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즈 앤 올
카미유 드 안젤리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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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비밀을 간직한 채 혼자가 되어버린 열여섯 어린 소녀 매런, 그녀를 낳아준 엄마조차 때때로 그녀를 두려워한다. 아주 어린 시절 그녀를 돌보던 베이비시터 페니를 시작으로 매런은 용납되지 않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그녀를 욕망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먹어치우는 식인자다. 덕분에 매런과 엄마는 그녀의 끔찍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 매런이 허기를 채울 때마다 아무도 그녀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이사를 반복하는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때 허기와 확신이 내게 천천히 스며들었고,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페니 월슨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그저 어릴 때 내가 끔찍한 짓을 저질렀고, 그 짓을 또 반복하려 한다는 느낌만 있었다. 마법의 텐 트는 아니었지만 우리 둘 중 하나는 이 텐트에서 나 가지 못하리라고 확신했다." (p.22)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느끼기 무섭게 어김없이 시작되는 식인 욕구. 어린 소녀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을 끔찍하게 여기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는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하는 안타까운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마저 매런을 남겨두고 떠나버리자, 홀로 남은 어린 소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빠는 어쩌면 그녀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허기를 받아들여 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으로 아빠를 찾아 나선다.

엄마가 남겨둔 주소만으로 아빠를 찾아 나선 매런. 어린 소녀의 핏빛 욕구는 끊임없이 그녀의 여정을 방해하며 갈수록 깊은 절망의 늪으로 그녀를 잡아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용납되지 않는 허기를 가진 유일한 존재라 여겼던 그녀는 같은 식인자 성향을 가진 어른 설리와 또래 소년 리를 만나게 된다.

어린 소녀는 자신의 비밀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고 그녀를 이해해 주는 소년에게로 마음이 향하지만, 드디어 만난 친구를 잃을지도 모르는 불행한 일을 막기 위해 커져가는 그녀의 마음을 애써감추고 있다.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매런과의 거리를 좁혀가는 리. 외로움의 끝에서 겨우 만난 어린 소녀와 소년은 그들 앞에 펼쳐진 위험을 이겨내고 무사히 함께할 수 있을까,,,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식인 욕구에 몸서리치는 어린 소녀의 섬세한 심리묘사 덕분에 입안 가득 비릿한 피 맛과 피로 가득한 생생한 식인 현장을 상상하게 된다.

“네가 한 짓을 본 사람은 나 뿐이야.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야. 아직 아무도 그 직원의 차를 보지 못했어. 우린 무사해” (p.142)

본즈 앤 올을 원작으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도 감독,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영화가 올겨울 개봉할 예정이다. 이루어지기 어려웠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남남 커플이 이번 영화에서는 매런과 리 남녀 커플이 되어 여전히 어려운 사랑을 이어갈 예정이라 그런지 리와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엘리오가 비슷한 분위기이지 싶다. 아무튼 티모시 샬라메와 식인 소년 리가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 개인적인 생각 –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는 순서를 선호하지만 - 과 함께 원작 소설의 여운을 즐기며 영화 개봉을 기다리기로 한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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