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부터의 탈출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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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부터의 탈출은 앵무새 죽이기의 저자로 유명한 고바야시 야스미의 마지막 유작이다. 호러 미스터리 작가로 유혈이 낭자한 글에 익숙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내가 읽은 그의 작품들은 호러 미스터리 보다는 SF에 가까운 작품들이었다. 가장 먼저 읽었던 분리된 기억의 세계에서 단 10분간만 기억을 유지시킬 수 있는 기이한 현상에 놓인 인류의 생존극이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독특한 소재와 생각하지 못한 반전은 매력적인 페이지터너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심각한 고령사회와 갈수록 의존도가 높아지는 인공지능을 맛깔스럽게 역어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아낌없이 느끼게 해준다. 천재작가가 인간에게 던진 두려운 미래와 두려운 미래로부터의 탈출에 대한 질문이라 하겠다. 미래에 무심한 인류에게 멈추지 말고,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무겁게 던진다. 다가올 미래 인간은 지배하는 자가 아니라, 그들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지배당하는 나약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방금 노인의 말은 이 상황에도 들어맞는다. 옛날에 읽었더라도 기억나지 않으면 읽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읽으면 그만이다. 가령 두 번 째더라도 재미있게 읽는다면 아무 손해도 없다." (p.23)

평화로운 요양시설에 머물고 있는 사부로, 그는 뭔가 석연치않은 이곳 생활에 의문을 품는다. 매일 매일 지루하게 반복되고 있는 듯 하지만, 반복되고 있다고 딱 꼬집에 말할 수 없다. 100살이 넘은 나이라 추측되지만 사실 나이도 정확하게 알 수없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모두가 친절하지만 그 뿐이다.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통제당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숨만 쉬는 송장 같은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

"이 메시지를 봤다면 신중하게 행동하라. 메시지를 봤다는 걸 들키면 안 된다. 여기는 감옥이다. 도망치기 위한 힌트는 여기저기에 있다. 조각을 모아라." (p.290)

무료함에 일기장을 뒤지던 사부로는 누군가가 남긴 의문의 힌트를 얻어 탈출을 계획하기에 이르고, 함께 탈출할 동료들을 모아 '헌드레즈'를 결성하지만,,, 철옹성 같은 시설은 그들에게 탈출을 허락할 의사가 없는 것을 알려주듯 헌드레즈 동료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돌아온다.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린채로,,,

사부로가 자신 때문에 동료들의 기억을 잃는 것 같은 죄책감에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잃어가고 있을 때 헌드레즈의 동료들은 그에게 다시 한번 탈출을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주고 드디어 탈출에 성공한 사부로는 인류를 지키기 위한 로봇들의 끔찍한 계획을 알게되고, 이 사실을 알리고 그곳을 파괴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했던 그곳으로 다시 발길을 돌리지만,,,

"그리고 변이 인류들이 로봇들 사이를 느긋하게 걸어 다니고 있었다. 동물과 닮은 사람, 인간과 동물의 모습이 뒤섞인 사람, 여러 동물이 합쳐진 키메라, 그리고 인간과도 동물과도 동떨어진 모습의 사람들-온몸이 근육 덩어리인 거인과 이마 위쪽이 지름 수십 센티미터 크기로 부풀어 오른 사람-도 있었다." (p.192)

그는 또 다시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진실을 조우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는 인류를 위해 또 다시 한걸음 내 디딛일 수 있을 용기를 얻을 수 있을까,,, 사부로의 무모한 용기는 문명의 이기와 인간다움의 경계 그 어디쯤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어준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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