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머리 좋은 사람이 왜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왜 더러는 평균적인 사람보다 실수를 더 많이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전략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 같은 ‘탈진실 posttruth‘ 시대에 누구나 좀 더지혜롭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전략이기도 하다.
머리가 좋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이를테면 실수에서 교훈을 얻거나 타인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실수를 해도 제법 그럴듯한 논쟁으로 자기 논리를 정당화하는 능력이 남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자신의 견해에 의심을 품지 않는 교조적 태도는 점점 심해진다. 게다가 ‘편향 맹점 bias blind spot‘ 까지 남보다 더 커서,자기 논리의 허점을 인지하는 능력도 떨어지는 듯하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지능의 함정을 오늘날과 가장 가깝게 이해한사람은 르네 데카르트다. 데카르트는 1637년, 《방법서설 Discours de laméthode>에 이렇게 썼다. "머리가 좋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걸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머리가 아주 좋으면 최고의 선뿐 아니라 최고의 악을 실현할 수도 있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사람은 옳은 길로만 간다면, 너무 서두르다가 길을 잃는 사람보다 더멀리 갈 수 있다. 최신 과학은 지능이 축복이자 저주가 될 수 있는 명확한 이유와지능의 함정을 피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잘 짜인 실험으로 증명해 보임으로써, 데카르트의 철학적 고찰에서 한참 더 멀리 나아갈 발판이되어준다.
스타노비치가 이 하위 테스트를 모두 종합해 결과를 따져보니SAT 점수 같은 일반 지능과의 전반적인 상관관계가 보통 수준인 약0.47로 나타났다. 스타노비치 테스트 중에는 일반 지능과 겹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확률 추론은 IQ 테스트와 SAT에서 측정하는 인지력과 수학 실력의 도움을 받을 테니까. "그렇다 해도, 합리성과 지능은 차이가 있어서 똑똑한 사람도 얼마든지 어리석은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게 스타노비치의 말이다.
의도한 추론을 연구한 커핸과 다른 과학자들에 따르면, 똑똑한 사람은 그 좋은 머리를 올바르게 쓰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자기 정체성에 가장 중요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기회주의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능은 진실 추구가 아닌 선전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때 매우 위험하다
심지어 의도한 추론 탓에 반대 견해를 보면 되레 역효과가 날 수있다는 증거도 있다. 의도한 추론 탓에 사람들은 반대 주장을 거부할 뿐 아니라 그 결과로 자기 견해에 한층 더 매몰된다. 다시 말해서머리 좋은 사람이 정확하지 않은 믿음 체계를 가지고 있으면, 진실을 듣고 나서 더 무지해질 수도 있다. 2009년과 2010년에 버락 오바마가 제시한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케어 Obamacare‘에 대한 공화당지지자들의 의견에서도 그런 현상을 볼 수 있다. 새로운 건강보험 체계가 시행되면 조지 오웰 George Orwell의 소설에 등장하는 전체주의 국가가 탄생해, "사망 선고단 이 나서서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 결정할것이라는 주장을 더 쉽게 믿은 것은 머리가 아주 좋은 사람들이었다.그리고 이 믿음은 그런 주장이 거짓임을 밝힐 증거가 제시되자 오히려 더 견고해졌다.
우리가 지금 대통합이론을 만들려는 건 아니지만, 여기에는 우리모두가 교훈으로 삼을 것이 있다. 과학자든, 다른 어떤 사람이든, 의도한 추론과 편향 맹점이 결합하면, 주변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정당화하고, 한번 시작한 프로젝트는 잘못된 것이라도 계속 추진하고, 가망 없는 열정을 합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편향된 추론은 높은 두뇌력의 안타까운 부작용만은아니다. 거기에도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우리 조상이 작은 집단을 이루고 서로 얼굴을 맞대며 살던 시대에는 좋은 주장으로 나쁜 주장에 맞서고, 전반적인 문제 해결력이 향상되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 그러면서 우리 편향은 타인의 편향에 의해 누그러졌을 수도있었다. 그러나 이런 메커니즘은 우리가기술적 · 사회적 거품의 시대에 살 때, 그리고 우리 편향을 바로잡을논쟁을 주고받으며 살지 못할 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고, 결국내 견해와 맞는 정보만 축적하게 된다는 게 메르시에와 스퍼버의 주장이다.
물론 많은 경우, 전문가는 자기 일을 남보다 더 정확히 판단할 수있을 것이다. 하지만 피셔의 연구에서 보듯이, 전문가가 자기 지시 과대평가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찾아보거나 인정하기를 완강히거부한다면, 빠른 속도로 아주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오타티는 일부 정치인이 자기 생각에 점점 매몰되어 자기지식을보완하지 않거나 타협책을 찾지 않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이런 마음 상태를 ‘근시안적 자기과신 myopic over-self-confidence‘이라 일컫는다.
우리는 네 가지 형태의 지능의 함정을 살펴보았다.
*계획을 실행하고 활동 결과를 예측하는 데 꼭 필요한 암묵적 지식과사후 가정적 사고가 부족할 수 있다. •*내 생각의 단점을 인지하지 못한 채 실수를 합리화하고 영구화하는합리성 장애, 의도한 추론, 편향 맹점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존재하는 증거를 모두 무시하고 내 믿음 주변에 논리 차단실‘을 세운다. *자초한 교조주의 탓에 내 판단을 지나치게 확신해 더 이상 내 한계를 인지하지 못하고 내 능력을 과도하게 확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문성 탓에 고착된 행동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오고, 그러다 보니 심각한 상황을 예고하는 뻔한 적신호를 망각한 채 편향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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