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 안에 불안, 불만과 갈등이 일어났을 때 가장 적은 대가를 치르고, 일시적으로 가장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응책은 누군가 또는 일부 소수자들에게 문제의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다. 책임으로 지목된 사람에게 증오와 분노 그리고 적대감을 터뜨리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무마하고 일시적으로 질서를 찾는 방식이다. 유럽 역사에서 자주 일어났던 유대인 박해나마녀 사냥은 사회가 처한 문제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희생양 메커니즘이 작동된 사례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에 따르면 희생양메커니즘은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기능하였으며 모든 문화와 시대를 초월하여 문제와 위기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 대처 방식이었다. 지라르가 밝힌 희생양 메커니즘은 국가나 마을 공동체와 같은 커다. 란 집단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가장 작은 사회 단위인가족 안에도 이러한 메커니즘은 존재한다. 가족 희생양은 가족 중 한 사람의 희생으로 가족 구성원 전체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일컫는다. 가족 희생양의 원인은대체로 부부 갈등이다. 일반적으로 부부 갈등의 회피 수단으로 희생양이 만들어진다. - P138
일반적으로 부모 자녀 관계에서 부모는 자녀를 돌보고 자녀는 부모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받는다. 자녀는 부모에게 같은 방식으로 돌봄을 돌려줄 수는 없지만 부모에게 충성심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은혜를 갚으려고 하는 것이 보편적인 정서다. 스티얼린은 부모가 자녀의 충성심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공부에 대해 한을 갖고 있는 부모는 자녀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력을 갖기를 기대한다. 부모가 원하는것이기 때문에 자녀는 자신의 욕구를 억누른 채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공부에 모든 것을 걸고 성장기를 보낸다. - P140
스티얼린은 부모의 못 이룬 한을 해결하기 위해 한번 위임된자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이와 관련해서 탈출죄‘라는 표현을 쓴다. 이것은 자녀가 부모에게부여받은 사명을 완수하지 못한 경우 평생을 통해 깊은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런 희생양과 부모 사이에는 착취 관계가 존재한다. 자녀는 자기의 인생을 살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빼앗기고 결과적으로 착취당한 것이다. 부모에 의해 착취당한 자녀는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결핍 상태로 성장한다. 부모의 욕구를 성취한다고 해서 자녀가 이 결핍에서 해방되는 것은아니다. 성취는 부모를 위한 것이지,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P142
분명 인디언들이 친구를 대하듯이 서로가 서로의 슬픔을 등에 지고 가 줄 수 있다면, 그처럼 아름다운 관계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염려스러운 마음에 아무리 대리 역할을 하려 해도 자녀는 자녀일 뿐 부모가 될 수 없다. 가족관계에서 스스로 맡아야 할 그 이상의역할은 내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마다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는바로 그 지점에서 오히려 가족의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 P146
부모가 자녀에게 베푸는 사랑은 아무런 기대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이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서 어떤 식으로든지 본전‘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부모는 자녀에게 무조건적으로 베풀고, 자녀는 다시 부모가 되어 그것을 자신의 자녀에게 돌려주면서 돌봄과 베품이 세대를 통해 내려가는 것이 결국 인류의 삶을 면면히 이어지게 하는 기본 원리이다. - P153
독일을 대표하는 가족상담사로 ‘트라우마 가족치료 모델을만든 버트 헬링거(Bert Hellinger)는 멋지고 매력적인 남성들에게는일정한 공통점이 있다고 밝힌다. 매력남들은 대개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아버지를 존경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의식적으로 이런아버지를 뛰어넘고 싶은 열망을 지닌다. 이런 존경과 열망은 아들에게 사회적 성취동기를 제공하며 유연하고 풍부한 인간관계를 맺는능력을 길러 준다.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얻은 신뢰와안정감이 아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높은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신뢰하는 사람은 자연히 타인들에게 주목과 호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매력남들은 또 가까운 사람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깊이 있는 우정을 쌓는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관계를 소중히 여길 줄 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진실하며주변의 기대에 맞추려고 거짓이나 허세로 포장하지 않는다. 그래서프로이트는 남자는 특히 성장기에 아버지와 맺는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다. - P176
부모와 자녀 사이에 깨어진 소통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은 경청이다. 내 생각을 잘 전하는 것이 아니라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소통의 출발이다. 우리는 평소 얼마나 자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과연 자녀가 이야기할 때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쓸데없는 말을 한다고 묵살하지는 않았는가. 언제나 내 말을 하려고, 내 생각을 전하려고 하지는 않았는가.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훈계하고 소리치지 않았는가. 아이들에게는 훈계하는 부모보다 경청하고 성찰하는 부모가 필요하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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