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

"믿는 사람 소개로 연결, 연결, 이게 최고인 것 같아. 일종의 뭐랄까, 믿음의 벨트?" 이건 영화 〈기생충〉(2019)에서 부잣집 사모님으로 나오는 연교(조여정 분)가 한 대사다. 검증된 사람끼리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서로연결되자는 의미다. 사실 태도도 갑자기 나온 게 아니지만 점점 심화되었다. 고급 아파트가 이웃사촌을 부활시킨 건 양극화된 사회의 단면이다. 아파트 가격이 끝도 없이 오르다 보니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 아파트 단지에는 서민이라 불릴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돈이 진입 장벽이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한다. 한국 사회에서 돈보다 더강력한 계급 기준은 없으니까.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

느슨한 연대 Weak Ties라는 말은 소셜 네트워크가 확산되면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처음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연결에 국한시켜서 봤다. 실제현실에서의 연결이나 진짜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에서 클릭 한 번으로 친구가 되고 누구나 서로에게 말 걸 수 있게 되면서 관계에서의 수평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쉽게 친구가 되었듯 쉽게 단절도 된다.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소통과 관계 맺기의 방식이다 보니, 진짜 현실과 달리 일방적이어도 무리가 없었고, 일시적이거나 일회적이어도 무방했다. 그렇게 소셜 네트워크가 우리에게 느슨하게 연결되는 경험을 준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에서만 통하던 코드가 이제 진짜 현실로 넘어왔다.
느슨한 연대를 라이프 트렌드에서 중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것이다.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

이런 끈끈함이 불편하게 여겨진 사람들이 증가하게 된 건 시대적 변화때문이다. 집단주의적 문화가 퇴조하고 개인주의적 문화가 부상했다. 이런 시대 우리가 느슨한 연대를 얘기하는 것은 변화된 욕망 때문이다. 혼자 사는 시대라서 오히려 새로운 연대가 필요해진 것이다. 고립되고 외롭고 싶은 게 아니라, 혼자 사는 것을 기본으로 두고 필요시 사람들과 적당히 어울리고 싶은 것이다. 혼자와 함께의 중간지점, 즉 혼자지만 가끔 함께가 되는, 서로 연결되긴 했지만 끈끈하진 않은 느슨한 연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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