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산업사회의 인간은 명시적 혹은 암묵적 명령에 따라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인간 군집이자 조직의 가치에 지배당하고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개인이다. 다시 말해 ‘조직 인간 The Organizational Man, 1956‘은 (제품의 표준화를 전제로 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부응하는 인간형이다. 그 속에서 소수의 엘리트나 전문가에 의한 지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관료제의논리와 위계 구조가 사회 전체를 지배했다. 이러한 사회 구조에서인간의 자율성은 불필요했을 뿐 아니라 사치스러운 도덕률에 불과했다.
- P66

그러나 대내외적 위계 구조와 생산과 소비의 구조적 불균형 등은(영미) 자본주의에 기반을 둔 제조업 생태계의 취약점이었다. 1차 산업혁명은 영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2차 산업혁명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와 관련이 있듯이 제조업 생태계는 위계적인 국제질서를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앞에서 언급했듯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질서는철저하게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에 기반을 둔 것이었기에 미국 제조업 경쟁력의 상대적 약화는 필연적으로 세계질서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가 그것이고, 붕괴 후대안보다는 땜질식 처방이었던 포스트 브레트우즈 체제의 결과물이금융위기였다. 그리고 제조업 생태계의 확산과 발달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될수록 역설적으로 탈공업화가 진행되고 제조업 생태계가 약화되었다. 약화된 제조업 생태계 태내에서 (IT 혁명이라는) 새로운 생태계의 싹이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 P67

문제는 현재의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이해하느냐, 아니면 ‘디지털 생태계의 관점으로 이해하느냐에 따라 현재 변화를 이해하는 방식과 대응방식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이해할 경우 우리는 데이터 혁명이나 AI형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위기 등의 현상을 여전히 자본주의나 시장경제의 연장선상에서 사고한다. 그러나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의 관점에서 이해할 경우 우리는 기존의 오프라인 생태계에서와는 다른 구성요인들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익 공유와 협력을 통해 가치창출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인간형, 기업조직, 사회규범, 의사결정 방식, 교육방식,분배시스템 등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 P72

금융위기 이후에도 주요국들은 연결망(네트워크)의 세계에서 자신은 상대에게 영향을 줄 뿐 상대로부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착각했다. 모두가 멸망할 수 있다는 기후위기론자의 경고에 눈을감은 이유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연결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괜찮거나 괜찮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결의 파괴는 대안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연결망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연결고리에 있는노드Node 사이에 반드시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협력이 지속되려면 상호 신뢰와 투명한 운영(관리)은 전제조건이고, 신뢰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연결망의 마디 역할을 하는 개별 주체나 국가의 자기책임성(자율성의 원리)과 더불어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공동책임이 필요하다는) 연대 Solidarity 의 원칙이 필요하다.
- P73

또한 코로나 19는 가난한 사람들과 부유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부유한 사람들만 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팬데믹‘을 막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건 봉쇄와 차단이 아니라 ‘연대‘인 것이다. 국가 간 인적·물적 · 문화적 교류가 활발한 글로벌 시대에, 여행의 제한 같은 국가 간 인구의이동을 막는 방법이 감염병의 확산을 막는 데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근거도 미약하다. 글로벌 시대에는 이웃 국가의 감염병 유행을막지 못하면 우리 자신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유행이심한 지역의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각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하고, 피해를 본 이들에게 지지와 격려로 정신적인 연대감을 나누도록 하자. 지역 간 국가 간 협력과 연대가 심각한 재난을 막는 최고의 해법이다.
- P77

기술로 연결된 세계에서 남은 과제는 사람을 연결, 즉 네트워크화하는 것이다. 사람(생명체)이 없는 기술은 기존 경제 생태계에 단순히 특정 산업(정보통신업)이 하나 추가되는 것에 불과하다. 사람이연결되어야만 기술과 산업은 확장되고 독립성과 완결성을 갖는 하나의 생태계로 발전한다. 즉 사람(노동력과 아이디어 등)이 연결됨으로써 데이터라는 새로운 자원과 가치가 만들어지고, 확보한 (빅)데이터로 AI 기술을 발전시켜 새로운 사업을 추구할 수 있다.
- P79

데이터는온라인상으로 연결된 세계가 만들어낸 디지털 생태계의 핵심 자원이다. 플랫폼 사업모델의 부상과 함께 ‘데이터 혁명‘과 ‘데이터 경제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이 데이터는 가치창출의 필요조건에불과하다. 즉 데이터는 원유 Crude Ol‘에 불과하므로, 이를 ‘정제‘ 하는것이 중요하다. 확보한 데이터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모빌리티의 스마트화‘로 확보한 데이터를 가지고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솔루션)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 안정적으로 진입해야 디지털 생태계가 비로소 구축된다.
- P87

앱 기반 사업장에 연결된 노동자들은 (정해진 노동시간 없이 임시직계약을 한 뒤 일한 만큼 시급을 받는 노동 계약인) 24시간 대기조‘, 이른바 ‘제로아워 계약 Zero-Hours Contracts 노동자‘와 유사하다. 제로아워 계약 노동자‘는 독립성과 유연성만을 확보했을 뿐 최소한의 근무시간과 최소임금을 보장하는 파트타임보다 못한 근로조건 때문에 ‘노예계약 노동자‘로 불린다. 계약서에 노동자가 다른 부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고용주의 요청이 있을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게 제로아워 계약 노동자가 처한현실이다. 이처럼 새로운 방식의 노동이 일부에게는 자유와 경제적수입을 보장하지만, 대다수에게는 불안한 노동과 불충분한 수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 경제 종사자 중 35세 미만의 비중은 미국이 35.2%, 유럽 주요국은 이보다 높은 39~51% 수준에 달한다.16전 세계적으로 청년 일자리의 질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이유다. 일자리 창출에서 제조업의 역할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플랫폼 사업모델이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교육의 효과성 약화와 더불어 청년 일자리의 위기를 보여준다.
- P90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AI 자동화로 일자리가 축소되는 것은 확실하고, AI 로봇의 도움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업무를 만들어야만 일자리는 증가할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양극화 가속화와 더불어 서비스 관련 일자리까지 소멸시키고 있다. 즉 많은 서비스 부문에서 AI가 인간이 수행하는 일부 업무를 훨씬 값싼 비용으로 더빠르고 탁월하게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는 줄어들 뿐 아니라 살아남은 직업도 더 똑똑해진 기계와의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19 이론적으로도 자동화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산성 효과‘와 자동화에 의해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대체 효과‘
로 구분된다. 여기서 생산성 효과란 무엇인가? 컴퓨터나 인터넷이도입되었을 때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해 자신의 생산성을 높이는노동력이나 업무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듯이, AI가 널리 사용됨에 따라 AI를 생산성 증대로 연결하는 업무는 수요가 증가함을 의미한다.
- P90

그러나 AI 시대와 새로운 처음 시대의 가장 큰 희생자는 21세기를 살아가야 하는 현재의 청년세대다. 첫째, 20세기의 교육과 21세기 기술 간 격차의 희생자가 청년세대다. 산업사회의 유산인 근대교육방식이 지속되면서 청년세대는 시대 부적응자가 되어가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청년들은 (그들의 부모세대들이 그랬듯이) 대학에들어가는 20대에 정규교육의 대부분을 이수하고, 삶의 나머지를 20대에 배운 것에 의존해 살아간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사람들이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습득한 정보를 인공지능형 컴퓨터는 수초 내에습득한다. 게다가 컴퓨터와 로봇은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그런데도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진 일부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경쟁에서 이길 것을 강요하고, 경쟁에서 낙오할 경우 청년에게 책임을 지운다. - P99

디지털 생태계에 필요한 인간형

이처럼 디지털 생태계는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하나의 완성된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경제주체가 플랫폼(디지털 생태계)을 중심으로 연결되고, 그 플랫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데이터를 활용하여 문제를 찾아내고, 세상의 기술과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부에서 오늘날의 인재상이 갖춰야 할 역량으로 창의성 Creativity,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소통 Communication, 협력Cooperation 등 4C 역량을 지적하는 이유다.
- P101

요약하면 디지털 생태계의 과제인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이하나의 사업모델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업조직, 시민권, 인간형,법과 제도, 분배시스템 등이 총체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는디지털 생태계가 기존의 제조업 생태계와 전혀 다른 세상이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 생태계로의 진화는 기술 혁신Technical Innovations 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사회 혁신들 Social Innovations이 함께 진화(공진화)해야만 가능하다.
- P106

데이터 경제, 개방을 통해 혁신해야

디지털 생태계의 핵심 단위인 데이터 경제는 (상호 혜택을 누리는)호혜성의 세계이다. 첫째, 디지털 생태계는 이익 공유의 원리로 작동하는 생태계이다. 이익 공유 없이는 생태계 자체가 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디지털 생태계는 이익 공유를 매개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의 연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협력의 경제계다. 그런데 서로 협력하고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생태계의참여자에게 ‘자율성‘이라는 새로운 규범이 필요하다. 즉 자율과 협력이 사회를 운영하는 원리가 될 수밖에 없다.
- P115

정보와 지식 제공에서 학교가 구글보다 경쟁력이 있는가? 사람들은정보 부족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기반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해석하는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데이터 혁명으로발생한 ‘데이터 경제‘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문제를 찾아내고,
또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21세기부터 숙련된 일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고숙련 노동자들이 전통적으로 저숙련 노동자가 수행한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이는 대학에서 습득하는 인지량이 21세기에 부상한 새로운 사업모델의 업무에 필요한 역량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대학에서 배출한 고숙련 노동력이 저숙련 노동력이 수행한 일자리로 이동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있다. 40 즉 대학교육의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 이는 대학교육 방식과 변화된 산업구조 사이의 불일치(미스매치)를 보여준다. 근대와 미래 (21세기)와의 미스매치인 것이다.
- P134

많은 사람이 더욱 많은 교육을 받고, 대학을 진학하는 이유가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선진국의 청년실업 문제는 교육과 생산성의 관계가 약화되었다는 걸 보여준다. 부모세대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청년세대의 실업률이 사회 평균 실업률보다2~3배 높다는 사실은 기업이 청년들의 고용을 회피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그 이유는 생산성이 높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수준과 생산성 사이의 상관관계가 약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디지털 생태계로 경제활동의 중심이 이동하고, 데이터 경제가 부상하면서 산업사회 교육방식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 P135

이처럼 오늘날 많은 학생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기보다다른 사람(사회)의 기준을 따른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도 주변 학생들이 하는 것들(어학연수, 영어공부 등)을 따라 한다. 다른 학생들을따라 하지 않으면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결과 대부분의 대학생은 영어 점수나 학점의 차이 등만 있을 뿐 획일화된다. 이렇게 된 이유는 많은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이미 거의 비슷한, 마치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낸 상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태어난 우리 아이들이 학교의 교육과정에서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개인 간 차이가 거세된표준화된 인간으로 재양성된 결과다.
- P145

이처럼 ‘평균의 시대가 막을 내렸음 Averagc is Over‘에도 불구하고 학교교육시스템은 표준화된 지식을 습득한 ‘평균 인간‘의 양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평균 인간‘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감소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 진학률, 특히이른바 우수 대학 진학률이 학교교육의 목표가 되어버린 현실에서선행학습 경쟁에 뒤처진 학생은 교육의 관심 대상에서 밀려나 버리는 등 학교는 경쟁의 낙오자에게 의미 없는 곳이 되고 있다. ‘교실붕괴‘, ‘학교 붕괴 현상은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문제는 이를 학교교육시스템의 문제로 보지 않고,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교육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가정교육은 학교교육보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을 용서해주는 부모들의 사고와 태도가 자기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고 있다는것을 모른다.
- P147

연결의 세계와 데이터 경제 시대의 인간형인 ‘호모 엠파티쿠스‘는 구체적으로 (상대와 접촉하여 생각과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능력인) ‘교감성 Associability을 갖춘 인간‘을 말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인간적·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필요를 능동적으로 제안하고 구성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가 되어야 한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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