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태도 -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박지현 지음 / 메이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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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는 것도 대단하지만 다 내려놓고 다시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는 저도 그들처럼 명함과 직책, 소속에연연하지 않고 저 자신만으로도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지금 당장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저 자신을 믿고 걸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의 진심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걸알았을 때는 마음이 아팠고, 저도 후회하지 않으려면 상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그때그때 표현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되었습니다. - P9

그러니 아무리 일로 만난 사이라 할지라도 일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면 안 된다. 일도 결국 사람이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보다 사람을 앞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 P20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려 고군분투하면서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몰아세우기 바쁘다. 늘 부족하게 느껴지고, 채워 나가야 하는 것은 많은데 아직도 그대로인 게 못마땅하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며칠을 자책하고…….
어쩌면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은 바로 나일 수 있다. 그렇게 나 자신을 몰아세우며 꾹꾹 눌러 담은 감정들과 상처가 곪아터져 나오는 게 바로 울컥하며 쏟아지는 눈물이 아닐까.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면 달래줘야 한다.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 전에 나 자신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남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을 나 자신에게 해 주는 것도 방법이다. 잘하고 있다고, 어떻게든 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는 것이다. - P29

"세상을 알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와 불화했다. 밥벌이를 시작하면서 아버지를 이해했고, 밥벌이에 좌절하면서 아버지를 용서했다. 그리고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야 아버지와 화해했다." - P35

그러니 도대체 이해를 할 수 없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날 때, 그에게 내가 모를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면 어떨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나의 오해나 착각일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상대가 분명히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넘어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내가 마주한 사람이 오늘 하루 내 앞에 오기까지 많은사람들과 적게든 크게든 연결돼서 내 앞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래서 내가 조금의 여유와 선의로 대한 것이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면 세상이 덜 삭막해지지 않을까. - P87

정호승 시인의 시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이다. 이 시에 표현된 것처럼 김수환 추기경은 평생 모든 이를 위해 살다가2009년 2월 16일 우리 곁을 떠났다. 생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사람들의 물음에 고인은 이렇게 답했다.
"당신이 태어났을 땐 당신만이 울었고 당신 주위의 사람들이미소를 지었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엔 당신 혼자 미소짓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울도록 그런 인생을 사십시오." - P100

오갈 데가 없어 시작했든, 할 줄 아는 게 없어 시작했든 그들은모두 자신만의 방식대로 열심히 일해 왔다. 그리고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그 시간들을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앞으로도 꽃길만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힘이 닿는 한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들에게 굳은살은 아픔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훈장이고, 일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왜 나는 그동안 굳은살이 아픔이고 슬픔이라고만 생각했을까.
굳은살이야말로 그동안 인생을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인데 말이다. 어쩌면 나는 힘들고 고생스러운 건 피하고, 그냥 쉽게 가고싶었던 것은 아닐까. - P157

아이들 감기라도 걸릴까 이 정도는 참아야지 하며 매일 밤 찬바람을 견딘 시어머니, 항암 치료를 받느라 힘들 텐데도 자신 때문에 힘들었을 아빠를 도리어 걱정하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들.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는 누군가의 마음이 이토록 깊다. 이렇게나나를 걱정하고 아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동안 내가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아 왔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지금도 누군가의 사랑이 우리에게 흐르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랑 덕분에 우리는 또 살아갈 힘을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 P182

어쩌면 아들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계획하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를 위해서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책임져야하는지를 어머니를 보며 배우지 않았을까. 그 배움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되지 않았을까.
박혜란 작가는 말했다.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기보다 자신이 행복하면 되는 거라고. 전업주부의 삶이 편하다면 그렇게, 일하는 게 좋다면 일을 하면서 행복한 모습을 보여 준다면 아이는저절로 잘 자라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나는 맘먹었다. 나답게 늙기로》라는 책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 P254

몇 년 전부터 미술 수업을 받고 있다. 첫 수업에서 오랜만에 흰도화지를 받아들자 나는 어떤 색으로 뭘 그리면 좋을지, 어떻게해야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부터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평가받는 삶에 익숙해졌는지를 깨달은 순간이었다. 한동안 멍하니 아무것도 못 그리고 있자 선생님이 다가와 말했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실수하면 다른 색으로 덮어도 된다고, 그래도 영 아니다 싶으면 다시 그려도 된다고,
그러자 꽉 조인 단추를 풀어 버린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흰 종이는 더 이상 실수할 가능성이 아니라 어떤 색이든다 칠해 볼 수 있는 자유로 다가왔다. 별일 아니다. 그러니 마음껏그려 보자. 틀리면 다시 그리지 뭐. 이 느낌을 기억한다면 나 자신을 혹사시키기 전에 멈출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방법도 알게 되지 않을까. - P268

진짜 사랑을 하면 나와 전혀 다른 그의 세계를 만나 이해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박준 시인의 말처럼 "사랑은 이 세상에 나만큼 복잡한 사람이 그리고 나만큼 귀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새로 배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나에게 묻는다. 사랑이 찾아왔을 때 외로움을 달래주지 않는다고 그를 원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고. 함께 있되거리를 두라는 말을 실천할 자신이 있느냐고 이순자 선수와 그녀의 남편처럼.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그동안 살아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죽음이 찾아와 한순간에 삶이 끝나 버리는 것이 비정상적이라고생각했었다. 그런데 그의 말은 내가 진리라고 생각했던 것을 한순간에 뒤엎어 버렸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삶‘이 비정상적인 상태이고 ‘죽음‘이 자연스러운 상태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는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는 불멸하기 때문에 죽더라도 사라지지 않고 흙 혹은 나무, 우주의 별이 되어 어딘가에 영원히 존재하고 있고, 그렇게 원자로 존재하는 동안에 대부분의 시간은 ‘죽음‘의 상태로 지내다가 ‘삶‘의 상태로 지내는 것은 원자가 지구라는 행성에 생명체로 존재하게 되는 찰나의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삶을 누리고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되 그 시간이 끝난다고 슬퍼할 게 아니라 더 자연스러운 상태인 죽음으로 옮겨가는 것이라 여기면 된다고.
아, 그렇구나. 이상하게 그 말을 듣는데 안도감이 느껴졌다. 생의 타이머가 있다면, 그 타이머가 멈추기 전까지 뭔가를 해내고생존해야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가 자유로워지는 것 같았다. 마치 잘 살아내야 한다며 꽉 움켜쥐고 있던 주먹을 스윽 하고편하게 풀어 버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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