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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네가 있어 마음속 꽃밭이다 - 풀꽃 시인 나태주 등단 50주년 기념 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19년 10월
평점 :

산문집은 처음이었다.
짧은 단편의 글은 읽어봤지만 하나의 책으로 이루어진 글로 적힌 산문집은 처음이었기에 조금은 생소했다.
보라색빛 꽃이 가득한 풀밭에 서있는 여자의 모습.
함께 있는 반려견.
오롯하게 책 표지만 보고 읽고 싶어졌던 책이다.
책을 읽다보니 덤덤하고 무난하고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 가득한 일상을 보내려면 얼마나 많은 날을 살아야 하는 것 일까?
어른이 해주는 삶의 지혜같은 느낌.
무던하게 이어지는 짧은 단편들 속에서 작가의 인생이 느껴졌다.
지금 내가 느끼는 조바심과 두려움.
그 모든 것을 지나쳐간 사람이기에 그가 느끼는 편안함이 부럽기도 했다.
삶의 연륜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조용하게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실패한 인생은 실패한 인생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패한 인생도 소득은 있게 마련이다.
실패한 만큼 성공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작심삼일이 왜 안 좋은 것이냐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완주하지 못해도 시작을 한다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낫다는 작가의 말.
생각을 달리하니 그동안 내가 가졌던 무거운 짐들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저 글을 읽으며 또 다시 많은 것을 느꼈다.
실패.
그 단어 뒤에는 수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한 나의 흔적도 함께 있다.
하지만 결론이 실패이기에 그 노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느꼈다.
그래서 실패는 나에게 어감이 좋지 않은 단어였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조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오늘 실패를 하기에 내일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이번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깨닫고 더 나은 방법으로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니 지금껏 내 인생을 답답하게 누르고 있던 내 과거들이 조금 더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죽는 꽃은 죽도록 내버려두자,
그 자리에 다른 꽃들이 와서 살면 그 꽃이 또 그 땅의 주인이 될 것이다.
여기서 또 순리란 것을 배운다.
늘 생각하던 내 자리.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힘겨워도 안고 업고 끌고 가던 일들.
그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짧은 이야기 속에 가득한 큰 이야기.
책은 얇았지만 느끼는 것이 많고 배우는 것이 많은 책이었다.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 오면 꼭 한번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