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전통이 20세기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테일러 시스템의시대에 자본가가 바라는 최고의 노동자는 ‘복종형 인간‘이다. 그런데 일본에는 복종형 인간을 넘어 ‘헌신형 인간‘, 즉 시키는 것을 고분고분 잘 하는 정도가 아니라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일에 몰두하며 도를 닦는 노동자들이 널려 있었다. 그런데 이런 노동 문화는 매우 위험하다. 좋게 말하면 헌신이고 도 닦는 수행인데, 정확히 말하면 노동 착취다. 일본 경제는 이런 노동착취를 기반으로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착취형 성장은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이런 문화는 대량생산 시대에는 그나마 강점이 있다. 하지만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세상이 바뀌었다. 인터넷 세상이 활짝 열리면서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기업들이 경제를 주도한다.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등 참신한 발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다. 그런데 평생 복종과 헌신을 지고지선으로 여긴 일본 노동자들은 이 창의성의 시대에 전혀 걸맞지 않는 사람들이다. 창의성이란 휴식과 놀이를 즐기는 유쾌한 사람들에게서 쏟아진다. 복종하는 사람들보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며 할 말은 하는 자주적인 사람들이 더 창의적이다. - P191
반면 노예제는 정당하고 합법적이야. 인간 사회에서 그 정도 불평등은 당연한 거야‘라고 믿으면 노예로 살아도 위안이 된다. 노예제도는 절대 나쁜 것이 아니고, 나는그런 세상에서 단지 노예로 태어났을 뿐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민중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왜 이재용하고 이런 엄청난 차별을 겪어야 해? 이 차별은 부당해‘라고 인식하면 현실이 너무 슬프다. 누구는 부모 잘 만나서 재산이19조원인데 나는 매일매일의 삶을 걱정하는 불우한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정도 불평등은 당연한 거지‘라고 인정을 해버리면 속이 편해진다. 나의 가난한 처지도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 P197
통제할 수 없는 것까지 통제하는 신자유주의프랑스가 낳은 위대한 철학자 미셸 푸코는 신자유주의가 태동할 무렵이었던 1979년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신자유주의의 비밀을 통렬하게 파헤친 푸코의 탁견이 실린 책이다. 푸코가 밝힌 신자유주의의 비밀은 섬뜩하다.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신자유주의가 단순히 과거 자유주의의 모델을 복원시킨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푸코에 따르면 신자유주의는 옛 자유주의와 완전히 다른 통치 시스템이다. 옛 자유주의는 시장논리로 지배할 수 있는 것들만 통제하려 했다. 그래서 그들이집중적으로 통제한 영역은 주로 노동이었다. 하지만 푸코에 따르면 신자유주의는 과거에는 시장 논리로 결코 통제할 수 없다고 여겼던 것들, 예를 들면 육아, 교육, 의료,환경, 안전 등 모든 영역을 통제한다. - P231
인류의 일생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신자유주의는 매우 거대하고 강력하다. 푸코는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기적 인간, 경쟁에서 승리하는 인간만이 살 수 있다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사상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설파한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분명하다. 경쟁의 승자만 살아남고, 나머지 평범한민중들은 죽게 내버려 두는 이 세상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인생을 지배하는 지긋지긋한 경쟁의 논리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시급히 모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