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
박원익.조윤호 지음 / 지와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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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의 끝자락에 태어난 아이를 키우면서 남들처럼 스펙을 채우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말고, 하나라도 더 채우라고 닥달하고 있다. 아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임을 알면서도 좀더 열심히 하지 않고 있다고 끊이없이 질타하곤 한다.

그 또래의 아이가 있어서 인지 청년문제가 등장하면 나 역시 가볍게 보아넘기지 못한다. N포세대로 대변되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줘야하나 걱정하면서 하면서 말이다.

내가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는 시간과 돈이 아깝기도 하고, 부모님으로부터 학비의 일부도 겨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재수는 꿈도 못꾸고(어디든 가야했고), 입학하고 나서는 휴학은 눈길조차 주지 못했던 선택지 였다.

90년대생으로 대변되는 요즘 청년들은 재수와 휴학을 당연한 선택지로 여기고, 해외연수 쯤은 옵션으로 생각하면서 부모에게 얹혀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철없음도 장착하고 있다.

90년대생만큼이나 나를 포함한 그들의 부모 역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지 못하는 여유없음을 죄책감으로 느끼면서 그들의 철없음을 탓하지 않는다.

전 박근혜대통령과 최순실모녀의 국정농단 사건이 알려졌을때 국정이 최순실이라는 아무것도 아닌 옆집 아주마같은 사람에게 휘둘렸다는 것에 대한 분노보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학점과 입학과정, 승마선수로서의 성과 등에 더 흥분했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최순실처럼 우리아이를 받쳐 줄 수 없음에 좌절하면서 말이다. 그때 함께 알려진 정유라의 SNS는 보통사람을 열폭시킨 도화선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쁜사람들 같으니라고! 다시 생각해도 참을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이었다.

일자리 미스매칭을 말하면서 철없는 청년들 때문에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어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하고, 청년 백수들은 늘어 난다며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춰서 직장을 구하라고 말한다. 솔직하게 이런 합리적 생각을 적용할 수 있는 건 남일일 때나 가능한 일이다. 만약 대학까지 나온 내 아이가 별볼일 없고, 몸으로 일해야 하는 일을 하겠다고 하면 잘 했다고 격려해 줄 수 있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불쌍한 90년대생이 겪게 되는 또하나의 벽이 아닐까 싶다.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구의역 김군과 포항제철 김용균님의 사례는 정말 안타깝고 마음아픈 일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현장에 내 아이를 적용할 수 없는건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부모의 이기심이다.

심심치 않게 등장해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키곤 하는 '젠더갈등'...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기의 젠더갈등은 젠더갈등이라기 보다는 '여성권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나만해도 남녀불평등을 심하게 겪은 세대이니 여성우대 정책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아이(아들)를 생각하면 여성우대만을 주장하기 어렵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입학했을때 첫 학부모 모임에서의 일이다. 남녀공학에서 선생님을 하고 계셨던 한분이 말씀하시길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남자아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라고 경험담을 말씀하셨었다. 예전처럼 남자에 비해 부족한 자원으로 공부하지 않기 때문에 풍부한 자원과 꼼꼼한 성격, 욕심(?)이 결합된 알파걸을 태생적으로 느슨한 남자아이들이 이기기 어렵다고 말씀하셔서 딸, 아들 구분없이 엄마들이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성장한 90년대생들에게 여성우대 정책은 공정하지 않은 이슈임엔 틀림없다.

남자의 성별을 가진 청년들은 기초의원은 정치로 입문하기 위한 첫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성별을 이유로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가장 황금같은 시기를 2년이나 군대에 묶여있어야 하는데도 여성을 우대하는 정책에 쉽게 동의할 수는 없다. 무조건적인 여성우대 정책은 여자인 나 또한 반대다. 여성우대 정책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노력이 평가절하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공정한 출발선과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우선 되어야 하는 이유다.

"젊은 남성은 젠더 문제에 대해 부채감이 희박할 수밖에 없다. 설령 부채감이 있다고 해도 가부장제의 희생자를 '62년생 김말자'라면 모를까 '82년생 김지영'으로는 여기지 않는다." (p.97)

90년대 생들은 세상 자유롭게 살고 있는 세대처럼 보이지만 그런것들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안타까운 세대들이 아닐까한다. 90년대생의 부모라고해서 그들을 다 알 수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책읽기를 통해 한걸음쯤은 좁혀지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힘내라 우리 아들! 힘내라 청춘들!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는 나이키 코리아에서 만든 광고 제목이다. (중략) 너 스스로를 믿을 때 네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거든. 넌 너만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야.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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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구매
백선경 지음 / 든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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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뒤에 숨은 인간이 얼마나 비열하고 독해 질 수 있는지를 다룬 스릴러 소설이다. 복수를 통해서 구원 받으려는 사람이 원죄를 저지른 사람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해야할지, 범죄의 희생양이었으니 칼을 갈고 복수를 실행에 옮기는 것에 대해 공감을 해줘야 할지... 장르탓인지 나의 이해력 부족탓인지 결론을 얻을 수 없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이슈에 민감하지도 않지만 둔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신박한 소재 바바리우먼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어린시설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변태적 기행으로부터 시작된 화영의 바바리우먼은 인간의 비틀어진 욕망을 표출하는 행동임에도 화영의 허술한 유혹에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저급한 욕망으로 똘똘뭉쳐진 남자들의 군상을 다루고 있다.

"자 봐요, 내 몸은 망가졌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바바리우먼의 한마디에 욕망을 숨기지 않고 무조건 들이밀고 보는 남자들, 페미니즘이 아니더라도 불결하고 불쾌한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인터넷 공동구매와 함께 소설속의 또 하나의 축으로 작동하고 있는 화영의 어릴적 트라우마.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한 화영의 기행은 소설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변함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그럼에도 블구하고만으로 이해될 수 없는 그래서 반드시 복수를 실행에 옮겨야만 하는 당위성이 설명된다고나 할까

소설이니까 가상의 세계니까 가능한 설정이겠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통쾌해 진다. 진짜 나쁜 놈들이 당당하게 햇빛을 보고 사는 세상에 염증을 느끼면서 말이다. 어린 화영의 트라우마가 잊혀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소설이니까 여기서라도 흠씬 두들겨 패주는데 손을 들어주고 싶다.

"다 잊으려고 했는데 진짜로 잘못한 놈은 무엇을 잘못한 줄도 모르나봐. 당한 사람은 억울하잖아? 그럼 알려줘야지. 벌을 줘야지? 그래야 뉘우치고 나쁜 짓을 안 하잖아? 그래서 복수하기로 결심헀어." (p.118)

소설속에는 상처받은 두사람 같은 한사람 화영과 콜린이 등장한다. 콜린은 생계를 위해 선의를 가진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카페를 개설하고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란 어쩔 수 없음을 보여주듯이 카페매니저가 된 콜린은 카페 존속과 이익을 이유로 카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회원들을 가차없이 정리한다. 물론 정리되는 회원활동에 대한 정당성은 고려되지 않을 뿐더러 직접 움직이지도 않는다. 부적절한 수혜를 받고 있는 빅마우스 회원들을 선동할 뿐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척 선한 가면을 쓰고 이를 이용해 카페의 어두운면을 덮어버리고, 응징의 대상이 되어버린 회원은 카페활동을 이어나갈 수 없도록 유령회원으로 박제시켜 버리거나 스스로 탈퇴하도록 조장한다.

"단단한단백질이 저세상으로 떠나고 한 달이 지난후, 카페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흔적없이 사라졌다. '인간들은 과하게 흥분하고 한순간에 잊어버린다니까. 또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p.111)

가상의 공간, 익명성을 무기로 장착한 집단의 화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복수의 아이디로 허상의 인물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매장시키는 일에 동참하는 일은 편의점에서 값싼 생수를 사는 일만큼이나 쉽게 행해진다. 아무도 진실의 나를 알 수 없으리라는 암흑공간의 범죄자들 처럼 말이다.

"그래, 나는 무구탕아리 당신의 인간성을 믿어. 그러나 때로는 무고한 이가 흘리는 피도 필요할 때가 있다면서? (중략) 당신이 사라져야 내 카페가 안전한데. 나는 무고한 피가 필요할 때야. 그것이 나한테는 진실이니까." (p.157)

경험이 없는 사람이 거의없는 공동구매라는 흔한 소재로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내가 참여했던 공동구매는 과연 선한 공동구매였는지 누군가가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고 만들어 놓은 잘짜여진 판에서 나 역시 하나의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움직였건건 아닌지... 일상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가상의 공간속에서 겪어봤음직한 이야기들은 책읽기를 끝낸 후 나의 의심지수를 한단계 레벨업시킨다.

"어린 시절은 남의 인생에 덤으로 사는 기생충이었다가 가출한 후에는 남의 인생을 덤으로 부양하는 힘겨운 삶을 살아온 화영에게 주세만은 의지대로 살아 갈수 있었던 세상이기에 정직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첫 공동구매를 시작하면서 5개가 한 세트인 돈가스 8000원짜리가 인간을 어떻게 지휘하고 길들이는지 똑똑히 보았다."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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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 - 이근아 그림 충전 에세이
이근아 지음 / 명진서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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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그림과 함께 그때 그때의 감정을 가볍게 풀어내는 글로 여겼었다. 그림이 주는 여유로 마음을 충전하는 자주 겪어 보던 그림 소개글 정도로 말이다. 감성적인 활동이라고는 책 읽기와 최근 보기 시작한 연극 관람이 전부인 나에게 그림은 뭉킁의 절규 정도로 유명하거나 광고 등에서 사용된 그림을 아는 정도의 사각지대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었다. 독자들이 편하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에세이는 도와주는 정도의 글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그림 좀 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말이다.

책을 펴자마자 같은 마음으로 읽어내려갔고, 다 읽고 난 후에는 힘들게 아이를 키웠던 기억이 되살아나 함께 목놓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난 워킹맘이다. 운좋게도 주변의 도움과 직장의 배려로 경력단절없이 직장을 다니고 있다. 딱 거기까지다. 경력단절은 없었지만 아이가 어렸을 때는 쉼없이 사무실과 아이의 눈치를 봐야했고 아이가 아프거나 성적이 떨어지면 마냥 죄책감에 시달리곤 했다.

저자는 공부잘하는 아이들의 집단으로 상징되는 외고에 다니다가 돌연 외고하고는 백만광년쯤 떨어진 미술로 전공을 전향하는 갈등을 겪었었다고 한다. 외고에서 미술로 전향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반대를 온몸으로 맞았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잘은 모르지만 박물관, 미술관 등 창의적인 기획을 동반한 일은 사무직과 달리 연공서열이라든지 나의 형편을 고려한 시간 배분이 어려운 일이라고 들었다. 치열하게 버티고 치열하게 나를 들어내야 하는 일에서 나만 바라보는 갓난 아이를 키우면서 소리없는 전쟁터와 같은 그곳에서 버티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쩔 수 없는 경력단절을 유도하는 시간이었으리라. 그나마 시간의 조절이 가능한 사무직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버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기억하는 내가 제일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친정 아빠는 '목표를 세웠으면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너만 생각해'라는 말씀을 주셨다. 뜻밖이었다. 아빠의 말씀에 용기를 냈다. (중략) '내게 다시 일할 기회를 준다는데 왜 못가. 나는 나를 인정해 주는 곳이 있다면 아프리카도 갈 수 있어' 있는 대로 허세를 부렸다. (중략) 친정엄마는 말한다. '엄마 마음이라는게 원래 그런거야. 독할 수가 없어.'" (p.41, 경력단절을 이어 붙이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를 두고 제주도 취업을 준비하고 포기까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난 후 겪은 환경과 심리상태의 변화를 경계에 있는 사람으로 표현하면서, 그들이 겪었음직한 에피소드 18가지와 그에 어울리는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나같은 그림 문외한이 많이 봐왔던 그림은 아니지만 에피소드와 그림에 대한 해석을 같이 읽으면서 그림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나 역시 그림을 보면서 위로 받는 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글이었다. 이토록 치열하게 살고 있는 내가 대견하다고, 잘하고 있으니 스스로를 믿어보라고 격려한다.

"현실에 순응하는 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고, 시간에 몸을 맡기지 말고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자고 했다." (p.143)

남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비뚤게 보는 모습에 투영됨을 느낀다. SNS가 제일 좋은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남기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와 다르게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부러움을 가득 담고서 질투로 표현하는 투덜거림이 생각한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묘한 안도감이 생긴다.

"'좋아, 행복해, 감사해!' 스스로 주문을 건다. 생각되로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말? 진심? 만족한다고? 불만 없어? 나는 불만 많은데 너희는 그렇지 않아? 너희는 나와 다르 ㄴ세상에 사는 거야?' 라고 묻고 싶다. (p.153)

마지막으로 18가지의 에피소드에서 소개된 그림중 제일 맘에 들었던 그림 한가지를 담으면서 공감하는 마음 충만했던 '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 리뷰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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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에 한 번은 혼자 살아보고 싶어 - 혼자 살아보고 싶은 이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이선주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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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이미 했으니 실행해 옮길 수는 없지만 성년이 된 이후부터 쭉 가지고 있던 나의 희망아닌 희망 ‘혼자살아보기’에 대한 책이다.

혼자살아보기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건 가장 큰 이유는 부모님의 반대였고 작가가 초기에 겪었던 것처럼 생각보다 많은 비용과 무서운 밤(?)이 이유였다. 지금도 집에 혼자 있으면 보지도 않는 TV와 듣지도 않는 라디오를 켜고, 방방마다 불은 훤히 켜두고도 괜히 쫄아서 잠을 잘 못잔다. 엄청난 쫄보면서도 ‘주거독립’은 엄마의 잔소리와 통금을 벗어나고 싶은 나의 꿈이었다.

저자는 고시텔을 시작으로 지금은 햇볕 잘 드는 원룸에서 8년째 혼자살고 있는 짧지 않은 자취경력을 이야기하면서 자취를 자신만의 취향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자취에 대한 새롭고 명랑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오로지 ‘밥’에 맞추고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자취(自炊, 손수 밥을 지어먹으면서 생활함)에 대한 해석을 주도적인 삶으로 전환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춰서 살아가는 삶으로 바꿔 정의하고 혼자 살아가는 삶을 위해 준비해야하는 것과 포기해야할 것 그리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어릴적 꿈꿨던 자취는 엄마의 잔소리와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이런 마음으로 자취를 했으면 십중팔구는 다양한 컵라면(냄비 설거지 조차도 귀찮아 했을 듯)으로 삼시세끼를 해결하고, 동트기전에 잠자리에 들어서 해가지기 직전에 겨우 일어나는 거의 좀비같은 생활을 했을 것이다.

혼자 살때 필요한 것들과 함께 혼자살아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써내려간 글이 맗다.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자신을 사랑하고 만족하는 삶을 살기위해 정리하고 비우는 삶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면서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충분히 넓고 만족스럽지만 아무 이유없이 더 큰집을 원하고,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옆집 아이보다 내 친구 아이보다 공부도 잘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지금의 삶도 충분히 만족해야하는 삶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들의 행복의 빈도가 잦을 때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 작아도 확실한 행복을 원하는 소확행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p.84, 부산대 심리학과 설선혜 교수)

혼자사는 삶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글은 아니다. 생활의 일부를 비우고 자신을 채워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 하는 글이었다. 명상과 독서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살찌우고, 자취방 무드등 아래서 좋아하는 음악과 맥주 한캔을 마시는 소소한 즐거움을 알게 하는 글이었다.

“자신의 행복을 중요시하고 현재를 즐기는 사람을 뜻하고 ‘욜로(YOLO)’ 열풍에 이어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나 홀로’와 ‘욜로’의 합성어인 ‘횰로’ 트렌드가 주목받을 전망이라 한다. YOLO~ YOLO~ 처음에는 그 단어가 무엇인지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횰로’의 삶을 완벽하게 살고 있는 중이다.” (p.159)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아직 미혼이라면 혼자 있는게 무섭더라도 한 번쯤 꼭 혼자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항상 자식을 위한 걱정으로 당신을 삶을 채우고 계신 부모님께 감사할 수 있는 시간도 갖게 하고, 오롯이 나의 시간을 갖고 나와 대화해야 하는 이유와 가끔은 무심하게 멍떠리고 있을 수 있는 잠깐의 쉼표 같은 여유를 느끼게 했던 책읽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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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에 은퇴하다 - 그만두기도 시작하기도 좋은 나이,
김선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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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에 은퇴하다는 제목보다, 부제로 소개된 그만두기도 시작하기도 좋은 나이 40이 끌렸던 책이다.

내가 지금보다 조금 어렸을 때 생각하던 40세는 배나온 대머리 아저씨나 우악스러운 보글머리의 아줌마를 떠올리게 되는 나이였다.

그런데, 지금 내가 마흔살 중반을 넘고보니, 서른살일때나 마흔살일때나 달라지는게 아무것도 없는 아니 어쩌면 여전히 마음은 청춘 같은 나이가 마흔이다.

내가 느끼고 있는 마흔은 아직은 일을 해야할 날이 한참 더 많이 남아있고, 아이들이 자라서 돈먹는 하마가 되기 시작하는 나이면서, 서글프게 노안이 오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는 나이였다.

이렇게 겹겹이 부담이 쌓여있는 나이 마흔을 “그만두기도 시작하기도 좋은 나이”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설레는 일일까 싶다.

저자는 마흔이 될 때까지 남들 하는 건 어떻게든 흉내라도 내고, 남들이 안하는 건 일말의 의문도 없이 절대로 하지 않는 삶을 살다가 남들이 뜯어말려도 난생처음 스스로 결정한 일이 마흔살의 은퇴라고 이야기한다.

은퇴후 내려놓기를 시작으로 매일매을을 남들과 다르게 즐겁게 살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샴페인 터트리기까지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글은 은퇴하기에 이른 나이로 여겨지는 마흔살에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부터 은퇴 후 조금은 부족하고 아쉽기도 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의 삶속에 동화되기 까지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적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느낀 감정은 ‘부럽다. 나도 조금 벌어서, 조금만 쓰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놀고 싶은데 놀고 싶은데’ 였다. 하지만 부러워만 하는 거다. 안타깝게도 아직 은퇴할 용기를 내지는 못했다.

제일 공감가는 에피소드가 알람과 스누즈 버튼이었다.

나 또한 매알 아침 5분 간격으로 맞춰진 스누즈 버튼을 마지막까지 누르고 나셔야 겨우 침대를 벗어나곤 한다. 주말 역시 밀린 잠을 자느라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좀비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제시간에 일어나고도 싶고 잠도 더 자고 싶으니까. (중략) 하지만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삶이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스누즈 버튼이 없는 알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스누즈 버튼 없는 알람이 나에겐 사표였다.” (p.35)

처음하는 시골생활과 씨를 뿌리고 자연의 섭리대로 자라는 조금은 못생기고 투박한 농작물을 수확하는 농부의 삶에 적응해가고, 아이들의 도시락을 잘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두 딸과 함께 보내는 아침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운 글이었다.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자연 농법의 철학은 모든 것이 과잉된 요즘 세상에 필요한 삶의 방식이다. 여유와 여백이 있는 삶, 멋지지 않은가.”(p.210)

없애면 죽을 것 같은 여러가지 집착했던 것과 중독됐던 것을 버리고 가볍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면서 책읽기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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