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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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이 없는 아이였는데, 그건 나 자신을 홍차 잔에 곁들인 각설탕인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쓰일 일 없는 각설탕처럼. 어른들 옆에 있을 때만 그렇게 느꼈지만,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어른 옆에서 지냈고, 아이 - 한 동네 사는 '친구'들 - 와 함께 있는 것보다 어른과 함께인 편을 좋아했다. 아마도 홍차 잔에 곁들인 각설탕으로 지내는 편이 성격에 맞았던 것이리라. 쓸모없는, 하지만 누구나 거기에 있기를 바라는 각설탕인 편이." (p.15)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고 나면 왠지 모를 먹먹함을 생각하게 된다. 작가 특유의 담백하고 간결한 문체는 – 개인적인 성향과 잘 맞아서겠지만 - 어느새 주인공의 감정에 나를 동화시킨다.

지금은 즐겨먹지 않지만 어릴 적 바닐라 맛 웨하스는 과자 구입 품목에서 빠지지 않는 과자였다. 우리 아빠는 – 무슨 이유에서인지 알 수는 없다 – 매년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실 때 바닐라 맛 웨하스와 둥근 통에 알록달록 과일 맛 사탕이 들어있는 사랑방 캔디를 빼놓지 않으셨다. 덕분에 – 책과는 상관없지만 – 아주 오래전 따뜻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책장을 편다.

웨하스는 달콤함과 연약함을 함께 가지고 있는 과자다. 조금 세게 잡기만 해도 허망하게 툭 부러져버린다. 그래서일까, 웨하스 의자 속의 주인공이 담담히 전하는 인간의 외로움과 공허함이 마치 연약하기 그지없는 웨하스의 모습처럼 보인다.

"바삭하고 두툼한 게 아니라, 하얗고 얇고 손바닥에 얹어만놓아도 눅눅해질 것처럼 허망한 것이다. 잘못 입에 넣으면 입천장 에 달라붙어 버리는." (p.72)

그녀는 단란한 가족의 일원으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가족들에게 듬뿍 사랑을 받았던 반려견 보다는 찰나의 순간에 마주했던 쓸쓸한 모습의 강아지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반려견의 죽음을 시작으로 가까웠던 아빠의 친구,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빠의 교통사고 그리고 4년 전 엄마의 죽음까지... 온기를 나누던 이들의 죽음은 그녀를 절망이라는 동굴로 몰아가기에 충분하다.

사랑의 끝을 절망으로 인식한 그녀는 더 이상의 사랑을 지탱할 수 있는 용기를 얻지 못한다. 절망과 고독 속에서 그저 살아내는 것이 유일한 희망일 뿐이다.

"내게 인생이란 운동장 같은 것이다. 입구도 출구도 없고, 물론 어딘가에는 있을 테지만, 있어도 별 의미가 없다. 무질서하고, 전진도 후퇴도 없다. 모두들 그곳에서, 그저 운동을 할 뿐이다. 나는 그곳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p.77)

때문일까,,, 그녀의 사랑은 조금 남다르다. 좀처럼 곁을 내어주지 않는 길고양이들에게 집착하고 가정이 있는 유부남과의 아슬아슬한 사랑을 오래도록 이어간다. 불륜이 미화되지는 않았지만 – 꼬꼬맹이라 불리는 그녀의 여동생조차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와 연인이다 – 그들의 관계가 따뜻한 일상처럼 다뤄지는 탓에 우리와는 생각이 다른 그들의 문화려니 생각하면서도 불편함을 느낀다.

특별한 것이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 간간이 다가오는 절망. 조그만 상처에도 허망하게 툭 부러져버리는 연약한 마음을, 그럼에도 따뜻한 온기를 찾아내서 다시 일어서곤 하는 희망을 다독인다.

"많이 읽지만, 읽고는 이내 잊어버린다. 제목조차 잊어버려서, 때로는 같은 책을 두 권이나 사고 만다. 그리고 읽기 시작하고서도 한참이 지나야 깨닫는다. 가끔은 마지막까지 다 읽고도 몰라, 나중에야 똑같은 책이 두 권 있다고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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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부터의 탈출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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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부터의 탈출은 앵무새 죽이기의 저자로 유명한 고바야시 야스미의 마지막 유작이다. 호러 미스터리 작가로 유혈이 낭자한 글에 익숙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내가 읽은 그의 작품들은 호러 미스터리 보다는 SF에 가까운 작품들이었다. 가장 먼저 읽었던 분리된 기억의 세계에서 단 10분간만 기억을 유지시킬 수 있는 기이한 현상에 놓인 인류의 생존극이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독특한 소재와 생각하지 못한 반전은 매력적인 페이지터너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심각한 고령사회와 갈수록 의존도가 높아지는 인공지능을 맛깔스럽게 역어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아낌없이 느끼게 해준다. 천재작가가 인간에게 던진 두려운 미래와 두려운 미래로부터의 탈출에 대한 질문이라 하겠다. 미래에 무심한 인류에게 멈추지 말고,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무겁게 던진다. 다가올 미래 인간은 지배하는 자가 아니라, 그들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지배당하는 나약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방금 노인의 말은 이 상황에도 들어맞는다. 옛날에 읽었더라도 기억나지 않으면 읽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읽으면 그만이다. 가령 두 번 째더라도 재미있게 읽는다면 아무 손해도 없다." (p.23)

평화로운 요양시설에 머물고 있는 사부로, 그는 뭔가 석연치않은 이곳 생활에 의문을 품는다. 매일 매일 지루하게 반복되고 있는 듯 하지만, 반복되고 있다고 딱 꼬집에 말할 수 없다. 100살이 넘은 나이라 추측되지만 사실 나이도 정확하게 알 수없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모두가 친절하지만 그 뿐이다.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통제당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숨만 쉬는 송장 같은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

"이 메시지를 봤다면 신중하게 행동하라. 메시지를 봤다는 걸 들키면 안 된다. 여기는 감옥이다. 도망치기 위한 힌트는 여기저기에 있다. 조각을 모아라." (p.290)

무료함에 일기장을 뒤지던 사부로는 누군가가 남긴 의문의 힌트를 얻어 탈출을 계획하기에 이르고, 함께 탈출할 동료들을 모아 '헌드레즈'를 결성하지만,,, 철옹성 같은 시설은 그들에게 탈출을 허락할 의사가 없는 것을 알려주듯 헌드레즈 동료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돌아온다.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린채로,,,

사부로가 자신 때문에 동료들의 기억을 잃는 것 같은 죄책감에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잃어가고 있을 때 헌드레즈의 동료들은 그에게 다시 한번 탈출을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주고 드디어 탈출에 성공한 사부로는 인류를 지키기 위한 로봇들의 끔찍한 계획을 알게되고, 이 사실을 알리고 그곳을 파괴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했던 그곳으로 다시 발길을 돌리지만,,,

"그리고 변이 인류들이 로봇들 사이를 느긋하게 걸어 다니고 있었다. 동물과 닮은 사람, 인간과 동물의 모습이 뒤섞인 사람, 여러 동물이 합쳐진 키메라, 그리고 인간과도 동물과도 동떨어진 모습의 사람들-온몸이 근육 덩어리인 거인과 이마 위쪽이 지름 수십 센티미터 크기로 부풀어 오른 사람-도 있었다." (p.192)

그는 또 다시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진실을 조우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는 인류를 위해 또 다시 한걸음 내 디딛일 수 있을 용기를 얻을 수 있을까,,, 사부로의 무모한 용기는 문명의 이기와 인간다움의 경계 그 어디쯤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어준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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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관 - 국내 최초 군대폭력 테마소설집
윤자영 외 지음 / 북오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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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관(考文館) 본래 자문에 응하여 의견을 말하는 직책을 맡은 관리를 뜻하나, 해당 의미보다는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장병을 일컫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훨씬 많다. 군대 용어느낌이 강한 단어지만 성인 남성 대부분이 군대를 다녀오는 한국 사회 구조상 각종 조직 단체에서 관리가 필요한 사람 등을 부르는 은어로 종종 사용된다. (나무위키 편집)


최근 넷플릭스에서 정해인 주연으로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를 주제로한 웹드라마가 성황리에 방영되었다. 군대문화에는 조금도 관심없었던 나 조차도 D,P.를 검색해 볼 정도였으니 죽을때까지 군대문화에 열광 – 남자들은 도대체 왜?! 군대와 축구에 정신을 못차리는 건지 남편과 아들 둘을 둔 여자사람이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하는 남자들에게 인생드라마로 등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겠다.


아니나 다를까 ‘고문관’이라는 책 제목만 보고도 주변의 남자들이 ‘고문관’이 뭔지는 알고 읽는 거냐며 격한 반응을 보인다. 책을 읽기 전 눈에 들어온 ‘군필자는 재입대 악몽 주의!’ 문구가 체감되지 않는데, 역시 내가 여자사람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군대는 남자들에게 애증의 존재인가 보다.


[ 살인트리거 by 윤자영 ]

훈련소의 무차별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시작한다. 묘하게 불평등한 악연을 이어가고 있는 입대동기 정충식과 최호남. 정충식이 보호해주고 싶은 후임에게 일어난 사건과 계속되는 최호남의 악행은 평범한 정충식에게 반전을 담은 총기난사의 트리거를 만든다.


[ 고문관 by 박해로 ]

계부의 지속적인 폭력을 피해 입대하지만, 소심한 성격탓에 고문관으로 낙인되어 배경을 등에업은 후임 유신역의 하극상으로 괴롭힘의 중심에 놓인 주인공 심소남.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제보로 징벌적 훈련을 받던 심소남은 뒤탈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휴가를 받게 되지만 이 또한 괴롭힘의 화살이 되어 되돌아온다. 박해로 작가님의 애정을 담뿍 받고 있는 섭주의 등장과 오컬트적인 서사를 대변하기 위한 부적까지,,, 이전 작품과 연결시키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 불청객이 올 무렵 by 문화류씨 ]

결혼을 앞두고 군생활을 함께한 이들에게 결혼소식을 전하며 그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던 박종운. 군대 이야기로 한참을 떠들던 그들 앞에 떠들썩한 분위기를 가라앉혔던 주인공, 의가사 제대를 한 후임 손말영이 초대받지 않는 손님으로 등장하고, 군대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던 자리는 어느새 새신랑의 추악한 민낯 폭로의 장으로 변모한다.


[ 잃어버린 수첩 by 정명섭 ]

근무 중 수류탄과 총기로 무장한 채 20여명이 넘는 병사들을 사살 후 자신 또한 자살을 시도 했으나 실패한 채 치명적인 상처를 입원한 관심병사. 제대롤 앞두고 동기가 분명하지 않은 총기사건을 조사하던 강민규 상사는 정상진 이병의 진중수첩이 사라진 사실을 발견한다. 정 이병의 총기난사 사건과 사단장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알게된 강 상사는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로 결심한다.


개인적으로 큰 아이가 제대한 지 얼마되지 – ‘요즘 군대 편해졌다’는 말을 극혐 한다 – 않았고, 작은 아이는 군 생활중인터라 간혹 접했던 군대의 강력사건들과 닮아있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설마 우리 아이들이 이런 폭력속에 노출되어 있었던건 아니겠지?’하는 생각으로 무한공감을 느낀다.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젊은 청춘들이, 그것도 제일 즐겁운 시기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묶여있어야하는 징병제가 이제는 조금 바뀌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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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사
유디트 타슐러 지음, 홍순란 옮김, 임홍배 감수 / 창심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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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헤어진 연인을 절대 피할 수 없는 일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서로에 대한 기억의 무게에 따라 설레이기도 끔찍하게 싫을 수도 있을 것이다. 헤어지기 직전의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16년만에 재회한 남녀, 오스트리아의 청소년 문학작가 크사버 잔트와 성 우르슬라 여고의 국어교사 마틸다 카민스키의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추리소설이다.

헤어진 연인의 우연한 만남과 추리소설이 매끄럽게 연상되지않는다. 200페이지 그 어디쯤을 읽을 때까지도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질척거리는 바람둥이 남자와 철벽에 가까운 방어를 시전하고 있는 예민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소설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16년전 이별의 말조차 남기지 않고 자신의 흔적과 함께 사라진 크사버와 마틸다는 대학에서 만나 자그마치 14년을 함께한 오래된 부부 같은 연인이었다. 여성의 교육을 죄악시하는 엄마를 피해 악착같이 국어교사가 된 마틸다는 소설가라고 하지만 백수에 가까운 크사버가 무명을 벗어나기 전까지 거의 모든 생활을 책임지고 있었을 뿐만아니라, 크사버를 소설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3부작 천사의 날개, 천사의 아이, 천사의 피는 - 합의하에 크사버 단독 저자로 발표했지만 - 의 공동저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와 남편이 있는 정상적인 가정을 꿈꾸며 장장 14년을 참아온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어느날 홀연히 사라져 버린 크사버의 예의 없는 이별과 그녀에게는 극도로 거부했던 그의 아이를 가진 소식뿐이다.

국어교사로서의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마틸다에게 다시 나타난 크사버. 그는 마틸다를 떠난 후 마치 벌을 받은 것처럼 아이를 잃고, 아이를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한 전 부인과도 헤어진채 또 다시 혼자가 되어있다. 그래서일까, 재회한 마틸다에게 과도하게 추근대는 추태(?)를 보이기도 한다.

바람둥이와 철벽녀의 티키타카와 비극적인 사건. 로맨스 소설과 추리소설을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16년전 이유를 알 수 없었던 크사버의 도피와 그의 아듷 야코프의 실종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마틸다의 여정이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가볍게 읽히지만 가독성도 몰입감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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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아웃
심포 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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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아웃 - 눈이 많이 내린 뒤 눈 표면에 가스나 안개가 생기면서 주변의 모든 것이 하얗게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흐린 날 눈 덮인 얼음지대에서 심해지며, '시야 상실'이라고도 한다. 이때에는 원근감과 공간감이 없어지고 가까운 곳도 분간하기가 어렵다. (네이버 지식백과)

거친 눈보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오로지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이곳 설산 오쿠도와에 대한 경험뿐이다! 오쿠토와 댐 관리 직원이었던 도카시와 요시오카의 한 겨울 설산의 무모한 등산객 구조로부터 출발한 화이트 아웃은 예상하지 못했던 전대 미문의 설산 테러로 이어진다.

눈보라가 치는 한 겨울 오쿠토와 댐 관리소에 전해진 등산객 소식. 특별한 준비도 없이 올라간 등산객들의 하산 소식을 기다리다 못한 도카시와 요시오카는 더 늦기전 어쩌면 조난자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르는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 눈보라를 뚫고 산에 오르지만, 야속한 날씨는 이들의 편이 되어주지않고,,, 어렵사리 등산객은 구하지만 함께 구조에 나섰던 요시오카는 설산의 부름에 무릎을 꿇고 만다.

혼자 살아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도카시가 절친이자 선의의 경쟁자였던 요시오카를 잃은 죄책감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 그러던 중 요시오카의 약혼녀 지아키가 그를 잃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댐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도카시는 그녀에게 혼자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비번임에도 댐에 남아 그녀를 기다리는데,,,

도카시의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는 기회일까, 운명의 장난일까,,, 일본 최대 저유량을 자랑하는 오쿠토와의 댐을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철벽의 요새로 만들고 요시오카를 기리기 위해 그곳을 찾은 지아키를 비롯한 댐 관리소 직원들을 인질로 잡은 채 일본 정부를 상대로 거액을 요구하는 테러에 휘말리고 만다. 천운으로 테러리스트들의 눈을 피해 도망친 도카시. 화기로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도카시의 유일한 무기는 그간의 경험뿐이다!

그러나 한 겨울의 오쿠토와는 유일하게 그곳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도카시를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끝없이 휘몰아치는 화이트 아웃은 이번에는 기필코 혼자 살아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늨 도카시를 위협하며 극한의 공포를 자아낸다.

자연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이다. 사람을 살리기도,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는 대자연의 섭리가 완벽하게 묘사된 소설이었다.

"3개월 전, 이 오쿠토와의 눈과 추위가 가즈시의 목숨을 앗아갔다. 가즈시와 지아키 사이를 무자비하게 갈라 놓았다. 오쿠토와의 대자연에 비하면 한 인간의 존재는 먼지처럼 가벼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하찮은 인간에게도 살아남으려는 의지는 있다." (p.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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