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내키는 대로 따라가면, 끝내는 듣고 싶은 얘기를 해 주는 정체불명의 신, 또는 그럭저럭 이해할 만한 하나님의 어느 한 면모만 좋아기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도에서 결정적인 한 수는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께, 그분이 말씀하시는 모든 일에 대하여 말씀드리는 데 있다. … 기도하면서 알아 가고 싶은 미지의 하나님께 기도하는것과 이스라엘의 역사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나님, 인간의 언어로 말씀하시는 잘 알려진 하나님께 아뢰는 것 사이에는 또렷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제 입맛대로 신앙적인 성취를 탐닉하지만, 후자는 순종하는 믿음을 행동에 옮긴다. 즐거움으로 치자면 전자가 한결 낫지만 중요하기는 후자가 훨씬 윗길이다. 기도의 핵심은 자기 표현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 답하는 법을 체득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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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사가 순조롭고 심중에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안전하다 싶으면 기도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기도가 무미건조해지기 십상이다. 이것저것 해 달라고 간청하는 데 큰 몫의 시간을 할애하고 가물에 콩 나듯(뭔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 때) 죄를 고백한다. 오랜 시간 차분히 앉아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높이는 경우는 드물거나 전혀없다. 한마디로, 내면으로부터 기도하고 싶어 하는 긍정적이고 전향적인욕구를 찾아볼 수 없다. 형편에 쫓겨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조아릴 따름이다.
어째서 그런가? 하나님이 엄연히 살아 계시다는 걸 알지만 무언가를 얻어 내거나 행복해지는 수단쯤으로 여기는 탓이다. 대부분은 그분을행복 그 자체로 삼지 않는다. 그러기에 하나님을 더 잘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얻고 구하려고 기도하는 것이다.
제힘으로 구원에 이르려고 끊임없이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상태를빨리 파악하고 그리스도를 향해 돌아서야만 국면을 총체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주님이 우리를 위해 감수하신 크고도 놀라운 희생을 깨닫고,
소망의 대상을 물질에서 그리스도로 바꾸며, 예수님께 기대어 하나님의용서와 은혜를 구하면,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유익과 축복이 얼마나 엄청난지 감이 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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