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리커버 양장본)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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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게 당신의 걱정이나 고민을 다 말해요. 그런 다음 풀어 주면 새가 모두 가지고 날아갑니다." (p.6)

지금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어떤 말일까? 갈수록 각박해지는 요즘 외롭고 쓸쓸한 마음에 '보고 싶다', '사랑한다'라는 말일 수도,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최고다', '너 만한 사람이 없다'라는 말일 수도 있다. 사람에 지칠 때면 아무것도 아닌 한마디에 상처받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따뜻한 말 한마디에 모든 슬픔이 녹아내리듯 위로받기도 한다.

항상 '괜찮다'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힘들어도, 외로워도 말이다. 젊었을 적에는 넘치는 에너지로 야단을 맞아도 구박을 받아도 여전히 씩씩하게 세상과 맞섰다. 마흔을 넘어 반백살이 가까워지고 있는 요즘에는 '괜찮다'라는 말보다 '힘들다'라는 말을 남기고 싶을 때가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나이 듦인가 싶다.

"함부로 쏜 화살. 젊은 날의 치기를 비유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이 있을까. 그 화살은 타인을 향해서도 발사됐지만, 그보다 더 자주, 더 깊이 스스로의 가슴에 꽂히는 일이 많았다." (p.64)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싶은 욕심이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미워해야 하고, 상대방 역시 나를 미워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때 삶이 얼마나 피곤해지곤 하는지,,, 몸의 고단함은 하루 저녁의 단잠과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쉬이 달랠 수 있지만 마음의 고단함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나를 괴롭히곤 한다.

"우리에겐 누구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 자체는 탓할 일도, 억지로 가라앉힐 일도 아니고 그저 자연스러운 욕망일 뿐이다." (p.44)

최선보다는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아마도 최선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기본값이라는 생각의 출발이었으리라. 하지만 이제는 안다. 최선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다 하지 않는 일임을 말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할 수 있지만 최선에 인색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의 동원에만 매몰되어 있다. 최선의 과정보다는 잘 꾸며진 결론에만 집착하는 어리석음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최선'이라는 말이 불러온 마법 (중략) 잘하고 싶었지만, 능력이 여기까지밖에 미치지 못했다. 그럴 때 쓰는 최선이란 말. 그래, 참 신기하고 장한 말이구나." (p.104)

어릴 적 엄마의 '밥은?'이라는 말에 엄마는 나한테 물어볼 말이 '밥 먹었냐'라는 말밖에 없나 하고 철없이 서운해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이제는 엄마의 '밥은?'이라는 말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게 된다. 자신들의 밥에 대해 그만 좀 궁금해 하라며 철없는 어린 시절의 나처럼 아이들은 엄마의 '밥은?'이라는 질문에 투덜거리며 불만을 말하곤 한다. 이들도 나처럼 부모가 되고 나면 엄마의 '밥은?'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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