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독일어에서 ‘피로사회‘라는 단어는 상용어가 되다시피했다. 이러한 예상 밖의 성공은 무엇보다도 이 책이 소진증후군,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과 같은 정신 질환의 역사적 위치를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라는 문장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심리 장애를 오늘날 성과사회의 근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반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성과사회의 주체가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으며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이 책의 테제였다. 자기 착취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로서 타자 착취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더 많은 성과를 올린다. 그러한 착취는 자유롭다는 느낌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자기 자신을 자발적으로 착취하는 것이다. - P6
그렇게 본다면 소진증후군은 탈진한 자아의 표현이라기보다는 다 타서 꺼져버린 탈진한 영혼의 표현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에랭베르에 따르면 우울증은 규율사회의 명령과 금지가 자기 책임과 자기 주도로 대체될 때 확산되기 시작한다. - P27
나는 오늘날 성과주체의 심리 상태에 대해 상론하기에 앞서 먼저 규율적 주체의 심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예컨대 프로이트의 자아는 규율적 주체이다. 프로이트의 심리적 기구는명령과 금지로 이루어진 억압적 강제 장치이다. 족쇄를 채우고 억압하는 이런 심리적 장치는 규율사회와 똑같이 장벽과문턱, 경계선, 국경 감시 초소 등으로 넘쳐난다. 따라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역시 오직 금지와 명령의 부정성을 토대로 조직되어 있는 억압적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오늘의 사회는 날이 갈수록 금지와 명령의 부정성을 철폐해가며 자유로운 사회를 자처하는 성과사회다. 성과사회를 규정하는 조동사는 프로이트의 "해야 한다Sollen"가 아니라 "할수 있다Können" 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동은 인간의 내적 영혼에도 구조적 변화를 가져온다. 후기근대적 성과주체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대상으로 하는 복종적 주체와는 완전히 다른 심리를 가지고 있다. 프로이트의 심리 장치에서는 부인Verneinung과 심적 억압verdrängung, 위반에 대한 불안이지배적이다. 자아는 "불안의 장소"이다.‘ 하지만 후기근대의성과주체는 부인할 일이 거의 없다. 그는 긍정의 주체다. - P83
자본주의 경제는 생존을 절대화한다. 자본주의 경제의 관심은 좋은 삶이 아니다. 이 경제는 더 많은 자본이 더 많은삶을, 더 많은 삶의 능력을 낳을 거라는 환상을 자양분으로발전한다. 이때 삶과 죽음의 엄격한 분리는 삶 자체마저도 섬뜩한 경직성을 띠게 한다. 좋은 삶에 대한 관심은 생존의 히스테리에 밀려난다. 생물학적 생존의 과정으로 환원된 삶은벌거벗은 생명이 된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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