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오해
E, Crystal 지음 / 시코(C Co.)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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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오해는 20여만 명이 다운로드했던 웹 소설 '길 잃은 도로시'의 저자 E, Crystal의 첫 번째 종이책이다. 인기 있는 웹 소설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쉽게 읽히고 가볍게 읽기 좋은 특유의 웹 소설스러운 분위기가 담뿍 묻어나는 책이었다. 워낙 웹 소설을 좋아하는 탓에 기대감을 품고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만족스럽다.

세주, 유주, 비주 세 자매를 그린 비밀과 오해는 그녀들의 평온한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세주의 약혼자 자살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녀들은 세 자매의 맏이 세주의 약혼자 형석의 자살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된 비밀을 가슴에 품고 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자매들을 지키기 위해 비밀을 지키기 위한 가슴 앓이를 이어가고 있다. 나 혼자만 비밀을 지키면 언니가, 동생이 더 이상 가슴 아프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말이다. 

"사람들은 늘 서로의 사생활을 거래한다. 자신이 이만큼 터놓고 이야기해주었으니, 상대도 당연히 그쯤은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는 식이다. 간혹 비밀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상대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중략) 원치 않는 상대에게 숨김없이 자신을 내보이는 일처럼 힘겨운 일은 없다." (p.141)

5년 전 세주의 약혼자 형석은 모두에게 죄송하다는 유서만을 남긴 채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하고, 불행의 시작을 알리듯 그곳에 모인 세 자매. 그녀들은 각자의 비밀을 숨긴 채 서로를 사랑하며, 의심하며 그렇게 일상을 이어간다. 비밀과 오해는 이런 그녀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비밀이 풀리게 되는 18일간의 기록이다. 서로를 등질 수도 품을 수도 없는 그녀들의 모습을 표현한 작가의 삽화는 세 자매의 심리를 대변하는 듯하다.

"충수염 진단은 100%까지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대. 80%까지 의심되면 그냥 수술한다는 거야 (중략) 그리고 막상 수술에 들어가선 설령 충수가 정상이라 하더라도 충수를 자른대 (중략) 난 그 충수가 우리 세 자매 중 나 같다는 생각이 들어 (중략) 일단 의심되면 그냥 떼어버리는 거지. 없어져도 상관없으니까." (p. 79)

형석의 자살의 트라우마 탓인지 그녀들의 사랑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세주에게 끊임없는 구애를 쏟아붓고 있는 연하남  승현, 오해로 비롯된 소문을 믿고 그녀에게 또 하나의 상처를 남긴다.

둘째 유주의 사랑에 목말라하는 진우, 평생을 유주와 함께하고 싶지만 곁을 주지 않는 유주 때문에 항상 마음이 아프다.

비주의 해바라기에 흔들리는 남자 동욱, 열 살을 훌쩍 넘는 나이차가 부담스럽지만 그에게 매달리는 비주가 항상 눈에 밟힌다.

오해로부터 비롯된 비밀이 그녀들의 일상을 잠식하고, 오해를 풀기까지 그녀들의 가슴 앓이가 오롯이 느껴진다. 믿고 있는 것이 전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면서도, 확인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에 비밀로 숨어버린다. 오랜 시간이 지나 모든 것이 오해였고 이유 없는 비밀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비밀과 오해를 알게 지금부터라도 그녀들의 행복할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은 모두 사실일까요?

당신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숱한 비밀과 오해 때문에 나는 당신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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