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상처는 훗날 다른 사람에게 투사되곤 하는데, 이런 현상을 전이감정이라고 한다. 프로이트가 명명한 전이감정은 과거의 경험이 현재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상대를 착각하고 오해하게 만드는 현상이다. 나는 이 학생의 전이감정으로 인해 졸지에영문도 모른 채 한 학기 내내 고통을 당한 것이다.
이감정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부모와 자녀, 부부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형제를 다르게 대하는 부모의 편애에도 대체로 전이감정이 작용한다. 부모의 자녀 사랑이 형제들 간에 똑같다는 의미로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느냐‘는 말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면담해 본 내 경험으로 이는 현실과 조금 차이가 있는 공자님 말씀‘이다.  - P15

부부가 이해할 수 없는 싸움을 계속해서 하거나, 도저히 부부관계가 힘들어진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상대방이 아니라 나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특히 자신의 어린시절이 행복하지 않았다면 더욱 개연성이 높다. 전이감정을 일으키기 쉬운 사람들 즉 ‘높은 전이감정 경향성(high transference liabili-ties)‘을 지닌 이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상처가 크다. 상처 받은 어린 시절의 내면아이가 지금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생활이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자연히 상대방을 탓하는 식으로 전이감정이 생긴다. 상대의 결점과 단점이 결혼의위기를 가져왔다고 공격하거나 자기 합리화를 하기도 한다. 자신이느낀 결혼생활의 고통과 아픔이 전이감정에서 왔다는 사실을 깨달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에 있는 상처 받은아이를 돌보지 않고, 전이감정을 살펴보려 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고통스러운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 P18

사람들은 힘들거나 괴로울 때 가장 가깝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의지한다. 그 사람을 통해 위로와 확신을 얻는 것이다. 의지하는대상이 꼭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에게 속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분노와 정서적 학대에 대해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전문 상담사이며 CNN과 오프라 윈프리쇼‘를 비롯한 유명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상담의 대중화를선도하는 비벌리 엔젤(Beverly Engel)은 말한다.
"어린 시절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대상인 부모의 따뜻한 포옹과 말 한마디는 상처 난 무릎에서 흐르는 피를 멈추게 해준다."
무언가에 상처를 받았을 때 누구에게도 갈 수 없었다는 것은한번도 사람을 통해 상처를 치유 받은 경험이 없다는 뜻이다. 이들은이미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벙어리가 돼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감만이 가슴 속 깊이 자리 잡게 된다.
- P29

가족치료의 선구자로 여겨지는 가족치료사인 사티어 VirginiaSatir)가 상처 받은 개인과 가족을 상담할 때 사용한 붕대는 ‘접촉‘이었다. 사티어는 대화와 언어를 통해서만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닌 직접 몸의 접촉을 통해 문제아와 문제 가족을 회복시켰다. 성격이 예민하고 까칠한 아이가 이유 없이 동생을 미워하고 괴롭혀 상담을 받으러 왔다. 사티어는 부모에게 3주 동안 문제 아이와 몸으로 놀아 주고 마사지를 해주는 신체 접촉을 권하였다. 3주 후, 놀랍게도 아이는유순해지고 동생과 편안하게 관계를 맺었다. 관계가 악화된 부부에게는 하루에 20분씩 서로의 손과 발을 마사지하고 5분간 손을 잡고서로의 눈을 바라보게 하자 부부관계에 변화가 왔다. 신체 접촉은뇌의 접촉이고 뇌의 접촉은 결국 마음의 접촉이다.  - P41

잘못된 행동 방식이지만 부모 자신이 자라난 환경과 가장 유사한 환경을 추구하고 조성하기 때문이다. 익숙한 환경을 추구하려는 본능은 어린 시절의 패턴을 반복하며 살아가게 한다. 이런 대처방식은 모든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어린 시절의 상황을 성인의 시기까지 연장한다. 그 결과 언젠가는 오랜 고통이 끝날 거라는 희망을 버리게 한다. 트라우마가 자신이 아는 세계관의 전부이고 거기에서 도망칠 수 없다고 단정 짓는다.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나는 것이다.
- P46

우리는 모두 자신이 성장한 가족으로 회귀하려고 한다. 설령그 가족이 비참했고, 늘 외로웠으며 불안했을지라도, 그곳은 너무나익숙한 곳이기 때문이다.
- P61

가족 문제의 세대 전수는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보웬은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가족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결혼생활이 어릴 적 부모의 생활을그대로 재현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지, 화가 나면 침묵하고,
불같이 성질을 내고, 비꼬는 말투로 응수하고, 욕설을 하고, 남과 비교하고, 협박투로 말하는 등 부모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반복하고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당시 아이로서 경험했던 공포, 수치심, 분노, 무력감 등을 직면해야 한다. 이를통해 자기도 모르게 나타나는 어린 시절 익숙했던 행동들이 자녀와배우자에게도 자신이 아이 때 느꼈던 비참한 감정을 심어 주고 있음을 깨닫고, 그런 경험을 누구에게도 물려주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야한다.
- P65

《미운 오리새끼》입니다. 미운 오리새끼는 주변으로부터 따돌림 당하고 무시당하는 슬픈 과거를 지녔습니다. 안데르센은 이 불행을 없는일로 지우려 하지 않습니다. 불행을 인정하고 행복으로 향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마침내 백조로 변한 ‘미운 오리새끼‘ 이야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안데르센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합니다.
안데르센도 어린 시절의 이픔이 있지만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안데르센은 그의 힘든 어린 시절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현실의 고통을 단순히 지워 버리고 싶은 기억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행복으로 가기 위한 여정이라는 적극직 관점을 가졌습니다. 자신의 트라우마와 불행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았기에 안데르센은 『성냥팔이소녀, 『미운 오리새끼』 「왕자와 거지 같은 슬프면서도 따뜻한, 깊은여운을 남기는 명작 동화를 남길 수 있었습니다. 안데르센이 자신의불행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은 일종의 관점의 변화이자 가치관의 변화, 즉 패러다임(paradigo)의 변호 입니다. 상처와 불행을 치유하는 데에는 이렇게 패러다임의 변화가 꼭 필요합니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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