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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마시 탐정 트리오 ㅣ 한국추리문학선 13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6월
평점 :
할마시, 할머니의 경상도 사투리, 같은 사투리 할매와 달리 할머니가 미울 때 쓰는 말로 알려져있다. 왠지 어감에서도 비뚤어진 느낌을 팍팍 풍겨주고 있으니 호의적인 호칭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할마시의 비뚤어진 느낌 때문에 마음에 든다는 할머님 세 분이 계시니 그분들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풍요 실버타운의 할마시 탐정 트리오다,
세상 모두에게 공평한 시간이라는 순리에 따라 사람들 누구나 –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 몸을 움직이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한 박자 느려진 노인이 되어간다. 그리고 노인이 된 사람들 중 일부는 좀 더 안전한(?) 여생을 위해 노인들만 모여 사는 - 덕분에 무료하기가 하늘 아래 최고라 할 수 있는 - 실버타운에 입주하기도 한다.
"제대로 낚인 거지. 우리는 딱 세 마디야. 곧 죽을 식물, 아무도 안 쳐다봐. 가끔 신경은 쓰여. 한번은 자식들이 들여 다보지. 그게 다야. 재미없고 곧 죽을 식물 같은 존재니, 그냥 무시하고 생각 안하는 거지. 그런 상태에서 떡하니 누군가 관심 주고, 선물 주고, 말 걸어 주고 그리고 이성이기까지해. 그럼 완전히 그루밍 범죄에 딱 넘어가는 거야." (p.222)
여러 가지 이유로 실버타운에 입주해있지만 여전히 활동적인 노인들에게 실버타운은 만족스럽지 못한 생활공간이다. 하지 말라는 것도 많고, 먹지 말라는 것도 많고,,, 그리하여 무료함에 지친 풍요 실버타운의 고인물 3인방 전직 미스터리 드라마 작가였던 가영 할머니, 미용실 원장님께 이용당하는 소심 대마왕 나정 할머니, 젊은 시절 과일 행상으로 다져진 강한 체력의 소유자 다정 할머니는 생활비도 줄이고 실버타운의 무료함도 날려버리고자 ‘할마시 탐정 트리오’를 결성한다.
"여기서는 누구나 온 정신을 쏟을 게 필요하다. 안 그러면 미치거나, 망각으로 지름길로 달음질쳐 달려간다. 아마도 그에게는 저 화분이 그랬을지 모른다. 그는 여기서 또 다른 감옥으로 가는 거겠지." (p.145)
풍요 실버타운의 운영에 흠집이라도 생길까 걱정하는 김 실장의 제안으로 조사를 시작한 변사사건 조사를 성공리에 끝마친 할마시 탐정단은 입주자들의 의뢰를 받아 빈티지 앤티크 접시 도난 사건부터 몸캠 피싱 사건까지 할머니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어르신들이 의뢰한 사건이다 보니 극적인 추리를 필요로 하는 사건은 아니지만 할머니 탐정단은 매의 눈으로 동년배의 어르신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유쾌 – 때때로 할머니들의 안전이 걱정되기도 한다 - 하게 파헤친다.
얼마 남지 않은 반백의 나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요즘 나이 들어갊에 대한 생각이 부쩍 많아진다. 어릴 적 생각하던 마흔, 쉰이라는 나이가 지금 나의 모습 – 나이는 자꾸 늘어가는데 젊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 에 투영되지 않고, 남들은 늙을지 몰라도 난 항상 이팔청춘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풍요 실버타운의 고인물 3인방 할머니들도 어쩌면 나와 같은 마음으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Go!의 마음으로 할마시 탐정단을 만들지 않았을까... 이성적으로는 세월이 흘러 이미 노인이라는 것을 알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이팔청춘이라고 믿고 말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늙고 병이 들겠지만, 그럼에도 나만은 언제나 이팔청춘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진심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풍요 실버타운의 할마시 탐정 트리오 파이팅!!
"인생은 그런 거였다. 어느덧 하나의 문턱을 넘어 또 다른 세계로 가는 것." (p.100)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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