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
백선경 지음 / 든해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익명의 뒤에 숨은 인간이 얼마나 비열하고 독해 질 수 있는지를 다룬 스릴러 소설이다. 복수를 통해서 구원 받으려는 사람이 원죄를 저지른 사람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해야할지, 범죄의 희생양이었으니 칼을 갈고 복수를 실행에 옮기는 것에 대해 공감을 해줘야 할지... 장르탓인지 나의 이해력 부족탓인지 결론을 얻을 수 없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이슈에 민감하지도 않지만 둔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신박한 소재 바바리우먼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어린시설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변태적 기행으로부터 시작된 화영의 바바리우먼은 인간의 비틀어진 욕망을 표출하는 행동임에도 화영의 허술한 유혹에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저급한 욕망으로 똘똘뭉쳐진 남자들의 군상을 다루고 있다.

"자 봐요, 내 몸은 망가졌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바바리우먼의 한마디에 욕망을 숨기지 않고 무조건 들이밀고 보는 남자들, 페미니즘이 아니더라도 불결하고 불쾌한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인터넷 공동구매와 함께 소설속의 또 하나의 축으로 작동하고 있는 화영의 어릴적 트라우마.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한 화영의 기행은 소설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변함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그럼에도 블구하고만으로 이해될 수 없는 그래서 반드시 복수를 실행에 옮겨야만 하는 당위성이 설명된다고나 할까

소설이니까 가상의 세계니까 가능한 설정이겠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통쾌해 진다. 진짜 나쁜 놈들이 당당하게 햇빛을 보고 사는 세상에 염증을 느끼면서 말이다. 어린 화영의 트라우마가 잊혀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소설이니까 여기서라도 흠씬 두들겨 패주는데 손을 들어주고 싶다.

"다 잊으려고 했는데 진짜로 잘못한 놈은 무엇을 잘못한 줄도 모르나봐. 당한 사람은 억울하잖아? 그럼 알려줘야지. 벌을 줘야지? 그래야 뉘우치고 나쁜 짓을 안 하잖아? 그래서 복수하기로 결심헀어." (p.118)

소설속에는 상처받은 두사람 같은 한사람 화영과 콜린이 등장한다. 콜린은 생계를 위해 선의를 가진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카페를 개설하고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란 어쩔 수 없음을 보여주듯이 카페매니저가 된 콜린은 카페 존속과 이익을 이유로 카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회원들을 가차없이 정리한다. 물론 정리되는 회원활동에 대한 정당성은 고려되지 않을 뿐더러 직접 움직이지도 않는다. 부적절한 수혜를 받고 있는 빅마우스 회원들을 선동할 뿐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척 선한 가면을 쓰고 이를 이용해 카페의 어두운면을 덮어버리고, 응징의 대상이 되어버린 회원은 카페활동을 이어나갈 수 없도록 유령회원으로 박제시켜 버리거나 스스로 탈퇴하도록 조장한다.

"단단한단백질이 저세상으로 떠나고 한 달이 지난후, 카페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흔적없이 사라졌다. '인간들은 과하게 흥분하고 한순간에 잊어버린다니까. 또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p.111)

가상의 공간, 익명성을 무기로 장착한 집단의 화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복수의 아이디로 허상의 인물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매장시키는 일에 동참하는 일은 편의점에서 값싼 생수를 사는 일만큼이나 쉽게 행해진다. 아무도 진실의 나를 알 수 없으리라는 암흑공간의 범죄자들 처럼 말이다.

"그래, 나는 무구탕아리 당신의 인간성을 믿어. 그러나 때로는 무고한 이가 흘리는 피도 필요할 때가 있다면서? (중략) 당신이 사라져야 내 카페가 안전한데. 나는 무고한 피가 필요할 때야. 그것이 나한테는 진실이니까." (p.157)

경험이 없는 사람이 거의없는 공동구매라는 흔한 소재로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내가 참여했던 공동구매는 과연 선한 공동구매였는지 누군가가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고 만들어 놓은 잘짜여진 판에서 나 역시 하나의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움직였건건 아닌지... 일상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가상의 공간속에서 겪어봤음직한 이야기들은 책읽기를 끝낸 후 나의 의심지수를 한단계 레벨업시킨다.

"어린 시절은 남의 인생에 덤으로 사는 기생충이었다가 가출한 후에는 남의 인생을 덤으로 부양하는 힘겨운 삶을 살아온 화영에게 주세만은 의지대로 살아 갈수 있었던 세상이기에 정직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첫 공동구매를 시작하면서 5개가 한 세트인 돈가스 8000원짜리가 인간을 어떻게 지휘하고 길들이는지 똑똑히 보았다."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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