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
박원익.조윤호 지음 / 지와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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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의 끝자락에 태어난 아이를 키우면서 남들처럼 스펙을 채우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말고, 하나라도 더 채우라고 닥달하고 있다. 아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임을 알면서도 좀더 열심히 하지 않고 있다고 끊이없이 질타하곤 한다.

그 또래의 아이가 있어서 인지 청년문제가 등장하면 나 역시 가볍게 보아넘기지 못한다. N포세대로 대변되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줘야하나 걱정하면서 하면서 말이다.

내가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는 시간과 돈이 아깝기도 하고, 부모님으로부터 학비의 일부도 겨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재수는 꿈도 못꾸고(어디든 가야했고), 입학하고 나서는 휴학은 눈길조차 주지 못했던 선택지 였다.

90년대생으로 대변되는 요즘 청년들은 재수와 휴학을 당연한 선택지로 여기고, 해외연수 쯤은 옵션으로 생각하면서 부모에게 얹혀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철없음도 장착하고 있다.

90년대생만큼이나 나를 포함한 그들의 부모 역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지 못하는 여유없음을 죄책감으로 느끼면서 그들의 철없음을 탓하지 않는다.

전 박근혜대통령과 최순실모녀의 국정농단 사건이 알려졌을때 국정이 최순실이라는 아무것도 아닌 옆집 아주마같은 사람에게 휘둘렸다는 것에 대한 분노보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학점과 입학과정, 승마선수로서의 성과 등에 더 흥분했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최순실처럼 우리아이를 받쳐 줄 수 없음에 좌절하면서 말이다. 그때 함께 알려진 정유라의 SNS는 보통사람을 열폭시킨 도화선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쁜사람들 같으니라고! 다시 생각해도 참을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이었다.

일자리 미스매칭을 말하면서 철없는 청년들 때문에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어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하고, 청년 백수들은 늘어 난다며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춰서 직장을 구하라고 말한다. 솔직하게 이런 합리적 생각을 적용할 수 있는 건 남일일 때나 가능한 일이다. 만약 대학까지 나온 내 아이가 별볼일 없고, 몸으로 일해야 하는 일을 하겠다고 하면 잘 했다고 격려해 줄 수 있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불쌍한 90년대생이 겪게 되는 또하나의 벽이 아닐까 싶다.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구의역 김군과 포항제철 김용균님의 사례는 정말 안타깝고 마음아픈 일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현장에 내 아이를 적용할 수 없는건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부모의 이기심이다.

심심치 않게 등장해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키곤 하는 '젠더갈등'...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기의 젠더갈등은 젠더갈등이라기 보다는 '여성권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나만해도 남녀불평등을 심하게 겪은 세대이니 여성우대 정책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아이(아들)를 생각하면 여성우대만을 주장하기 어렵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입학했을때 첫 학부모 모임에서의 일이다. 남녀공학에서 선생님을 하고 계셨던 한분이 말씀하시길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남자아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라고 경험담을 말씀하셨었다. 예전처럼 남자에 비해 부족한 자원으로 공부하지 않기 때문에 풍부한 자원과 꼼꼼한 성격, 욕심(?)이 결합된 알파걸을 태생적으로 느슨한 남자아이들이 이기기 어렵다고 말씀하셔서 딸, 아들 구분없이 엄마들이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성장한 90년대생들에게 여성우대 정책은 공정하지 않은 이슈임엔 틀림없다.

남자의 성별을 가진 청년들은 기초의원은 정치로 입문하기 위한 첫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성별을 이유로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가장 황금같은 시기를 2년이나 군대에 묶여있어야 하는데도 여성을 우대하는 정책에 쉽게 동의할 수는 없다. 무조건적인 여성우대 정책은 여자인 나 또한 반대다. 여성우대 정책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노력이 평가절하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공정한 출발선과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우선 되어야 하는 이유다.

"젊은 남성은 젠더 문제에 대해 부채감이 희박할 수밖에 없다. 설령 부채감이 있다고 해도 가부장제의 희생자를 '62년생 김말자'라면 모를까 '82년생 김지영'으로는 여기지 않는다." (p.97)

90년대 생들은 세상 자유롭게 살고 있는 세대처럼 보이지만 그런것들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안타까운 세대들이 아닐까한다. 90년대생의 부모라고해서 그들을 다 알 수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책읽기를 통해 한걸음쯤은 좁혀지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힘내라 우리 아들! 힘내라 청춘들!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는 나이키 코리아에서 만든 광고 제목이다. (중략) 너 스스로를 믿을 때 네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거든. 넌 너만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야.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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