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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본적으로 범죄를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다루는것은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 P6

중요한 포인트는 조종을 당한 사람이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면서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런 혼란을 틈타 조종자가 조종 대상을 정신적으로 지배하게 됩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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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레이는 바보란다." 두로사는 아기에게 중얼거렸다. "유성처럼 빛나는 샘레이, 남편이 사랑하는 건 세상의 황금이 아니라 아내의 금빛 머리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샘레이……."

"두르할의 긍지가 자기 아내에게 있겠니, 아니면 아내가 입은 옷에 있겠니?"

내리막으로 향하는 모든 길 끝에 반드시 오르막길이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두르할은 전투 중에 중인의 창에 찔려 전사했구나. 몸에는 변변한 갑옷을 걸치지 못했고 영혼에는 그나마 아무런 갑옷도 걸치지 않았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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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나 노인의 지혜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하나의 순간, 하나의 정점이 있다. 쌓이고 쌓인 경험들이 삶의 세부사항들에 의해 마모되어버리는. 바로 이런 순간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현명하지만 순간이다. - P56

실제로 99퍼센트의 사람들이 연봉, 근무 환경, 근무 시간을 고려하여 직업을 선택한다. 그러나 원하는 생활방식에 중점을 두고 선택하는 건 직업이지, 소명이 아니다. - P93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漸近線)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것은 믿을 수 있다. - P143

그건 내가 오래전 학부 시절 배웠던 사뮈엘 베케트의 구절이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나는 침대에서 나와 한 걸음 앞으로 내딛고는 그 구절을 몇 번이고반복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거야(I can‘t go on. I‘llgo on)."
그날 아침 나는 결심했다. 수술실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왜냐고? 난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그게 바로 나니까.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살아 있다. - P180

죽음은 단 한 번 있는 일이지만, 불치병을 안고 살아가는 건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다. - P192

"폐암에 대한 중요한 사실은 그게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거야." 폴은 제일 친한친구인 로빈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냥충분히 비극적이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 독자들은 잠깐 내 입장이 되어보고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야. 그런 처지가 되면 이런 기분이구나……. 조만간 나도 저런 입장이 되겠지. 내 목표는 바로 그 정도라고 생각해, 죽음을선정적으로 그리려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을 때 인생을 즐기라고 훈계하려는 것도 아니야. 그저 우리가 걸어가는 이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지." - P252

폴에게 벌어진 일은 비극적이었지만, 폴은 비극이 아니었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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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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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내 눈을 수도꼭지로 만들어놓고 마지막 장 덮을 때는 잔잔하게 웃게 만드는 신기한 책이다.
폴의 아내 루시가 책 마지막에 썼듯이, ˝폴에게 일어난 일은 비극이지만, 폴은 비극이 아니었다.˝

˝죽음˝
과연 30대 한창 정신없이 달리고 있던 사람이 스스로의 여명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살게 되면 그 심정이 어떨까.
책의 첫 장에는 자신의 폐 사진을 보고 스스로의 앞날을 안 폴의 그 심경이 생생하다.

그도 분명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바빴을 텐데.
몇 년 후에 이루고 싶은 일을 위해서 끊임없이 달리고 있었을텐데.
미래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해서 지금 힘든 걸 이 악물고 참아내려면 그 미래가 존재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교통사고로 죽는 30대 40대가 몇 퍼센트, 그런 확률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은연 중에 믿는 거다. 10년, 20년 후에도 내 삶이 이어지고 있을 거라고.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생기면 죽을 수도 있지, 가볍게 말할 수야 있다.
그러나 당장 삶의 계획에서 이미 10년, 20년 후를 바라보는 태도가 드러난다.
폴은 ˝3개월이 남았으면 가족이랑 보내고, 1년이 남았으면 책을 쓰고, 10년이 남았으면 신경과학을 연구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너무 당연하게 10년 후의 나를 생각하며 지금 할 일을 정한다.

아버지가 서른 둘의 나에게 ˝너 이제 적은 나이 아니다˝ 하실 때마다 그 말에 어이없어 했다.
아직 내 스스로가 한 번도 젊지 않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서른 둘의 내겐 아직 삶이 너무나 친숙하고 죽음이 막연하다.

36살, 신경외과 레지던트 마지막 해를 살던 폴이 폐암 선고를 받은 나이다. 나랑 몇 살 차이도 안 난다.

그도 분명히 젊은 나이였다.
의사로 타인이 생사의 기로에 선 모습을 무수히 봐온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죽음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아직 미성숙한 나이다.

그러나 폴은 스스로가 3개월을 살지, 1년을 살지, 10년을 살지 확답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고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간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거야(I can‘t go on. I‘ll go on)˝ 라는 사뮈엘 베케트의 말과 함께.

이 책은 그가 그렇게 계속 나아가는 흔적이다.
죽음에 발목 잡혀놓고 그래도 결국 걸어나가는 그의 발자국이다.

그 발자국을 따라 마지막 페이지까지 놓을 수가 없었다.
읽다보니 그의 기백에 압도되어서 눈물이 나지 않았다. 첫 몇 페이지 넘기고는 분명 울고 있었는데.

죽음 앞에서 끝까지 삶의 의미를 찾아 행동했던 사람.
그런 사람이 남긴 흔적이라서 내가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웃을 수 있었던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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