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면 우리는 지금 낡은 집이 무너지고 있으나 새로 들어가 살아야 할 집은 준비가 안 된 상황에 놓여 있다. 새로운 집에 대한 청사진이시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 집은 무너지는 것을 보수하는 정도가 아니라 한 시대를 책임질 수 있는 새로운 것이어야만 한다. 새 집에서 살아갈 사람들은 당연히 낡은 집에 살던 사람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새로운 집을 제시하는 일만이 새로운 시대로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갈등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요구되는 정치력은 ‘새로운 처음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전제로 ‘새로운 시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역량이 될 것이다.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인류 사회가 해야 할 일은두 가지로 좁혀진다. 하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숙명이다. 시스템 변화가 없는 한 재난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는 시스템 변화를 만들어낼 때까지 고통을 최소화시키는 길이다. 이 두 가지 모두 국가 내 구성원 간, 그리고 국가 간 협력을요구한다. 그리고 이는 문명의 전환을 의미한다. ‘새로운 처음‘형 충격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도 혼자만 생존할 수 있다는 사고가 지배하는한 비극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등 감염병 발생의주요 요인이 자연 파괴이고,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시급한 국제 공동 조치가 필요하다는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for Nature, WWF: 자연보호를 위한 국제 비정부 기구)의 촉구가 외면당하는현실이다.
모든 게 연결된 세상에서 20세기적 대응 방식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많은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인위적으로 차단하고 봉쇄하는 방식을 선택하면서 경제 연결망이 다 끊어져버렸다. 사회와 경제도 하나의 생태계다. 먹이사슬 체계가 모두 끊어진다고 상상해보자. 먹이사슬 체계에 있던 동식물도 다 같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없다. 극단적으로는 멸종까지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연결된 세계에서는 모두 공존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자유‘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세계는 다 연결돼 있는데 인위적으로 끊어버리려고 하니까경제 생태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 어느경기 침체 때보다 경제 후퇴가 더 진행된 이유다. 치료제가 개발되기전에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은 경제 연결망의 파괴를 최소화하는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생태계는 오프라인생태계에 비해 다음의 특성들을 갖는다. 첫째, 디지털 연결은 데이터 창출의 기본요소일 뿐 아니라 가치창출에필요한 파트너 간 협력과 그를 통한 핵심자원 공유의 필수요소인 것이다. 둘째, 연결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방성은 디지털 생태계의 핵심 구성원리가 된다. 셋째, 오프라인에서보다 다양한 사람이 관계를 맺기에 수평적 관계를 특성으로 한다. 따라서 디지털 생태계는 오프라인 생태계보다 호혜적이다. 소통 및 공감 능력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일자리 충격은 산업사회 고용 패러다임의 종언에서 비롯한다. 첫째, 디지털 생태계를 부상시킨 IT 및 인터넷 혁명 등으로 가치창출에서 무형자산의 역할이 증대함에 따라 기업 매출 증가에 비례해 고용이 증가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전통적 산업인 자동차와 달리)게임의 경우 개발 과정에서 노동력의 역할이 집중되고, 개발 후 매출액이 증가한다고 노동력이 비례하여 필요하지 않는다. ‘디지털 무형재‘는제품 개발 후 무한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앞에서 지적했듯이)교육과 생산성의 관계가 약화하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기업의고용 기준은 생산성이고, 경력직 직원은 숙련도, 신입사원은 교육 수준이 생산성을 결정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오늘날 주요 선진국에서 많은 대학 졸업자 청년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런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모습에서 보듯이 대학교육이 생산성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산업사회의 교육방식으로 양산하는 노동력이 플랫폼 사업모델이 요구하는 인재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AI 세대와 GE 교육의 미스매치라고 표현한 이유다. 90년대부터 ‘고용 없는 경기회복(성장)‘, ‘청년 실업‘ 등이 주요 선진국 사회에서부상한 배경이다. 셋째, 기업 주도의 고용 패러다임도 약화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만드는 것으로 되어 있고,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에 대해 사회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도 주주가치와 고용 규모 간 상관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산업문명의 눈으로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와 그에 조응하는 사회질서의 구축이 어렵다. 연결된 세계인 디지털경제 생태계와 디지털문명은출발점이 ‘경쟁‘이 아닌 ‘협력‘이기 때문이다. 협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신뢰와 투명성, 연대 등 사회적 자본이 절대적이다. 그러한 조건에서라야 협력을 구조화시키는 자율성이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성은 개개인의 자유가 아닌 모두의 자유를 가능하게 한다. 개인의 자유가 다른 개인의 자유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그리고 실제적으로도 대체로 충돌하지 않았던 오프라인 생태계인 산업사회가 자유를 사회 유지와 운영을 위한 최고 가치와 규범으로 삼을 수 있었다면, 연결의 세계인 디지털경제 생태계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없기에 모두의 자유를 추구해야만 하고 이를 위해 협력과 자율은 전제조건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코로나 재난을 겪으면서 정말 필요한 것은 경제력이나 군사력 같은 하드파워가 아니라 신뢰, 연대, 협력 등의 사회적 자본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리더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리더십은소통과 공감을 만들어내는 역량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디지털경제 생태계의 세계역시 연결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원천이고, 다양한 연결을 만들어내는 상상력은 소통과 공감이 뒷받침될 때 기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생태계 세상은 (경제력이나 군사력 등 물리력이주도했던) 산업문명 세계와 달리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협력(연결)을 만들이낼 수 있는, 그런 상상력을 가진 사림‘을 많이 보유한국가가 주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K방역이 자율성과 협력의 발휘로가능했고, 자율성과 협력은 K민주주의와 ‘눈치 문화 (K문화)의 결합물이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은 새로운 경제 생태계로의 이행에 필요한사회 역량을 갖춘 국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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