 삐진 헨리. 올리브가 출근한 틈을 타서 가출을 감행하지만 광활한 세상의 모진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저녁시간에 맞춰 은근슬쩍 귀가 한다. 올리브는 헨리의 가출을 알았을 것 같지만, 모르는척 저녁 메뉴를 결정하며 집으로 들어간다. '세상에서 네가 최고야!'를 외치며 토닥거리는 듯한 시크한 뒷모습이다.

올리브와 헨리의 단짠케미를 보는 것도 즐거운 만화였지만, 캣보이의 또하나의 매력은 벤지 네이트가 실제 디자인하고 쿨보이를 통해 판매하는 스타일리쉬한 옷들이다. 헨리와 사랑에 빠진 독자라면 쿨보이 매장과도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만화를 다 읽을 즈음에는 헨리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크한듯 츤데레처럼 옆에서 나만 바라보고, 나를 위해주는 한사람이 있다면 세상이 핑크빛이 되지 않을까 싶다. 멋진 아티스트 벤지 네이트의 기발한 상상에 박수를 보내며 책을 덮는다.

"멋진 물건을 만드십시오! 사람들이 원하는 멋진 물건을 만드세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멋진 물건을! _벤지 네이트"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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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별하는 법을 모르는데 이별하고 있다
김정한 지음 / 미래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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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열심히 살지만 하루하루 버티는 느낌인가요?' 라는 카피에 홀딱 반해 선택한 책이다. 매일매일이 힘겨운 것은 아니지만, 종종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기 보다는 버틴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 느낌이다.

어렸을 때는 공부하느라, 청춘이었을 때는 청춘을 불사르며 노느라, 결혼을 하고 나서는 아이를 키우느라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적당히 나이를 먹은 지금 아이는 내 품을 떠나 독립할 준비를 하고, 직장은 어느덧 퇴직할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지치고 힘겹다는 생각과 함께 하루하루 버텨낸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내가 모르는 이별은 다른 게 아니라 평범한 일상과의 이별이지 않을까 싶다.

잔잔하게 쓰여진 산문 같은 글은 시처럼 읽힌다. 저자 소개에 있던 시인과 에세이스트의 경계를 넘나 든다는 소개글을 떠올리게 된다. 계절을 따라가며 써내려간 글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환한 봄에서 부터 가장 예쁠 때 자신을 버리는 낙엽을 노래할 때까지...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의 햇살 한줌, 바람 한조각을 느끼라고 말한다.

"과거에 밑줄을 긋지 말고 현대에 밑줄을 긋자. 아프게 살이온 검은 날들은 잊고, 살아갈 날들을 초록으로 물들이자. 내가 꿈꾸는 그곳으로 가자. 위대한 나를 만나자. 나의 기적을 믿자." (p.34)

시처럼 예쁜 글이다. 가난을 버텨내고, 외뢰움을 견디고, 그리움을 밀어내며 애쓰고 있는 삶을 담담하게 써내려 가고 있다. 버티면 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살아있음을, 살아감을, 살아냄을 감사한다. 글을 읽는 동안 가슴이 몽글몽글 해진다. 모진 풍파에 깍여 나가 동글동글해진 몽돌처럼 그간의 시간에 이유없는 뾰족함이 깍여 나간다.

"새로운 길을 가리라고. 푹푹 빠지면서도 부지런히 길을 내는 바람처럼, 나의 길을 만들어 가리라고. 상처의 결을 더듬고 보듬으며 나의 길을 가리라고." (p.101)

아무리 마음을 다독여도 땅으로 푹푹꺼질 것 같이 우울한 날이 있다.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저 무기력하고 고독함 속에서 버텨내고 있다. 나만 외로운 것 같고, 혼자만 왕따가 된 것 같은,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싫어지는 날이 있다. 주변의 밝은 기운이 웅성거림으로 변해 귀속을 웅웅거린다. 알아들을 수도 없고 듣고 싶지도 않다. 늘 아둥바둥 하고 있지만 한결같이 제자리인 내 삶이 문득 서글퍼 진다. 오늘보다 내일은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나. 불현듯 찾아온 '작업'을 '몇개월의 식량을 선물 받음'으로 표현했던 문구가 스쳐간다. 진짜로 곤궁해서 이렇게 표현하지는 않았겠지. 대다수 범인들의 삶과 같겠지. 괜찮아 질거야라는 말이 싫어지는 날은 아마도 누군가와의 쓸데없는 비교 끝에 찾아온 일상의 심술일게다.

"오늘따라 '괜찮아 질거야'라는 말이 싫어진다." (p.124)

사랑하는 이와의 만남과 이별은 계절을 따라가는 시간의 공허함과 가난과 외로움을 버텨낸 이를 울게 한다. 공허한 아픔이 느껴지는 글이다. 아픔에서 치유되기 위해 망각을 선택하고 더 짙은 이별을 느낀다. 더많이 사랑하기 위해 추억하고 시간을 들여다 보면서 말이다. 스무살의 겁없는 사랑으로부터 추억으로 남겨진 지금의 사랑까지 그 시간의 소중함을 기억한다. 이별해야 하는데 이별하고 싶지 않은, 이별 할 수 없음을, 이별하는 방법을 알지 못함이 애잔하다.

"나는 어김없이 그대라는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비린내 나는 푸른 바다를 그리워하는 고래가 되어." (p.173)

책장을 펴자마자 느꼈던 것처럼 끝까지 시처럼 산문처럼 잔잔히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글이다. 이별의 아픔을 쓰고 있는 글임에도 참 예쁘다. 페이지마다 조심스럽게 그려진 편안한 표정의 삽화가 글의 감성을 살려준다. 개인적으로 겨울을 느끼면서 읽기에 좋은 글이었다. 일상에서의 계절은 마음을 다독이고 추스르게 한다. 겨울을 따라가는 모습이 조금은 쓸쓸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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