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의 거짓말 - 김원장 기자가 팩트체크한 땅, 집 그리고 가격
김원장 지음 / 해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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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아파트 가격은 10년 전 32평형이 10억 원 정도였습니다. 다들 팔려고 했습니다. 한 동에서 대여섯 가구가 매물로 나온 적도 많습니다. 지금은 30억 원이 넘습니다.
지금 온갖 과학적 근거를 대면서 서울의 아파트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왜 그때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사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때는 시장에 합리적으로 접근하지 않던 우리가, 10년이 지나 갑자기 합리적으로 변한 것일까? 그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자 합니다. 인간은 과연 시장에 합리적으로 대응할까?
마트에서 트리트먼트를 하나 더 끼워 준다고 해서 샴푸를 하나 더구입한다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왜 1,000만 원을 내고 에르메스 핸드백을 살까? ‘스타벅스 서머레디백‘에 ‘농협‘ 로고가 붙어 있어도 사람들이 그 가방을 사려고 줄을 설까?

우리는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 P6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해질녘에야 날아오른다. 헤겔은 모든 일들은 지나봐야 그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값은 어떻게 될까? 우리는 사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10억짜리인지 30억짜리인지 잘 모릅니다. 어쩌면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그 아파트를 사겠다고 줄을 서자, 나도 따라 줄을 서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합리적 이유를 열 가지 과학적 근거를 대며 설명합니다. 어느 날 집값이 내리면 그 전문가들은 다시 열 가지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집값이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할 것입니다. 그제야 우리는 ‘내 그럴 줄 알았지…‘라며 시장을 이해한 듯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 P8

자산시장은 수많은 변수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 알고리즘을 이해한다고 해도 투자는 참 어렵습니다. 어렵게 분석하고 공부해서 시장을 이해할 무렵, 자산을 둘러싼 투자환경이 변해 있습니다. 투자환경에 익숙해질 만하면, 경기 사이클이 바뀝니다. 사이클을 이해했더니, 이번에는 제도가 바뀝니다. 이런데도 우리가 과학적으로 투자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증시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정작 자신의 승률을 밝히면 어떻게 될까? 그 유명한 증권사 투자분석본부장이 세운 투자자문회사의 수익률은 왜 그 모양일까?
가격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 P21

"한국에서 주택은 소유자의 지위를 과시하는 지위재다." 
한반도에서 이제 집은 주거의 문제가 아니고 욕망의 문제입니다.
라캉은 "인간은 다른 사람의 욕망을 욕망한다" 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내가 원하는 것‘보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원합니다.집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타자의 그 욕망이 시들어지면 우리도그것을 원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욕망을 집을 몇 채 더 공급한다고 잡을 수 있을까. 정부가 또 추가대책을 준비하나 봅니다.
- P56

⑦ 집값을 합쳐 30~40억 원 넘게 갖고 있는 분들의 보유세가 너무가파르게 오르는 건 사실입니다. 바람직한 건 아닙니다. 좋은 과세는예측 가능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 등장하는 분의 아파트 두 채는 불과 6년 전 20억정도에서 지금은 43억 원이 됐습니다. 기자가 보유세가 극단적으로급등한 아파트 단지를 찾다 보니, 한반도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두 아파트를 고른 겁니다. 결국 노동하지 않고 23억 원의 평가차익을남긴 집주인을 정부는 보고만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지난 2017년 국세청에 신고된 부동산 매매차익은 84조8,000억원이다. 그중 상위 1퍼센트가 19조 원을 가져갔다. - P74

해법은 보유세 강화밖에 없어 보입니다. 부동산 투기는 매우 상식적인 경제 행위입니다. 내가 투자한 돈(투입) 대비 기대되는 수익 (산출)이 확연하게 높을 때 투기심리가 작동합니다. 이 기대 수익을 낮추는 것은 정부의 의무입니다. 그래서 집으로 큰 이익이 남는 경우에 대한 부담을 높여야 합니다.
땅은 내가 주인이라고 해서 내 맘대로 하면 안 되는 유일한 재화입니다. 복제가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헌법 121조 1항은 "국가는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라고 규정합니다. 땅을 갖고 있으면서 (농사 짓지 않고) 그냥 이익을얻는 것 자체가 반칙이라는 뜻입니다.
- P80

인구 감소는 오히려 도심 집중 현상을 가속화합니다. 맞벌이가 일상화되면서 신규 가구일수록 직장과 가까운 집(직주근접)을 선호합니다. 게다가 선진국은 제조업이 첨단 지식산업으로 산업이 재편될수록 오히려 직장의 도심 집중이 강화됩니다. 인구가 줄어도 도심 한복판의 주택수요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심 안에서도 역세권 등 밀집지역으로 더 사람이 몰립니다. 도쿄에는 7분 법칙‘이 있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7분 거리의 주택수요가갈수록 높아집니다.
- P105

시장경제는 지난 수백 년 동안 이 참 쉬운 이윤‘에 주목해 왔습니다. 바로 지대rent의 문제입니다.
땅을 소유하면서 얻는 이윤을 흔히 ‘지대‘라고 합니다. 이 지구에서땅은 공기와 물과 함께 재생산이 안 되는 재화입니다. 운동화나 피아노나 캐러멜 프라프치노는 모두 재생산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시장경제에서 땅만 소유가 인정됩니다. 주인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니 소유하면 유리해집니다. 그래서 늘 가치가 올라갑니다. 여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땅을 가진 시민들은 노력하지도 않고 절약하지도 않으며 위험을 감수하지도않는데 잠을 자고 일어나면 더 부유해진다." 

존 스튜어트 밀땅만 주인이 있습니다. 한정된 재화인 땅을 소유하면 모든 것이 유리해집니다. 유고한 전쟁의 역사도 따져 보면 다 ‘땅따먹기‘ 입니다.
그러니 다들 자신의 업종에서 성공하면 다음엔 건물주가 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직업의 소명의식이 약하고 지대 추구가 쉬운 사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최순실 씨의 미승빌딩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포빌딩도 사실은 그 흔한 지대 추구의 산실입니다. 그만큼 땅을 가진 사람이 유리한 세상입니다.
- P115

지대 상승이 노동생산성을 초과하면 임금이 절대 오를 수 없다‘ (헨리 조지)거나 ‘자본을 통한 이익이 경제성장률을 넘어서면 노동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토마스 피케티)는 복잡한 이론들을 굳이 꺼낼필요도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땅과 집을 가진 사람이 유리합니다. 선진국보다 더 유리합니다. 땅에서 나오는 막대한 지대는 공정한 경쟁을 훼손합니다.
2017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개인 토지 소유자는 전체 인구 중 32.6퍼센트이며, 상위 50만 명의 소유 비율은 53.9퍼센트입니다.
그 불균형을 고쳐나가야 할 시점입니다. 그래서 아이들 꿈조차 건물주인 나라를 벗어나야 합니다.
- P121

그런데도 집을 팔려는 가구는 거의 없습니다. 시세 10억 원이 안 되는 주택은 공시가격이 대부분 6억 원 미만입니다. 6억 원 미만 주택은 한 해 재산세 인상률이 10퍼센트를 넘으면 안 됩니다. 그러니 집값은 수억 원씩 올랐어도 재산세는 고작 10~20만원 오른 집도 상당수입니다.
우리나라의 보유세(재산세와 종부세)는 선진국보다 분명하게 낮습니다. 그런데 보유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만큼높습니다. 집값이 비싸다 보니 세율이 낮아도 부동산 세수는 선진국비중만큼 걷힙니다. 우리가 생산해 내는 부가가치 GDP에서 부동산 자산 비율이 턱없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국민의 돈이 부동산에 지나치게 많이 묶여 있는 겁니다.
반면 거래세(취등록세) 세율은 높습니다. 거의 미국 수준입니다.
- P126

어느 나라든 부자 동네가 있습니다. 맨해튼이나 캐너리워프의 수천만 달러 주택에는 그만큼의 소득을 가진 부자가 삽니다. 1년에 수천만 원, 수억 원의 보유세를 감당합니다. 그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보유세 부담이 여전히 낮습니다. 그래서 빚을 내서라도 수십억 주택시장에 뛰어듭니다. 그러니 40억 집에 살아도 1,000만 원 정도의 보유세가 부담이 됩니다. 정부를 향해 "우리가 무슨 죄인이냐?"
라고 항변합니다.
- P129

정책을 이해시키는 것은 정부의 몫입니다. 잘못 이해한 국민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러니 새 대책을 발표할 때 국민 눈높이에서 좀 쉽게 하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대책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래야 기자들도더 쉽게 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정책 효과를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어려운 정책이라도 기자들이 먼저 이해해야지, 왜 정부가 그것을쉽게 설명해야 하냐고 말한다면, 대기업들이 내는 보도자료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라도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한 ‘노오력의 자세‘를배워야 할 시간입니다.
- P146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우클릭도 좌클릭도 환영입니다. 백가쟁명. 정답을 누가 알까. 그래도 가야 할 길은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진보라는 게 무엇일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는…" 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GDP 성장률이나, 수출 몇 백억불 달성 같은 건 분명 아닐 겁니다. 경기가 하방 곡선을 보이자 정부가 빠르게 우클릭 합니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또 재벌 총수를 만납니다. 이걸 두고 누구는 유연하다고 할 것이고, 누구는 갈팡질팡한다고할 것입니다.
최소한 "상인과 자본가의 탐욕은 언제든 정부 감시하에 둬야 한다"
라는 말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50년 전에 보수의 태두 애덤스미스가 한 말입니다.
- P151

가난에는 이자가 붙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가난한 계층에는 혜택이 주어집니다. 대학이나 병원은 가난한 사람에게 비용을 깎아 줍니다. 버스 요금도 전기 요금도 깎아 주고, 휴대전화 요금도 할인해 줍니다. 정부는 저소득 농어민에게 매달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을 대신 내줍니다. 그런데 금융은 다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자를 더 받습니다. 대출을 못 갚으면 거기서 또 이자를 올려 받습니다. 그래서 불리하고 또 불리해집니다. 한번 가난해지면 좀처럼일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시장경제는 수백 년 전부터 이 문제점을 계속 고쳐 왔습니다. 그런도 격차가 자꾸 커집니다.
- P159

복지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은, 무조건 복지를 확대하자는 주장만큼 위험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점은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복지지출은 가만 둬도 해마다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진국은 복지지출을 얼마나 할까? 2018년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지출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프랑스로 31.2퍼센트입니다. 벨기에와 덴마크, 이탈리아 등 선진국 대부분이 20퍼센트를 훌쩍 넘습니다.
OECD 평균은 21퍼센트입니다. 한국은 끝에서 두 번째로 11.1퍼센트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은 잘 하지 않습니다.
- P185

정책 중에 가장 안 좋은 정책이 활성화정책입니다. 죽어가는 업종을 살리기보다는 새로 태어난 업종을 지원해야 합니다. (정부가 어르신에게 비아그라를 제공하는 것보다 20대의 출산을 장려하는 게 훨씬 좋듯이 말입니다.) 규제를 풀어야 하고 여기서 밀린 기업과 사람들을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합니다.
치킨집 지원한다고 치킨업종이 살아날까? 그보다 아빠는 언제든직업교육을 다시 받고, 엄마가 아파도 부담 없이 병원에 가고, 큰딸은무료로 국공립대를 다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합니다.
식어가는 윗목보다 불타오르는 아랫목을 봐야 합니다. 지원도 미래산업에 하고, 규제도 미래산업에 풀어줘야 합니다. 돈이 넘치고 또넘쳐나는 업종이 있다면 과세하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수십조 영업이익이 나는 기업이나 수백억 버는 부자들이 힘들다고 걱정합니다. 왜 그들에게만 자꾸 부담을 지우느냐고 걱정합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피스텔에서 월세를 내며 사는 후배 기자가 50억 원이 넘는 한남 더힐 주민들의 종부세를 걱정합니다. 지난2017년 국세청에 신고된 부동산 매매차익은 84조8,000억 원이었습니다(국세청, 2017). 그중 상위 1퍼센트가 19조 원을 가져갔습니다. 그래도 그들을 걱정하고 또 걱정합니다.
- P189

기업이 직원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대가밖에 지급하지 못하면서보란 듯이 문을 닫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것은 장사꾼이나 하는 짓입니다. 100년 기업이 최저임금 때문에 무너지다니…. 유럽의어느 100년 기업이 자신들의 숙련공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할까.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저임금을 받는다면 그것은 기업에 악재입니다." 윈스턴 처칠

기업가를 뜻하는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라는 말은 200여 년 전 프랑스에서 생겨났습니다. 조직하고 경영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지금은 혁신하고 창조하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수십 년 동안 혁신하지 못하고 저임금으로 기업을 경영해 온 사장님이 최저임금을 탓하고 기업 문을 닫는다면, 최소한 그는 기업가가 아닙니다. 장사꾼입니다.
- P195

미국에선 이미 20만 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신문을 보면우리는 매일 아침 서로를 물어뜯습니다. 곧 나라 망할 분위기입니다.
2020년 9월, 월스트리저널》은 다시 한국의 방역 성공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의 암호를 풀었다‘라면서 그것은 간단하고, 유연하며, 다른 나라가 따라 하기 쉽다‘ 라고 추켜세웠습니다.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OECD 국가 중 최고라고 또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만 보면 곧 나라가 망하는 분위기입니다.
어떤 정책이, 어떤 정책 당국자의 결정이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효용이 있는지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박정희의 경부고속도로도, 노무현의 한미FTA도 그렇습니다. 하물며 코로나19로 숨진 한 명의 목숨에 대한 가치나, 코로나19로 숨질 수 있었던 한 명의 목숨을 살려낸가치를 어떻게 GDP 값으로 치환할 수 있을까? 그래도 그 가치는 엄연히 우리 시장에 파고들어 오늘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체감하지 못할 뿐입니다.
위기가 계속되니 공치사는 나중에 더 자세히 하기로 합시다. 그래도 전 세계가 인정하는데 우리는 평가가 너무 박합니다. 박하다 못해흔들기까지 합니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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