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 하지 않아도 잘되는 사람에게는 작은 습관이 있다
가와시타 가즈히코.다무라 요코 지음, 이은미 옮김 / 글담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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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끝내준다! 책의 내용과 무관하게 제목에 홀리듯 끌려서 선택한 책이다. 노오력하지 않아도 작은 습관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꿈같은 희망으로 나를 유혹한다.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노력'이라는 말과 함께 일상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놀때도 열심히 놀아야 한다고 노력을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바로 전에 읽은 술마시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기의 백발두령님의 말씀처럼 여유롭게 살라는 말인가. 때가 때이니 작심3일을 넘기기 위한 의지가 충만해져야 할때 자꾸 쉬엄쉬엄,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살라고 권하는 책에만 눈이 가는 걸 보면 나도 내안의 의욕이라는 가솔린이 다 닿아 버렸나 보다. 이제는 앞도, 뒤도, 옆도 돌아보면서 살고 싶으니 말이다.

책 날개에서 제일 먼저 나를 반기는 체크리스트가 가슴을 콕콕 찌른다. 어쩜 한줄한줄 전부 내 이야기다. 아주 작은 습관이 없어서 내가 이렇게 힘들었었나하는 생각에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분주해진다.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노력하지 않는 나라 사람들의 아주 평범한 열가지 습관을 아무리 애를 써도 결과가 없는 노오력하는 나라의 미사키를 통해 동화처럼 이야기한다. 무심한 듯 재미있는 설정이다. 노오력하는 나라의 아이가 반항심으로 노력하지 않는 나라를 찾아가 여러사람을 만나면서 스스로 깨닫는 과정으로 작은 습관 하나하나가 즐거운 인생에 생각보다 많은 도움을 주고 있음을 알려준다.

"모든 사람이 상대방이 잘하는 걸 인정해줄 때 비로소 노력하지 않아도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온다고 믿어. 그 어떤 슈퍼 히어로도 약점이 있게 마련이야. 나의 특기가 너의 약점을, 너의 특기가 나의 약점을 보완해줄 때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이 곧 그 나라의 국력으로 이어지는 법이지." (p.163)

자기계발서를 읽는 다는 느낌보다는 한권의 동화책을 읽는 것 같다. 애어른 같은 미사키가 아이들같은 어른을 만나 행복하게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법을 익혀나간다. 노력을 법으로 금지당한 노력하지 않는 나라의 어른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지키기 어렵거나 까다로운 습관이라고 할 수 없는 소소한 팁을 전한다. 평소 입을 옷이라거나 아침 메뉴 같은 것들은 정해놓고 나의 결정력을 낭비하지 않거나, 하기 싫은 일도 게임처럼 나만의 퀘스트를 깬다든다, 나한테 충분히 보상하고 격려하는 방법 등 노력하지 않는 나라 사람들의 습관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단지, 난 그 작은 습관의 위대함을 몰랐던 것이다.

노력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나를 너무 혹사시키고 나 자신 조차도 나의 노력에 대해서 무심하게 굴었다. 노력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지치고 에너지가 닳아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너무 쉽게 간과했다. 너무 심하게 앞만 보고 달려왔던 탓에 요즘은 만사 귀찮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거나, 던지지도 못할 사직서를 수없이쓰고 있는 무기력증의 무한루프에 빠져있다. 그나마 짧은 시간 책읽기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된 카페 게시들을 섭렵하면서 말이다. 이가 하얀 요트맨처럼 흥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원동력으로 나만의 스위치를 찾고 싶다.

"그건 바로 시간이야. 의욕이라는 가솔린만 믿고 에너지를 다 쓰기보다는 시간이라는 바람을 타고 조금씩 목표에 다가서는 방법이 확실하다는 걸, 이 아저씨는 가르쳐주고 싶은 거란다." (p.73)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다 읽고 나면 꼭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아직은 늦지 않은 아이가 책속에서 노력하라는 끊임없는 세상의 강요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스위치를 찾았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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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어린이 수학 세트 - 전4권 - 세계가 주목하는 싱가포르 어린이 수학
아자나 차터지 지음, 조 샘웨이즈 그림, 김보은 옮김, 루스 불 감수 / 이종주니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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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내가 다닐 때는 국민학교 였다)에 들어가기전 '수학'이라는 과목을 알고 갔었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수학'이라는 말조차 들어보지 못하고 '산수'라는 과목으로 1에서 100까지 정도의 숫자세기와 손가락 발가락을 활용한 더하기 정도를 알고 들어갔었지 싶다. '수학'은 중학교나 들어가야 들어볼 수 있는 과목이었다.

아마도 일상에서 불편함 없는 셈정도를 할 수 있게 가르치는 과목 '산수'가 진화를 서듭하고, 세월이 많이 흐른 요즘은 '산수'라는 과목의 이름조차 사라진지 오래다. 그리고 '산수'는 '수학'이라는 나름 거대한 과목으로 변해 아이들의 학습의욕을 꺽는 대표적인 과목이 되어있다. 오죽하면 '수포자'라는 말이 생겼겠는가!

어찌되었든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잘하고 못하는 것을 떠나 우선은 아이가 모든 과목에 흥미를 갖고 하기 싫은 공부가 아닌 놀이처럼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이 있다.

[싱가포르 어린이 수학]은 평범한 엄마가 특별한 기술없이도 '수학'에 대한 개념을 알려줄 수 있는 어린이 수학도서가 있다는 카페의 소개들을 보고, 공부를 싫어하는 우리집 예비 초등생을 위해 선택한 책이다.

 

싱가포르는 아이들이 수학을 잘하는 나라, 특히나 수학교수법은 아이들이 수학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교수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암기와 주입식 교수기법이 아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교수기법이라는 설명에 눈길이 간다.

기본적인 수학의 개념을 학습할 수 있는 책 답게 숫자, 계산, 측정, 도형의 네권이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1권 숫자 100까지의 수와 자릿값

2권 계산 100까지의 수와 셈하기

3권 도형 도형과 패턴, 위치, 방향

4권 측정 길이, 질량, 용량, 시간, 돈

각 권에서는 영역별로 3단계 학습법을 제시하고 있다. 개념을 익히고, 시각화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아이가 쉽게 수학적 개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교롭게도 아이들과 수학공부를 함께할 캐릭터 팡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중간 숙주로 알려진 천산갑이다. 팡야를 설명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주의점에 대해서도 설명해 줘야겠다.

 

각 각의 단원에서는 아이와 함께 개념을 익힐 수 있도록 팡야가 방법을 알려주고, 반복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어진 활동은 만들기 등의 놀이와 연결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각 표지마다 부모님과 선생님께 간단한 팁을 설명하여 교재 활용을 돕고 있다.

 

단락단락 구성된 개념학습과 활동지로 아이와 엄마가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는 구성인데다, 얇은 여러권의 책은 아이가 한권 한권 끝내는 기쁨도 느낄 수 있게 도울 것 같아 만족스럽다. 공부하면서 아이와 다투는(?) 일은 늘 어렵고 지치는 과정이었는데 싱가포르 어린이 수학책으로 함께 공부하면 아이와 다투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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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에 미쳐서
아사이 마카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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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 그림만 보면 아기자기한 로맨스가 펼쳐질 것 같은 분위기지만, 꽁냥꽁냥 아기자기한 로맨스보다 서로를 인정하며 끌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글이었다. 야채와 함께 애절한 로맨스를 기대하는건 무리였겠지만, '야채애호독점타파 로맨스'에서 야채만 애호하고 독점을 타파하는 진정 야채와 사랑에 빠진 야채와 상인간의 로맨스였다. 약간의 투닥거림으로 한쌍의 연인이 탄생할 것으로 예견되기는 하였으나, 꽁냥꽁냥한 로맨스를 기대했던 나는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천하의 주방 오사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답게 화려한 음식을 상상하기에 충분했고 에도시대의 상인과 농부의 모습을 흥미롭게 느낄 수 있었다. 부족한 로맨스를 아쉬워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한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각 챕터의 제목들이 귀염귀염한 간사이 사투리로 되어 있다. 단어의 느낌과 의미를 연결하기 어려웠던 덕분에 챕터를 시작하기전 제목의 의미를 읽어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지사토는 얼마전 남편을 잃은 청상으로 형편이 여의치 않아 고향 에도로 돌아가지 못하고 님편의 임지였던 오사카에 남아 습자소에서 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간다. 일하던 습자소에서 부당한 해고를 당한 어느날 운명처럼 숙소에 도둑이 들어 노숙자 신세를 면하기 어려운 곤궁에 처한다.

이때, 덴마 청과물시장의 가와치야 상점의 엉뚱한 큰아들 세이타로와 마주치게 되고 그의 소개로 가와치야의 새침한 안방마님 시노의 하녀가 된다.

상점의 경영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이는 스카탄(얼간이, 바보, 허당) 세이타로지만 사실은 원리원칙대로 야채를 너무나 사랑하는 진정한 상인이다. 건실한 노동으로 생산한 질 좋은 야채를 제값에 사들이고, 꼭 필요한 이문만을 남기고 주민들에게 좋은 야채를 팔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찬 허당기 충만한 가와치야의 차기 당주다.

"큰도련님이 오시면 가게도 안채도 왠지 밝은 햇살이 쫙 비춰 드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재미있거든. 조금 언짢은 일이 있어서 마음이 착잡해도 큰도련님만 오시면 그게 대수냐 싶은 기분이 들어." (p.57)

스카탄 세이타로를 우습게 보지만 맛을 보는 야채마다 산지와 특징을 척척 알아맞출 정도의 해박한 지식과 상단이 독점하는 야채시장의 앞날을 걱정하는 그에게 어느샌가 푹 빠져버린 당찬 에도여자 지사토. 결정적인 순간에 세이타로를 돕는 지혜를 뿜어내지만 자신의 감정에 무딘 세리타로의 천상베필이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오사카 가와치야 상단의 평범한듯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더불어 상단 종업원들의 성장하는 모습과 그들의 일을 사랑하는 모습은 당주와 가신들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꼼꼼히 보여준다.

"본명에서 첫 번째 글자를 따고 마쓰를 붙여. 오 년쯤 일하자 기치 자를 받아 조키치가 되고, 십 년이 지나자 데다이로 승진하면서 조시치, 이십 년이 지나 지배인이 되면서 조스케, 삼십 년을 근무해서 조베에라는 이름을 받았어. 그러면 분점을 열거나 목돈을 받아 별가를 세워 한 집안의 당주가 되는 거야." (p.95)

농민과 상단 그리고 주민이 서로 통하는 풍경,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세이타로와 그를 지켜보는 지사토의 잔잔한 로맨스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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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소철나무
도다 준코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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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에 하얗게 서리가 맺혀진 어두운 표지가 책을 읽기전부터 아련하게 어두운 이야기인가 짐작하게 한다.

우리집 베란다에도 소철이 한그루 자리잡고 있다. 오래전 아빠가 기르시던 화분을 내가 가져와서 죽지 않을 정도로 근근이 키우고 있다. 아주 오래동안 천천히 자라는 식물로 인식된다. 원통의 기둥을 따라 쭉 둘러져서 나온 잎들은 한해를 살고 마무리하듯 원통으로 스며드는 모습이다. 전문가가 아니라 나라는 모습에 대한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저 내가 느끼는 모습이다. 나에게 소철은 한해 한해 아주 조금씩 살을 붙여 키워가는 나무의 모습이다.

열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소철과 눈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도 눈속에서 견뎌내는 소철의 우직함을 말하고 싶었구나하는 정도를 짐작해볼 뿐이다.

간결한 등장인물 서로간의 심리적인 맞물림으로 이어진 글이다. 결핍으로 표현되는 공허함과 그것을 원인으로하는 사건들로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아주 사소한 사건조차 원인이 없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고백할 수 없는 이유가 또 다른 오해와 사건을 낳지만 결국 서로를 성장시키는 이유가 된다.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다. 언젠가 이 정원이 사라질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언젠가는 어떻게 될까. 마사유키는 약간 흐려진 하늘을 올려다 봤다." (p.17)

주인공 소가 마사유키는 3대째 정원사를 가업으로 하는 소가조원의 3대 정원사이다. 답답할 정도로 원리원칙을 고수하고 정원을 그 누구보다 아끼고 있다.

[눈의 소철나무]는 소가조원의 3대 정원사 마사유키 그리고 부채꼴 집을 중심으로 2013년7월2일부터 닷세뒤인 2013년7월7일까지의 이야기가 숨겨진 13년간의 사연과 함께 전개된다. 13년간 이어진 마사유키의 답답함이 풀리는 닷세간의 이야기다.

보이지 않는 결핍을 따라가고 있지만, 어찌보면 부모와 자식간의 애정결핍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아이가 가장 먼저 만나는 세계인 부모에게서 인정받고 사랑받으면서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는 평범한 일상에 놓이지 못했을 때 맞닥트리는 세계는 생각 이상으로 차갑다. 부모에게 거부당한 아이는 자신의 결핍과 외로움을 알지 못한채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간다.

"기대하고 말거든요. 아주 약간의 정이라도 주었으면 좋겠다구요. 하지만 원하는 걸 얻지 못한 채 배신당하지요. 그런 일이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됩니다." (p.205)

부모는 아니지만 속죄하는 마음으로 료혜이를 13년간 돌본 마사유키 그리고 그를 거부하면서도 놓지 못하는 료혜이. 작은 료헤이가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았던 세계는 마사유키였다.

"료헤이는 아무리 화내고 욕설을 퍼붓고 난폭하게 굴어도 마사유키가 돌아갈 때면 매달리는 눈빛을 한다. 어렸을 때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가지 마. 계속 같이 있어줘. 언제까지고 계속...." (p.37)

속죄를 위해서 였든, 그가 가진 결핍으로 인한 이끌림이었든 13년간 우직한 마사유키의 진심이 료헤이를 세상밖으로 끌어내고, 마사유키의 또하나의 진심이 닿아 따뜻한 결말을 보여준다. 정원사 마사유키의 성실한 모습은 고즈넉한 일본의 정원을 떠올리며 쓰리시노부의 맑은 풍경소리를 상상하기에 충분했다.

"창밖에 쓰리시노부가 보인다. 살랑 부는 바람에도 풍경이 흔들린다. 마이코가 물을 주었나보다. 이끼와 넉줄고사리가 촉촉이 젖어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중략)

'모든 게 다 지금부터 시작이야.'

밥이 하얗게 빛나 보인다. 결심하고 입에 넣자 그 따뜻함에 몸이 떨렸다. 꼭꼭 씹어 맛을 음미한다. 그리고 천천히 삼켰다.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사람 앞에서 울었다. 개라서 다행이다. 바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p.420)

어울리지 않는 감상일지도 모르지만, 나의 아이에게 나는 따뜻하고 충분한 세상이 되어주고 있는지 뒤돌아 보게 하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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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기 좋은 날 - 감자의 자신만만 직장 탈출기
감자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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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소리라고 질타받을지 모르지만, 직장생활 20년이 넘은 지금은 항상 사표가 주머니에 준비되어 있는 경지를 넘어 당장이라도 책상을 정리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심지어 마음에 들지 않는 인사이동이라도 있을때면 이미 마음은 안드로메다에 가 있다. 부럽다! 감자, 고구마. 나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표 한번 시원하게 던져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해맑게 웃으면서 사표를 들고 있는 표지의 감자가 진심 부러워진다.

감자 작가는 인스타그램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스타툰(인스타그램 + 웹툰) 작가다. 디자이너로서 본인이 겪은 직장생활의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공감가게 연재하고 있어 많은 직딩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책에서도 "30대 물경력 아이 없는 유부녀'로 감자를 소개하고 있다.

앞뒤 꽉 막힌 상사와 성실한 신입사원, 업무에 찌든 동료까지 지금 내 주변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에 격하게 공감하게 된다. 나라면 힘들어하는 동료에게 퇴사를 권할 수 있을까?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꾹꾹 누르고 참다가 용기있게 사표를 던질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 또한 절대 그럴 수 없는 월급 노예인지라 안타깝게도 퇴사욕구를 누르면서 여전히 존버하는 직딩이다.

보기만해도 즐거워지는 감자(물경력 유부녀, 온몸에 남아 있는 인내심을 총 동원해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1년을 채우고 싶다) , 고구마(디자인을 하고 싶지만 갖은 잡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래서 퇴사를 결심한다), 소라게(서울대를 나오고 대기업, 중견기업에서 잘나가던 꼰대, 창업을 했지만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가리비(소라게의 와이프, 부부는 일심동체다)가 등장하는 만화를 따라가면서도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진다.

부서이동으로 아주 먼거리를 출퇴근에 시달리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갑자기 사무실 이전을 통보받은 감자의 분노가 이해된다. 원거리 출퇴근을 시작하게 된 나에게 주변사람들은 사리바와 소라게처럼 조금 늦게 출근하고 빨리 퇴근하면 되지 않겠냐며 위로를 했다. 하지만, 위로의 기간의 길지 않다. 늦은 출근과 빠른 퇴근으로 업무의 공백이라도 생기는 날에게는 모든 화살이 '성실하지 못한 근무태도'라는 꼬리를 달고 날아온다. 퇴사할 계획이 없다면 직장이 집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을 해야하는 어쩔 수 없는 고단한 직딩의 삶을 살아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편집실 라꾸라꾸 지박령에서 벗어나고 싶어 퇴사한 첫직장에서부터 망해서 어쩔 수 없었던 퇴사와 사내 왕따를 견디지 못해 그만둔 회사 등 어쩔 수 없는 감자의 퇴사사유를 읽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폭발한다. 이유가 없는 퇴사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꺼내는 이유없이 '죄인' 모드가 되어야 하는 직딩의 삶이 서글프다.

소라게와 가리비의 만행을 담은 에피소드에서는 분노가 끓어오르고, 감자와 고구마의 퇴사와 서로를 격려하는 에피소드에서는 부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시간이었다.

직장인 대공감 웹툰 작가 감자의 리얼 퇴사 스토리를 담고 있는 퇴근하기 좋은 날은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는 월급 노예인 나에게 30대 물경력 유부녀 감자의 당당한 사표 투척의 대리만족을 안겨주는 책이었다.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회사 생활이었다고, 회사가 그리워지고 기억 왜곡이 일어날 때마다 이 책을 읽는다"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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