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칭 포 허니맨 - 양봉남을 찾아서
박현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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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봤을 때는 우주인, 자세히 보면 보호복을 입은 양봉인과 커다란 물음표가 책을 펴기 전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서칭 포 허니맨은 3명의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여주인공의 달콤 쌉싸름한 사랑찾기와 미스터리한 사건이 주요 소재로 다뤄지는 로맨스 미스터리물이다. 로맨스와 미스터리의 결합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어떤 그림을 그려내고 있을지 흥미롭다.

자신만의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직장을 때려치운 다큐멘터리 감독, 오래전 헤어진 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박하담

화장품 회사의 홍보마케팅 담당, 차가워 보이지만 주변사람을 배려하는 츤데레 한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지 않았던 윤차경

허당기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스토커의 집착으로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만 우연히 만난 제주도의 양봉남에 대한 환상을 가진 도로미

하담의 생일, 로미의 한마디로부터 세사람의 운명을 바꾸게 되는 조금 엉뚱한 사랑찾기 '서칭 포 허니맨'이 시작된다.

차경은 런칭이 예정되어 있던 벌꿀 성분의 프리미엄 스킨케어 라인 홍보 프로젝트 기획피티로 약간의 사심을 담은 '서칭 포 허니맨'을 기획한다. 그리하여 성사된 '서칭 포 허니맨', 제주도의 양봉사업과 귀농 다큐멘터리속에 숨겨진 로미의 3년전 인연 제주도 양봉남 찾기가 실행된다.

사랑에 대한 환상이 벌써 사라졌을 법한 30대 중반을 넘긴 여자들의 사랑찾기는 알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면서 달콤한 로맨스가 아닌 쌉싸름한 미스테리가 되어간다.

"그의 방식이 일반적 관심과 접근의 양식을 띠고 있더라도 연락이 더는 오지 않았다면 뭔가 다른 신호를 놓친게 있었으리라. 하지만 있다고 해도 그게 무얼까? 차경의 호기심을 자극한 건 자기가 모르는 그 수수께끼였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끌리고 용기를 내어 접근하지만 거기서 멈춰버리는 그 이유." (p.85)

허니맨을 찾아간 제주에서 마주친 하담의 옛연인 재웅. 하담과 재웅은 오래전 그들이 함께 나눴던 영화제작의 기억과 지금의 제주도 양봉 다큐멘터리에 대한 대화속에서 서로를 잊지 못하는 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재웅은 헤어졌던 그때처럼 또다시 잊은 줄 알고 살아가던 오늘을 제때 말하지 못하고 하담은 다시금 깊은 오해의 늪으로 빠져든다. 이때 벌어진 급박한 사건은 이들의 인연이 다시 이어질 기회를 만들고, 끊어질듯 끊어지지 않는 하담과 재웅의 답답하지만 순수한 사랑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너 기다릴게. 이번에는 내가." (p.489)

하담이 오래된 인연을 이어간다면, 사랑을 비즈니스처럼 담담하게 여기며 결혼을 앞두고 있던 차경은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인연을 만난다. 누구의 마음이 먼저 떠났는지 알 수 없는 밋밋한 만남을 계속하던 약혼자 찬민과의 인연은 찬민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제주도에서 파경을 맞게 된다. 그리고 이어진 운명적 만남 수언과의 조심스럽지만 설레는 또 하나의 사랑을 용기내어 시작한다.

"심장이 뛰더라고요. 그게, 위아래로 콩콩 뛰는 게 아니라 막 어디론가 달려간달까. 줄달음질하는 기분이었어요." (p.196)

마지막, 범죄와 일상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는 스토커의 집착을 경험했던 로미.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만 우연히 제주에서 만난 양봉남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를 찾아 제주도까지 왔다. 다시 만난 양봉남에게 운명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구애하지만 로미다운 반전이 숨어 있다. 허니맨과의 달콤한 사랑을 꿈꾸는 로미의 사랑찾기를 질투하며, 잠시 몸을 감췄던 스토커가 다시 등장하고 거칭 포 허니맨 프로젝트를 무산시킬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냥 알고 싶었어요. 로미는 과자를 입에 넣으며 아작아작 깨물었다. 그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유명한 말 있잖아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인가. 히스 낫 댓 인투 유 He's Not That into You라고." (p.147)

서칭 포 허니맨의 배경이 되는 대안공간 '놀'과 이곳에 거주하는 '놀인'은 왠지 지구가 아닌 유토피아에 사는 사람들 같다. 마음을 다해 사랑히고 서로를 돕고 욕심내지 않고 지금 이대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그들이 부럽다.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달콤 살벌한 로맨스미스터리 였다. 여고생이 할리퀸로맨스를 읽는 것처럼 500페이지가 무색하게 휘리릭 책장이 넘어간다. 예상되는 결말이었지만 벌들과 함께한 책읽기는 즐거웠다. 벌의 습성과 연계한 세 주인공의 시선으로 서로의 방식대로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한 글이었다. 또한 지루해질 때쯤 나타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은 심심한 로맨스에 활기를 더해준다.

“19세기 서양에서는 집안의 큰일을 벌에게 보고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누가 죽으면 검은 천으로 벌통을 덮고 알려야 하고, 결혼식이 있으면 신랑 신부가 인사를 했다지요. 소식을 받지 못하면, 벌의 분노로 불행해진대요!”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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