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숨결
박상민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꺼져가는 생명의 불빛을 들고 있는 듯한 여자와 의사인 듯한 남자가 수평선으로 맞닿아 있다. 마치 이중인격을 그리는 듯한다. 지킬과 하이드처럼 양면성을 가진 누군가가 등장하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책을 편다.

열 번째 생일을 맞은 아이는 반려견 미키와 산책을 허락받기 위해 오늘을 애타게 기다렸다. 작은 체구의 아이가 덩치 큰 반려견 미키와의 산책을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오늘도 엄마는 산책을 허락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이의 눈물에 엄마는 아이와 미키의 산책을 허락한다. 아이가 생명에 대한 비틀어진 고정관념을 갖게 되는 출발점이 되는 사건이 되리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아이는 반려견 미키를 시작으로 주변의 사랑하는 생명들을 하나씩 하나씩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아이에게 어른들은 말한다. 힘든 생을 마치고 그들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으니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곳은 모든 생명의 영원한 안식처야. 거기서는 이 세상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단다. 슬픔, 고통, 분노, 좌절 같은 건 하나도 없으니까." (p.359)

사람을 살리는 서전이 되고 싶은 외과의 현우. 그는 환자들과의 인간적인 교감도 주변 사람과의 끈끈한 관계에도 집착하지 않고 조금은 무기력하게 버티듯 대학병원 수련의 생활을 하고 있던 중, 의문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수아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일상으로 돌아오게 해주기 위해 수아 아버지의 의문의 사고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녀가 알아서는 안될 비밀이 숨어 있을 지도 모르는 암흑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 간다. 손에 닿을 듯 닿지 않는 그녀를 잡기 위해서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환자들을 지키기 위해서.

"죽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존재가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기억해 주는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살아 움직인다. 인생의 궤적에서 어느 순간 만났던 이들의 마음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는 것이다." (p.283)

작가와 편집자가 합을 맞춰 최고의 재미를 추구하는 프로젝트 '아프로스 오리지널' 시리지의 첫번째 책인 이 책은 현직 의사가 집필한  '진실의 양면성'을 테마로 하고 있는 메디컬 미스터리다. 의료드라마나 소설은 묘한 매력이 있다. 휘리릭 넘어가는 용어를 따라가기도 어렵고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탓에 현실감 보다는 상상속의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몰입하게 된다.

현직 의사가 쓴 감성 메디컬 미스터리 '차가운 숨결'은 메디컬 미스터리와 풋풋한 로맨스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이다. 부정적으로 인지된 잘못된 인지로 인한 비틀어진 인성이 사람의 목숨을 휘두르는 악귀로 자란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두 개의 결말이라고 표현되는 결말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아서 미련인 듯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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