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또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과연 이 헌법정신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요? 명목상으로는 같은데 실질적으로 같지 않은 데서 인간은 더 큰 차별과 좌절감을 느낍니다. 자유인이지만 엄연히 다른 신분적 차이가 있었던 로마시대 두 자유인의 모습에서, 저는 겉으로는 평등한 민주주의 사회이지만 한발 더 들어가보면 분명히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사이의 불편부당과 갈등을 자주 확인합니다. - P55
우리 민족에게 일제강점기가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시기였던것은 우리 민족 전체가 노예로 치부되었던 암흑기이기 때문입니다. 그 시대는 이미 지나갔으며, 일본이 아니었다면 한국의 근대화는 더 지연되었을 거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민족을 매로 다스려야 할 노예로 여겼던 그 폭압의 역사를 시혜의역사로 탈바꿈시키려는 이들이 남아 있는 한, 우리는 더욱더 눈을크게 뜨고서 야만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억함으로써 저항해야 합니다. 노예제와 폭력의 특징은, 그 어느 시대에나 그럴듯한 논리로 야만을 정당화하고 그에 기생하려는 자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 P64
사람은 필요에 따라 길들여질 수 있는 동물입니다. 그러나 자발적 발로로 이어지는 동기가 주어지면 길들여진 것 이상의 엄청난효율과 성과를 내는 위대한 가능성을 가진 동물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고 필요에 맞게 길들이고 조종할 수 있다는 생각을 근본적으로 버리고, 제한된 열매를 몇몇 소수의 권력자나 재력가가 독점하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공유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인간 사회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곳에서 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희망 없는 어두운 터널에 갇힌 것만 같았던 약자와 빈자들의 팍팍한 삶도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겁니다. - P85
이마누엘 칸트는 "우리는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갖지 않고도 지낼 수 있는 것으로 부유해진다"고 했습니다. 인간이 타자와의 구분을 통해 우월적 지위를 드러내려는 게본능에 가깝다면, 반대로 타자와 구분하지 않으려는 노력 속에 묻어 있는 인격적 성숙이, 인간다운 품위를 갖춘 진정 우월한 사람으로 우리 각자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요? 세네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예들이다. 그렇더라도 인간이다. Servi sunt: immo homines.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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