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내 손 안의 미술관, 가츠시카 호쿠사이 내 손 안의 미술관 4
김정일 지음 / 피치플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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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요에는 잘 몰라도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높은 파도 그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경우는 잘 없다.

그만큼 일본의 대표적인 예술가로 평가 받아서 이기도 하고, 일본과 관련된 이미지로 이곳저곳에서 많이 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당 작가의 작품이 크게 실려 있는 건 좋은데, 작품의 배경이나 우키요에 라는 누군가에게는 생소할 법한 분야에 대해 설명이 깊지는 않아 책이 좀 심심했다. 도록의 가치가 오직 고화질 그림 사진에만 있지는 않지 않은가.

단지, 뉴욕에서 산 지가 몇 년인데, 심지어 메트로폴리탄은 좋아하는 미술관이라 간 횟수도 샐 수 없는데, 상당수 이 책에 실린 호쿠사이의 작품이 해당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는 게 쇼크 아닌 쇼크였다. (이제까지 거기서 높은 파도 외의 작품을 본 적이 없다.)

이번 주말은 집콕해서 책 읽느라 물 건너 갔고, 다음 주말에 꼭 메트 들러서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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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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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자리에서 숨도 안 쉬고 읽었다.

이 책은 종이책과 영어 버전도 샀다. 이건 집에 꽂혀있어야 하는 책이다. 책장에서 눈에 띌 때마다 뽑아 들고 읽어야 할 책이다.

언젠가 대학원에서 언론인으로서의 “객관성”을 토론할 때, 저자와 아주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객관성과 중립성을 착각하는데, 어느 이야기가 더 뉴스로 가치가 있는가 판단하는 게 언론인이라는 개인에, 혹은 미디어라는 집단에 맡겨진 시점에서 중립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객관성은 다르다. 객관성은 정보의 문제라 생각한다. 사실 관계를 충분히 조사하고 보도하는가. 한 사건을 둘러싼 정보를 성실하게 제공하냐 마느냐의 문제. 개인적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수라 생각했기에 세부전공도 데이터 저널리즘을 골랐었다.

그러나 사실을 파악하려면 데이터만 쳐다보고 있으면 안 된다. 데이터는 그저 도구다. 그 데이터가 실제 누군가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야기를 찾는 데에는 비판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그리고 바로 이 책이 그 “비판적 사고”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간결하게 모두 짚고 있다.

이걸 왜 이제 읽었나 싶다.

우리 언론은 자유롭고 전문적이며 진실을
추구하겠지만, 언론의 독립성과 그들이보도하는 사건의 대표성은 다르다. 모든 보도가 그 자체로는 전적으로 진실이라도 기자가 세상에 알리기로 선택한 진실이야기를 여럿 모으면 오해할 만한 그림이나올 수 있다. 언론은 중립적이지도 않고,
중립적일 수도 없으며, 그걸 기대해서도 안된다.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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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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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극적인 세계관은 왜 없어지지 않을까?
언론 탓일까? 그 점도 생각해보았지만 그건답이 아니었다. 물론 언론도 잘못이 없는 건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언급하겠지만, 언론을 우스꽝스러운악당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언론에 대고
"우~" 하며 야유를 보낼 수는 없는노릇이다. - P29

사람들이 자기가 세상을 오해했음을 알았을때, 당혹스러워하기보다는 아이 같은궁금증과 영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더불어내가 서커스에서 느낀 호기심, 그리고 내가틀렸다는 걸 알았을 때마다 지금도 여전히느끼는 ‘와,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하는호기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 P37

우리에겐 모든 것을 서로 다른 두 집단,
나아가 상충하는 두 집단으로 나누고 둘사이에 거대한 불평등의 틈을 상상하는거부하기 힘든 본능이 있다. - P44

독감처럼 매우 빠른 전파력을 갖고 공기중에 떠다니는 질병은 에볼라나 HIV/에이즈같은 질병보다 인류에 더 큰 위협이 된다.
전염성이 대단히 강하고 그 어떤 방어막도간단히 무시해버리는 바이러스로부터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우리를보호하려는 노력은 쉽게 말해 그만한 가치가있다. - P372

최악의 예상을 고르고 수치의 불확실성을부정해 지지를 이끌어 내고픈 유혹은이해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걱정하는사람들은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사람들을겁주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사람들은 거의다 기후변화 문제를 이미 알고 있고인정한다. 그런데도 계속 그런 식으로행동하는 것은 열린 문에 발길질을 하는것과 같다. 이제 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다음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두려움과다급함이 아닌, 데이터와 냉철한 분석에서나온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말하는 데 쏟는힘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쏟아야 한다. - P361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할 경우, 만사오케이니 마음 푹 놓고 걱정하지 말라는뜻일까? 전혀 아니다. 상황이 나쁜 것과?
나아지는 것 중 선택을 해야만 할까? 절대그렇지 않다. 둘 다 옳다. 상황은 나쁘면서동시에 나아지고 있기도 하고, 나아지고있지만 동시에 나쁘기도 하다.
세계의 현 상황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 P116

오해를 추적해 찾아내고 다른 것으로대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데이터다. - P79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와의 싸움을승리로 이끈 주인공은 영웅적 지도자도,
국경 없는 의사회나 유니세프 같은 영웅적조직도 아니었다. 공무원과 지역 보건 의료종사자들이 나서서 묵묵히 공중 보건캠페인을 벌여 오랫동안 내려오던 장례관습을 단 며칠 만에 바꿔놓고 죽어가는환자를 목숨 걸고 치료하고, 환자와 접촉한사람들을 모두 찾아내 격리하는 성가시고위험하고 복잡한 작업을 해냈다. 인내심을갖고 사회를 움직이는 용감한 사람들,
좀처럼 언급되지 않지만 이 세계의 진정한구세주들이다. - P341

인간의 성공 뒤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배우들은, 위대하고 전능한 지도자에 비해평범하고 지루하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을칭송하고 싶다. 자, 그럼 세계 발전에기여했지만 찬양받지 못한 영웅을 위한퍼레이드를 벌여보자. 그 영웅은 제도다.
체계 같은 사회 기반, 그리고 기술이다. - P339

이런 상황에서 서양인이 자신의 책임을 아주쉽게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현상은 비난본능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우리는 ‘그사람들‘은 우리처럼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우리처럼 살 수없다"가 맞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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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세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일이 잦은 편이라, 언어 감각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같은 책을 여러 언어로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몇몇 책은 본래 작가가 써 낸 언어로 적힌 원본이 감칠맛이 더 잘 살고, 어떤 책은… 종종 번역가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속된 말로 ‘초월번역‘이 되어 다른 언어로 쓰인 버전이 훨씬 재밌는 경우도 있다.



아쉽게도 불어는 할 줄 모르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아... 이거 원작을 읽으면 이해가 되려나‘ 안타깝게 되뇌었다. 분명 한글로 쓰여 있는데도 문장 문장 이해가 안 가는 구석이 있어서 였다. 번역가 후기를 읽어보니, 과연, 불어 구사자에게도 난해한 책이라 더 그랬던가 보다.



안개 속에서 보이지 않는 물체를 더듬어나가는 듯한 모호한 서술 속에서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서술자의 극히 절제된 태도였다.



얼핏 봐도 등장 인물들이 모두 실존 인물들이다. 가명을 써서 한 겹 방어막은 쳐두었지만, 만약 당시 작가와 지인을 공유하던 사람이라면 묘사만으로 누군지 짐작할 법 하다. 그러니 작가의 아바타인 서술자 ‘콜레트‘가 말만 잘 하다가도 종종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게 이해가 된다. (무수히 많은 말줄임표들에 처음에는 짜증도 좀 났다. 누가 한창 얘기하다가 끊어버리는 것만큼 신경줄 닳는 일도 잘 없으리라.)



동성애자, 알코올 중독자, 카사노바, 남장여자 등 당시 사회에서 쉬이 받아들여주지 않던 (그리고 아직도 차별이 존재하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조명하는 이야기다보니, 작가로서는 말을 고르고 고를 수 밖에 없었을테다. 그러니 칼같이 유사어 사이에 줄을 긋는 서술로 알려진 작가가 이 책에서는 오감에 의존하는 애매한 서술을 했겠지 싶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저널리스트의 르포나 다큐멘터리 노트를 읽는 느낌이었다.

작가는 스스로 책 속의 다른 인물을 바라볼 때 ˝이건 콜레트가 보는 시각이야, 사실과 다를 수 있어˝ 라는 감각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책 속 ‘콜레트‘가 어떤 인물과 가까워지기 힘들어 하면, 독자도 해당 인물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별로 없다. 그 인물이 뭘 하는 사람인지, 어떤 말을 하고 생각을 하는지 알게 두지 않는다. 단지 ‘콜레트‘의 오감으로 외모가 어떻게 생겼고, 먹는 음식이 이런 거고, 그 사람 집에 가면 어떤 냄새가 난다, 라고 철저히 관찰자의 독백만 듣게 된다. 독자들이 쉬이 서술자에게 동화되어 서술자의 의견을 마치 ‘사실‘처럼 생각하게 만들지 않게 노력한 게 눈에 과할 정도로 띈다. 마치 신경 써서 쓴 저널리즘 글처럼.

"여긴 누구 집인가요?" 나는 물었다.
"사실 저도 몰라요." 샤를로트가 말했다. 화가들을통해 여길 알게 됐어요. 누구 집인지 알고 싶으세요?"
"아니요."
"당신이 그런 걸 물어봐서 놀랐어요... 내가 누구 집에 와 있는지 모른다는 건 참 유쾌한 일이죠..." - P24

남자가 성적 쾌락을 위해 자신을 이용한 여자들에게 품는 적의, 나는 여자가 이런 식의 적의를 지닌 모습을 결코 본 적이 없다. - P36

"맞아요. 그이를 기다려요.. 하지만 그이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아요.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제 말을 이해하시는지 모르겠지만..."
99
"이해하는 것 같아요."
"제가 부득이하게 거짓말만 안 해도 된다면, 그토록젊은 남자의 사랑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 P30

분명 나는 이 이야기를 함으로써 이 쾌락의 분배자, 충분히 보상받지도 못하고 (그가 원한다 해도) 아마 단한 명의 여자도 행복하게 해 줄 능력이 없는 남자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다. 다미앵 역시 그가 무한히 신뢰한쾌락에 의미를 부여할 때 그만의 방식으로 ‘너무 멀리갔다. 만인의 연인이었던 그의 성적 능력에 대한 강박은 사실은 성적 불능에 대한 강박이 아니었을까?
만약 다미앵이 넓은 아량으로 쾌락의 절정을 연기해 그를 속이는 여자를 만났다면 뭐라고 했을까? 하지만 그 점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필연적으로 샤를로트를 만났을 것이다. 어쩌면 두 번 이상. - P75

성별이 불확실하거나 감춰진 사람이 발산하는 매력은 강렬하다. 그 매력을 전혀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것이 남성적 원칙을 배제한 사랑을 향한 진부한끌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크나큰 착오다. - P97

내를 털어놓게 한 걸까? 그녀는 어떤 애매모호함도 없이 사랑이 아니라 쾌락을 이야기했다. 이는 물론 그녀가 자기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쾌락, 한 여자와 나눈 쾌락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과거 다른 여자 친구와의 쾌락을 이야기하며 후회하기도, 둘을 비교하기도 했다.. 육체적 사랑을 말하는 그녀의 방식은 방탕하게 길러진 어린 소녀들을 조금 닮아 순진하고 노골적이었다. - P119

에도르에게 돌아가겠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당신이 못하는 일을 그는 할 수 있거든‘
그야 그렇겠지‘ 라뤼시엔이 표독스럽게 말했어.
아니,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룰루가 발했어. 난 그걸 엄청나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다만 한가지 말해 둘게 우리 둘이서 외출할 때, 식당에 가거나 시골로 여행을 가면, 사람들은 당신이 남자인 줄 알지 그건 좋아. 그런데 내 입장에선 벽에 대고 오줄도 못 싸는남자랑 같이 다니는 게 굴욕적이야‘ 뤼시엔은 거의 모든 것을 예상했지만 이것만은 예상하지 못했지. 얼마나 화가 났던지 그녀는 다시는 룰루를 만나지 않았어...
왜 웃는 거지?" - P133

하지만 그들이 말한 순수함은 무슨 뜻일까? 부드러운 껍질 속의 복숭아처럼 싱싱하고따뜻한 소녀의 뺨을 손으로 어루만지는 행동은 관습에어긋나지 않지만, 만약 복숭아처럼 봉긋하고 발그레한유방에 손바닥을 대고 가볍게 누르거나 들어 올린다면경악스럽게 얼굴을 붉히며 만진 여자를 비난해야 마땅하다고 소리치는 사람들과 나는 싸우고자 한다.. 교양있는 사람들은 순수한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찌나믿기 어려워 하는지! - P159

나에게는 속박과 강요된거짓에 불과했던 시절에 나를 도와줬던 이들은 한 성의 다른 성을 향한 반감은 신경증의 영역 바깥에 있다.
고 설명해 줬다. 이후에 다른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정상인‘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과거에 나는 나의 괴물들 사이에서 홀로 여자로 있으면서 여자를 배제하는 분위기를 좋아했고 그것을 순수하다고 불렀다. 그런가 하면 나는 사막의 순수함, 감옥의 순수함 또한 좋아했을 것이다. 감옥과 사막은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 P187

"당신이 없으면 따뜻하지가 않아요." 어린 시절의 상처들을 장식처럼 매달고 선혈 한 줄기가 반짝이고 최근 얻어맞은 부위가 찌그러진 젊은 남녀들이 내게 말한다. "따뜻하게 감싸 주세요. 낫게 해 주세요!" 그들 대다수가 바로 옆에 쭈그리고 앉아 혼란스러운 머리를 내 무릎에 기대고 기다린다.. 순진한 이들이여! 나는 구걸하던 그 사람들이 실은 스스로가 생명을 주는쪽임을 깨달을까 봐 두려움에 떤다... - P197

플라토닉한 상태를 유지할 때, 사랑으로 인한 질투는 우리에게 꿰뚫어 보는 능력을 일깨우고 모든 감각을 긴장시키고 자기 통제력을 강화한다. 그러나 사랑에 못 이겨 저지른 자신의 범죄에 실망하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을까? "계획할 땐 이보다 아름다웠는데. 카펫에 묻은 피는 항상 이렇게 검고 칙칙할까? 그리고 이알 수 없는 불만족스러움은 뭐지? 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잠든 얼굴은? 이게 죽음일까, 진짜 죽음일까?" - P207

‘순수‘라는 말은 내게 이해할 수 있는 의미를 드러낸 적이 없다. 나는 그 말을 연상시키는 기포, 깊은 물, 조밀한 크리스털 속의 닿을 수 없게 자리 잡은 상상의 장소처럼 투명한 사물들을 통해 순수함에 대한 시각적 갈증을 해소할 따름이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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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I Had Your Face : 'Assured, bold, and electrifying' Taylor Jenkins Reid, bestselling author of MALIBU RISING (Paperback) - 화제의 소설 '프란시스 차' 데뷔작
Frances Cha / Penguin Books Ltd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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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미국에서 저널리스트로 일 하는 나도 단순히 한 명의 기자나 프로듀서가 아니라, 뉴스룸에서 ‘한국인’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저자 Frances Cha도 CNN에서 일 할 때, 그랬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외국인들이 “현재의 한국”에 대해 물어볼 때 마다, 한국의 과거사를 다룬 영어 책은 많아도 현대 한국 사회를 그려낸 영어 책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래서 자신이 쓰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한글 어휘 발음 그대로 몇몇 단어를 번역하지 않고 책에 그대로 쓴 작가의 선택이 참 흥미로웠다. 나도 일 하다보면 재벌 (Chaebol) 같은 단어는 영어권에서 국문 단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곤 하는데, 그나마 잘 알려진 단어는 쉽게 그리 하지만, 다른 단어들은 고민을 하곤 한다. 예를 들어, 이 책 속의 어휘 중 인어공주 (Ineogongju) 같은 경우… 영어로 그냥 little mermaid 라고 쓸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단어 단어 마다 분명 그렇게 한 이유가 있을텐데, 기준이 뭐였을지 매우 궁금하다.

또 다른 하나는…
아무래도 소설이다보니 극적인 전개를 위해 캐릭터 하나하나가 굉장히 극단적인 성격이나 환경을 가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많이 다루는 작품인 만큼, 그런 이슈들과 복합적으로 연관된 인물 하나하나가 결코 예사롭지 않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보니, 책 속 인물 같은 삶을 사는 한국 사람이 없지는 않을 테지만 분명 쉽게 찾기도 어려울 텐데,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영문화권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쉽게 ‘현대 한국인’을 일반화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기 쉽지 않을까?
그 고민을 조금 더 하고 썼다면 더 균형 잡힌 이야기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한국 사회의 다양한 단면을 재치 있게 영어로 엮어냈다는 점에서 읽는 것 자체가 즐거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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