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보이 - 시크한 고양이 헨리의 유쾌발랄툰
벤지 네이트 지음, 조윤진 옮김 / 문학테라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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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나의 애완고양이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걸을 수 있다면? 신기한 것만이 아니라, 인생의 반려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되지 않을까. 캣보이는 만화가 벤지 네이트의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 유쾌한 만화다. 조금 엉뚱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음직한 반려동물의 의인화가 이 만화의 주요 소재다. 나도 가끔 우리집 멍뭉이와 둘이 있을 때면 웃기지만 친구에게 말하듯 대화를 시도하곤 한다. 오롯이 나만 바라보고 무한 애정을 쏟아주는 멍뭉이와 혼자 하는 대화가 아니라 주고 받는 대화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올리브의 반려묘 헨리는 새까만 수컷냥이다. 올리브가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어서 고양이 탈을 뒤집어 쓴것같은 고양이 인간이 되어 올리브 앞에 나타난다. 이로부터 시작된 올리브와 헨리의 유쾌발랄한 동거는 서로의 다른 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익숙해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람과 고양이의 동거지만 서로가 옳다고 주장하지 않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모습이 벤지 네이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한다.

서로를 위해 모닝브리또를 사고, 새를 남겨두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올리브가 준비한 브리또를 헨리가 좋아하지 않고, 헨리가 준비한 새를 올리브가 먹을 수 없지만 이들은 서로를 탓하지 않는다. 단지 특이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현실에서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친구를 만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지만 이 둘은 그 어려운걸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올리브는 헨리와 함께 자신의 세상을 넓혀간다. 좋아하지 않았던 친구와 다시 만나 파자마 파티를 하기도 하고, 두근두근 설레는 남자사람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두근두근 설레이는 것은 올리브 뿐이라 좌절하기도 하지만, 헨리의 도움으로 세상을 넓혀가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서글퍼하는 올리브를 헨리만의 방법으로 위로하고 고양이면서 펫시터를 해서 올리브 보다 돈을 훨씬 잘버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물론, 여러마리의 강아지들을 돌보느라 저녁이 되면 세상 모르게 꿈나라를 헤매기도 한다. 사람의 일상과 다르지 않은 헨리의 일상으로 평범한 우리들의 고단함을 엿보게 된다.

헨리의 화장지 테러에 대한 올리브의 잔소리에 삐진 헨리. 올리브가 출근한 틈을 타서 가출을 감행하지만 광활한 세상의 모진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저녁시간에 맞춰 은근슬쩍 귀가 한다. 올리브는 헨리의 가출을 알았을 것 같지만, 모르는척 저녁 메뉴를 결정하며 집으로 들어간다. '세상에서 네가 최고야!'를 외치며 토닥거리는 듯한 시크한 뒷모습이다.

올리브와 헨리의 단짠케미를 보는 것도 즐거운 만화였지만, 캣보이의 또하나의 매력은 벤지 네이트가 실제 디자인하고 쿨보이를 통해 판매하는 스타일리쉬한 옷들이다. 헨리와 사랑에 빠진 독자라면 쿨보이 매장과도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만화를 다 읽을 즈음에는 헨리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크한듯 츤데레처럼 옆에서 나만 바라보고, 나를 위해주는 한사람이 있다면 세상이 핑크빛이 되지 않을까 싶다. 멋진 아티스트 벤지 네이트의 기발한 상상에 박수를 보내며 책을 덮는다.

"멋진 물건을 만드십시오! 사람들이 원하는 멋진 물건을 만드세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멋진 물건을! _벤지 네이트"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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