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데모크리토스 체계의 기본 발상은 아주 단순합니다. 우주 전체는끝없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속에서 무수한 원자들이 돌아다닙니다. 공간은 한계가 없습니다. 위도 아래도 없습니다. 중심도경계도 없죠. 원자들은 모양 외에는 그 어떤 성질도 갖지 않습니다.
무게도 색도 맛도 없습니다. "관례상 달고, 관례상 쓰고 관례상 뜨겁고 관례상 차갑고, 관례상 색이 있는 것이지, 실상은 원자와 진공일뿐이다."
- P24

아인슈타인은 간단한 계산을 통해 1그램의 질량을 전환해서 얻어지는 에너지의 양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유명한 공식E=mc²입니다. 빛의 속도인 c가 매우 큰 수이고, 은 훨씬 더 큰 수이기에, 1그램의 질량을 전환해서 얻는 에너지는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에너지는 폭탄 수백만 개가 동시에 폭발하는정도의 규모입니다. 몇 달 동안 도시를 밝히고 한 나라의 공장에 전력을 댈 수 있는 양이죠. 다르게 말하면 히로시마 같은 도시에서 20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정도의 에너지입니다.
젊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적 고찰은 인류를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게 만들었습니다. 원자력의 시대, 새로운 가능성의 시대, 그리고 새로운 위험의 시대죠. 기존의 틀을 따르려고 하지 않던 한 반항적인젊은 청년의 지성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100억 인구의 가정에 빛을제공할 수도 있고, 다른 별로 우주여행을 할 수도 있으며, 또 서로를파괴하고 지구를 폐허로 만들 수도 있는 도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고 또 우리가 선택한 지도자들에게달려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시공의 구조는 오늘날 잘 받아들여지고 실험실에서 반복해서 시험되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확립된 것으로여겨지고 있죠. 시간과 공간은 뉴턴 이래로 생각되었던 방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 차이는 ‘공간‘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림 3-2의 ‘연장된 공간‘에서는 ‘지금 이 공간‘ 이라고 딱히 부를 만한 특정한 부분이 없습니다. 현재‘라는 것에 대한 직관적인 생각, 우주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건들의 모음이라는 생각은 우리의 맹목의 결과, 즉 우리가 작은 시간적 간격들을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갖게 된 단정일 뿐입니다.
- P77

양자역학이 기술하는 것은 대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과정을 기술하고 과정들 사이의 상호작용인 사건들을 기술합니다.
요약하자면 양자역학을 통해 우리는 세계의 세 가지 측면을 발견합니다.

*입자성: 계의 상태 정보는 유한하며, 플랑크 상수에 의해 제한된다.
*비결정성 : 미래는 과거에 의해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보기에더 엄격한 규칙성조차도 실제로는 통계적이다.
•*관계성 : 자연의 사건들은 언제나 상호작용이다. 한 체계의 모든 사건들은다른 체계와 관계하여 일어난다.

양자역학은 세계를 이런저런 상태를 가지는 ‘사물‘로 생각하지 말고 ‘과정‘으로 생각하라고 가르칩니다. 과정은 하나의 상호작용에서또 다른 상호작용으로 이어지는 경과입니다. ‘사물의 속성은 오직상호작용의 순간에만, 즉 과정의 가장자리에서만 입자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그것도 오직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러합니다.
그리고 그 속성들은 단 하나로 예측할 수 없으며, 오직 확률적으로만예측할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은 그저 하나의 물리학 이론일 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안 됩니다. 어쩌면 내일, 세계에 대한 훨씬 더 깊은 다른 이해 방식이등장해 그것을 바로잡을지도 모릅니다. 오늘날에는 이론을 다림질해서 우리의 직관과 더 잘 맞도록 만들려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내생각에는, 양자역학이 엄청나게 경험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 이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론에서무엇을 수정해야 할지를 묻기보다는 이론이 이상하게 느껴지도록하는 우리의 직관에 어떤 제약이 있는지를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양자역학이 모호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이론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우리 상상력의 한계 때문입니다. 우리가 양자 세계를 보려고 하는 것은, 마치 땅속에서 살던 두더지가 히말라야 산맥의 형성에 대한설명을 듣는 것과 비슷합니다. 혹은 플라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굴 밑바닥에서 사슬에 묶여 있는 사람들과 비슷합니다.(그림 4-8)

어떻게 해서인지는 모르지만, 140억 년 전에 대폭발로 탄생한 굽은 시공이 있고, 그것은 여전히 팽창 중입니다. 이 공간은 실재하는 대상으로, 아인슈타인 방정식에 의해 역학적으로기술되는 물리적 장입니다. 공간은 물질의 질량에 의해 휘고 굽으며, 물질이 너무 집중될때에는 블랙홀 속으로 꺼져듭니다.
물질은 각각 천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천억 개의 은하에 분포되어 있으며 양자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양자장은 전자와 광자 같은 입자의 형태로 나타나거나, 텔레비전 영상과태양빛과 별빛을 우리에게 전달하는 전자기파 같은 파동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양자장이 원자, 빛 그리고 우주의 모든 내용물을 형성합니다. 그것은 이상한 대상입니다. 양자장을 이루고 있는 입자는 다른 어떤 것과 상호작용할 때에만 나타납니다. 따로있을 때에는 ‘확률 구름 속으로 퍼져 있습니다. 세계는 파도처럼 출렁이는 커다란 역학적공간의 바닷속에 잠겨 있는 기본적인 양자 사건들의 무리입니다.
세계에 대한 이러한 이미지와 그것을 공식화한 몇 가지 방정식이 있으면 우리가 보는 거의모든 것을 기술할 수 있습니다. 거의 입니다.

대부분의 물리적 상황에서 우리는 양자역학이나 일반상대성이론(또는 둘 모두)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달은 너무 커서 미세한 양자의입자성에 민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달의 움직임을 기술할때에 양자는 잊어버려도 됩니다. 한편 원자는 너무 가벼워 공간을 유의미한 정도로 구부리지는 못하기 때문에 원자를 기술할 때에는 공간의 곡률은 잊어버려도 됩니다. 그러나 공간의 곡률과 양자의 입자성이 모두 문제가 되는 물리적 상황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우리는이런 경우에 작동하는 물리 이론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양자 공간은 무엇일까요? 양자 시간은 무엇일까요? 이것이 우리가 양자중력이라고 부르는 문제입니다. 다섯 대륙에 흠이져 있는 많은 이론 물리학자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양자와 중력 사이에 존재하는 분열을 해결하는 이론을, 다시 말해 방정식을 찾는 것, 그러나 무엇보다도 세계를바라보는 정합적인 시각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빅뱅 시기에 우주가 무한히 작은 단일한 점으로무한히 압축되어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지만, 양자중력을 고려할 때그러한 무한히 작은 점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양자중력은 무한히 작은 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의 발견, 바로 그것이니까요. 공간을 분할할 수 있는 하한限이 있는 것이죠. 그 어떤 것도 플랑크 규모보다 더 작을 수는 없기 때문에 우주도플랑크 규모보다 더 작을 수가 없습니다.
양자역학을 무시하는 것은, 이 하한의 존재를 무시하는 겁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그 이론상에서 무한한 양이 나타나는 어떤 병적인 상황을 예견하는데, 이를 ‘특이점‘이라고 부릅니다. 양자중력은 무한에한계를 주어서 일반상대성이론의 특이점을 치료 합니다.
앞 장에서 보았듯, 블랙홀의 중심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고전적인 일반상대성이론이 예견한 ‘특이점‘이 일단 양자중력을 고려하고 나면 사라져버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