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성교육 사전 세트 : 여자아이 몸 + 마음 - 전2권 - 초등 여자아이가 꼭 알아야 할 53가지 성교육 이야기 아홉 살 성교육 사전
손경이 지음, 원정민 그림 / 다산에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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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역이든 아이들 교육이 쉬운 건 없지만, 특히나 성 교육은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지도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대부분의 부모들이 우왕좌왕하게 된다. 아니 나만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이가 어떻게 생겨요?' 내지는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요?' 등 대답을 얼버무리기 쉬운 질문들이 한두 가지 아니다. 우리 아이는 이미 다 자라서 어쩌면 엄마보다도 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울 집 귀염둥이 막내 조카를 위해 읽어 보기로 한다.

다산에듀의 아홉 살 성교육 사전은 몸과 마음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달하기 어려운 성 교육도 교육이지만, 요즘처럼 흉흉한 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아이를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한다.  저자는 17년 경력의 국내 최고의 성교육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나만 해도 어릴 적 아들과 딸의 엄청난 차별을 겪고 자라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남녀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들들에게 '살림'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고 무기력하게 현실에 순응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아들을 '좋은 남자로 키우겠다'라는 생각으로 성교육을 시작한 저자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아홉 살 성교육 사전_여자아이 몸 ]

몸에 대한 이야기부터 사춘기 초경에 이르기까지 아이가 궁금해할 만한 몸에 대한 28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내 이야기를 들어봐' 코너를 통해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일기처럼 서술되고, 이어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의 목소리로 서술되는 질문은 아이에게 누구나 궁금해하고 있는 몸에 대한 궁금증을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느낌으로 접할 수 있게 해준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다른 몸에 대한 구조를 정확한 명칭과 함께 설명하고 있어 기피하거나 숨기는 듯한 지도 방법이 아니라서 좋다. 또한, 단원의 사이사이 '궁금한 게 있어요!' 코너에서는 간단히 설명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좀 더 자세하게 공부할 수 있어서 부족한 느낌을 메워준다. 마지막으로 각 챕터의 마지막에 위치하고 있는 방과 후 활동의 ox 퀴즈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 공부한 것을 리뷰해보기에 좋은 교재가 되어 준다.


[아홉 살 성교육 사전_여자아이 마음 ]

보통의 성교육을 몸에 대한 교육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나의 편견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책이다. 몸에 대한 물리적인 교육에 이어 꼭 필요한 마음에 대한 30가지 이야기가 다뤄지고 있다. 여자아이가 겪어야 할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헤쳐나갈 수 있는 에너지와 주체성을 키울 수 있는 꼭 필요한 지식을 다루고 있다. 마음에 대하나 부분은 아이에 대한 교육도 교육이지만 아이들에게 잘못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어른들도 한 번쯤 꼭 읽어 봐야 할 내용이다.

너무 많은 매체에 노출되어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편협한 부모의 지식으로 '성교육'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무겁고 고민스러울 때, 아이와 함께 가벼운 산책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성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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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리커버 양장본)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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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게 당신의 걱정이나 고민을 다 말해요. 그런 다음 풀어 주면 새가 모두 가지고 날아갑니다." (p.6)

지금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어떤 말일까? 갈수록 각박해지는 요즘 외롭고 쓸쓸한 마음에 '보고 싶다', '사랑한다'라는 말일 수도,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최고다', '너 만한 사람이 없다'라는 말일 수도 있다. 사람에 지칠 때면 아무것도 아닌 한마디에 상처받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따뜻한 말 한마디에 모든 슬픔이 녹아내리듯 위로받기도 한다.

항상 '괜찮다'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힘들어도, 외로워도 말이다. 젊었을 적에는 넘치는 에너지로 야단을 맞아도 구박을 받아도 여전히 씩씩하게 세상과 맞섰다. 마흔을 넘어 반백살이 가까워지고 있는 요즘에는 '괜찮다'라는 말보다 '힘들다'라는 말을 남기고 싶을 때가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나이 듦인가 싶다.

"함부로 쏜 화살. 젊은 날의 치기를 비유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이 있을까. 그 화살은 타인을 향해서도 발사됐지만, 그보다 더 자주, 더 깊이 스스로의 가슴에 꽂히는 일이 많았다." (p.64)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싶은 욕심이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미워해야 하고, 상대방 역시 나를 미워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때 삶이 얼마나 피곤해지곤 하는지,,, 몸의 고단함은 하루 저녁의 단잠과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쉬이 달랠 수 있지만 마음의 고단함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나를 괴롭히곤 한다.

"우리에겐 누구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 자체는 탓할 일도, 억지로 가라앉힐 일도 아니고 그저 자연스러운 욕망일 뿐이다." (p.44)

최선보다는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아마도 최선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기본값이라는 생각의 출발이었으리라. 하지만 이제는 안다. 최선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다 하지 않는 일임을 말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할 수 있지만 최선에 인색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의 동원에만 매몰되어 있다. 최선의 과정보다는 잘 꾸며진 결론에만 집착하는 어리석음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최선'이라는 말이 불러온 마법 (중략) 잘하고 싶었지만, 능력이 여기까지밖에 미치지 못했다. 그럴 때 쓰는 최선이란 말. 그래, 참 신기하고 장한 말이구나." (p.104)

어릴 적 엄마의 '밥은?'이라는 말에 엄마는 나한테 물어볼 말이 '밥 먹었냐'라는 말밖에 없나 하고 철없이 서운해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이제는 엄마의 '밥은?'이라는 말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게 된다. 자신들의 밥에 대해 그만 좀 궁금해 하라며 철없는 어린 시절의 나처럼 아이들은 엄마의 '밥은?'이라는 질문에 투덜거리며 불만을 말하곤 한다. 이들도 나처럼 부모가 되고 나면 엄마의 '밥은?'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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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숨결
박상민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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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생명의 불빛을 들고 있는 듯한 여자와 의사인 듯한 남자가 수평선으로 맞닿아 있다. 마치 이중인격을 그리는 듯한다. 지킬과 하이드처럼 양면성을 가진 누군가가 등장하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책을 편다.

열 번째 생일을 맞은 아이는 반려견 미키와 산책을 허락받기 위해 오늘을 애타게 기다렸다. 작은 체구의 아이가 덩치 큰 반려견 미키와의 산책을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오늘도 엄마는 산책을 허락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이의 눈물에 엄마는 아이와 미키의 산책을 허락한다. 아이가 생명에 대한 비틀어진 고정관념을 갖게 되는 출발점이 되는 사건이 되리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아이는 반려견 미키를 시작으로 주변의 사랑하는 생명들을 하나씩 하나씩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아이에게 어른들은 말한다. 힘든 생을 마치고 그들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으니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곳은 모든 생명의 영원한 안식처야. 거기서는 이 세상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단다. 슬픔, 고통, 분노, 좌절 같은 건 하나도 없으니까." (p.359)

사람을 살리는 서전이 되고 싶은 외과의 현우. 그는 환자들과의 인간적인 교감도 주변 사람과의 끈끈한 관계에도 집착하지 않고 조금은 무기력하게 버티듯 대학병원 수련의 생활을 하고 있던 중, 의문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수아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일상으로 돌아오게 해주기 위해 수아 아버지의 의문의 사고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녀가 알아서는 안될 비밀이 숨어 있을 지도 모르는 암흑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 간다. 손에 닿을 듯 닿지 않는 그녀를 잡기 위해서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환자들을 지키기 위해서.

"죽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존재가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기억해 주는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살아 움직인다. 인생의 궤적에서 어느 순간 만났던 이들의 마음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는 것이다." (p.283)

작가와 편집자가 합을 맞춰 최고의 재미를 추구하는 프로젝트 '아프로스 오리지널' 시리지의 첫번째 책인 이 책은 현직 의사가 집필한  '진실의 양면성'을 테마로 하고 있는 메디컬 미스터리다. 의료드라마나 소설은 묘한 매력이 있다. 휘리릭 넘어가는 용어를 따라가기도 어렵고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탓에 현실감 보다는 상상속의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몰입하게 된다.

현직 의사가 쓴 감성 메디컬 미스터리 '차가운 숨결'은 메디컬 미스터리와 풋풋한 로맨스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이다. 부정적으로 인지된 잘못된 인지로 인한 비틀어진 인성이 사람의 목숨을 휘두르는 악귀로 자란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두 개의 결말이라고 표현되는 결말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아서 미련인 듯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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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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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한테는 끝인 것이 사실 나비한테는 시작이죠" (1권 p.371)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대한 나의 기억은 좋은 편에 속하지 않는다. 항상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신간이 출간되고 대부분을 손을 슬쩍 대보기는 하지만 왠지 어려운 탓에 끝까지 읽기보다는 중간 그 어디쯤에서 멈춘 기억이 많기 때문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서평단 모집이 시작되고 홀린 듯 서평단 신청을 한다. 감사히도 서평단에 뽑아주신 책콩 덕분에 여유를 부려가며 다시 한번 베르베르의 소설에 도전장을 던져본다. 기분 탓인지 이번 기억은 전작과 달리 가볍게 술술 읽히는 느낌이다.  동양적 정서에 잘 맞는 '윤회'와 '전생'을 다른 탓인지 색다르게 재미있기까지 하다.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 두 권을 여유로운 일요일 뒹굴뒹굴하며 훌쩍 읽어버린다.

주인공 르네의 111가지의 전생과 현생을 겹겹이 보여주듯 비추는 방향에 따른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렌티큘러 표지가 독자를 맞는다. 보통의 윤회를 다룬 이야기들이 한 번의 윤회를 언급하는 데 반해 베르나르의 기억은 무려 111가지의 전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소 과장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전설의 아틀란티스 대륙의 거인 게브를 거쳐 현생에 르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인생에서 아쉬움을 자아냈던 작은 조각들과 기억들이 이어져 완성된 영혼의 므네모스를 만든다.

무료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던 역사교사 르네는 우연히 찾은 공연장 '판도라의 상자'의 심층 최면 대상자로 지목되어 최면술사 오팔의 인도로 전생의 기억에 도달한다. 영웅적인 삶을 살았던 이폴리트를 시작으로 평화로운 생을 마감하는 레옹틴 백작부인을 지나 쾌감의 절정을 이룬 제노를 거쳐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게브에게 이르기까지의 심층 최면은 계속되고 르네는 그들이 생을 마치며 희망하는 바람으로 111개의 전생이 계속되고 있음에 이르게 된다.

많은 기억들이 왜곡되어 기억되고 있으며, 무수히 많은 역사들이 사실이 아닌 승자에 의한 기록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경험한 전생이 사실임을 증명하고, 게브의 기록을 현생에서 찾아 원하는 데로 집단의 기억을 만들어 고정시켜버리는 기억의 왜곡을 바로잡고 싶은 르네의 바람이 최면술을 뜻하는 히프노스로부터 전설의 아틀란티스를 거쳐 전설을 그들의 기억을 전하려던 게브와 누트가 두손을 꼭 잡고 잠든 이집트까지의 여정으로 이어진다.

"사실은 내가 당신의 무의식에 들어가 그 카드를 심어 놨어요. 당신은 그 카드를 고른다고 믿었지만 실제로 당신이 고른 게 아니라는 뜻이에요. 마술 영로는 이걸 <강요된 선택>이라고 하죠." (1권 p.233)

두 권의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세뇌당하듯 윤회와 전생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의 삶 또한 앞선 누군가의 삶에서 갈망하던 무엇인가를 이루는 삶인지 말이다.

"당신이라고 믿는 게 당신의 전부가 아닙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나요." (2권 p.136)

양파껍질처럼 겹겹이 쌓이 마트로시카 인형처럼 기억을 담은 무표정한 얼굴이 이어진다. 사약한 물욕으로 무심코 보아넘긴 렌티큘퍼 표지가 초판본 한정 표지라는 말에 소장욕구가 한층 더 높아진다. 적당한 무게감과 활자를 가진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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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오해
E, Crystal 지음 / 시코(C Co.)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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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오해는 20여만 명이 다운로드했던 웹 소설 '길 잃은 도로시'의 저자 E, Crystal의 첫 번째 종이책이다. 인기 있는 웹 소설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쉽게 읽히고 가볍게 읽기 좋은 특유의 웹 소설스러운 분위기가 담뿍 묻어나는 책이었다. 워낙 웹 소설을 좋아하는 탓에 기대감을 품고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만족스럽다.

세주, 유주, 비주 세 자매를 그린 비밀과 오해는 그녀들의 평온한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세주의 약혼자 자살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녀들은 세 자매의 맏이 세주의 약혼자 형석의 자살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된 비밀을 가슴에 품고 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자매들을 지키기 위해 비밀을 지키기 위한 가슴 앓이를 이어가고 있다. 나 혼자만 비밀을 지키면 언니가, 동생이 더 이상 가슴 아프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말이다. 

"사람들은 늘 서로의 사생활을 거래한다. 자신이 이만큼 터놓고 이야기해주었으니, 상대도 당연히 그쯤은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는 식이다. 간혹 비밀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상대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중략) 원치 않는 상대에게 숨김없이 자신을 내보이는 일처럼 힘겨운 일은 없다." (p.141)

5년 전 세주의 약혼자 형석은 모두에게 죄송하다는 유서만을 남긴 채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하고, 불행의 시작을 알리듯 그곳에 모인 세 자매. 그녀들은 각자의 비밀을 숨긴 채 서로를 사랑하며, 의심하며 그렇게 일상을 이어간다. 비밀과 오해는 이런 그녀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비밀이 풀리게 되는 18일간의 기록이다. 서로를 등질 수도 품을 수도 없는 그녀들의 모습을 표현한 작가의 삽화는 세 자매의 심리를 대변하는 듯하다.

"충수염 진단은 100%까지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대. 80%까지 의심되면 그냥 수술한다는 거야 (중략) 그리고 막상 수술에 들어가선 설령 충수가 정상이라 하더라도 충수를 자른대 (중략) 난 그 충수가 우리 세 자매 중 나 같다는 생각이 들어 (중략) 일단 의심되면 그냥 떼어버리는 거지. 없어져도 상관없으니까." (p. 79)

형석의 자살의 트라우마 탓인지 그녀들의 사랑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세주에게 끊임없는 구애를 쏟아붓고 있는 연하남  승현, 오해로 비롯된 소문을 믿고 그녀에게 또 하나의 상처를 남긴다.

둘째 유주의 사랑에 목말라하는 진우, 평생을 유주와 함께하고 싶지만 곁을 주지 않는 유주 때문에 항상 마음이 아프다.

비주의 해바라기에 흔들리는 남자 동욱, 열 살을 훌쩍 넘는 나이차가 부담스럽지만 그에게 매달리는 비주가 항상 눈에 밟힌다.

오해로부터 비롯된 비밀이 그녀들의 일상을 잠식하고, 오해를 풀기까지 그녀들의 가슴 앓이가 오롯이 느껴진다. 믿고 있는 것이 전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면서도, 확인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에 비밀로 숨어버린다. 오랜 시간이 지나 모든 것이 오해였고 이유 없는 비밀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비밀과 오해를 알게 지금부터라도 그녀들의 행복할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은 모두 사실일까요?

당신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숱한 비밀과 오해 때문에 나는 당신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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