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사
유디트 타슐러 지음, 홍순란 옮김, 임홍배 감수 / 창심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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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헤어진 연인을 절대 피할 수 없는 일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서로에 대한 기억의 무게에 따라 설레이기도 끔찍하게 싫을 수도 있을 것이다. 헤어지기 직전의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16년만에 재회한 남녀, 오스트리아의 청소년 문학작가 크사버 잔트와 성 우르슬라 여고의 국어교사 마틸다 카민스키의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추리소설이다.

헤어진 연인의 우연한 만남과 추리소설이 매끄럽게 연상되지않는다. 200페이지 그 어디쯤을 읽을 때까지도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질척거리는 바람둥이 남자와 철벽에 가까운 방어를 시전하고 있는 예민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소설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16년전 이별의 말조차 남기지 않고 자신의 흔적과 함께 사라진 크사버와 마틸다는 대학에서 만나 자그마치 14년을 함께한 오래된 부부 같은 연인이었다. 여성의 교육을 죄악시하는 엄마를 피해 악착같이 국어교사가 된 마틸다는 소설가라고 하지만 백수에 가까운 크사버가 무명을 벗어나기 전까지 거의 모든 생활을 책임지고 있었을 뿐만아니라, 크사버를 소설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3부작 천사의 날개, 천사의 아이, 천사의 피는 - 합의하에 크사버 단독 저자로 발표했지만 - 의 공동저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와 남편이 있는 정상적인 가정을 꿈꾸며 장장 14년을 참아온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어느날 홀연히 사라져 버린 크사버의 예의 없는 이별과 그녀에게는 극도로 거부했던 그의 아이를 가진 소식뿐이다.

국어교사로서의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마틸다에게 다시 나타난 크사버. 그는 마틸다를 떠난 후 마치 벌을 받은 것처럼 아이를 잃고, 아이를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한 전 부인과도 헤어진채 또 다시 혼자가 되어있다. 그래서일까, 재회한 마틸다에게 과도하게 추근대는 추태(?)를 보이기도 한다.

바람둥이와 철벽녀의 티키타카와 비극적인 사건. 로맨스 소설과 추리소설을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16년전 이유를 알 수 없었던 크사버의 도피와 그의 아듷 야코프의 실종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마틸다의 여정이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가볍게 읽히지만 가독성도 몰입감도 좋은 책이었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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