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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리 - 높고 고운 사랑노래
선유 지음 / 황소자리 / 2017년 11월
평점 :

노래들을 아끼는 제 마음을 이야기로 풀어보았어요.
750년 전 영혼들과의 중창으로 들렸으면 합니다.
전적으로 옛이야기에 기댄 것이 아니라. 2017년까지 살아낸 제 삶의 경험도 소리로 담겼습니다.
함께 노래할 근거는 두 가지죠.
이 사랑노래들을 아낀다는 것.
그리고 노래의 주인공들만큼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것.
책을 모두 읽고 난 뒤 다 와 닿은 작가의 말.
수능을 공부하며 배운 문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 하면 나에게 그것은 '가시리'이다.
가시리 가시리 잇고
바리고 가시리 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잡사와 두어리마난
선하면 아니올세라
설온님 보내 암노니
가시난닷 도셔오소서
아직도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있는 노래가사.
당시 사춘기였던 난 이 노래가사가 가슴에 너무 와 닿았다.
그렇게 기억에 남아있던 노래가사가 들어간 소설이 나왔다기에 더 관심이 갔다.
어쩜 제목도 가시리이다.
6개의 옛 사랑노래를 연결시킨 세 남녀의 사랑이야기.
좌, 우, 그리고 야청.
노래를 잘 부르는 으뜸 가인 야청.
셋은 오랜 친구사이지만 남녀사이에선 쉽게 무너질 우정이었다.
서로 다른 야심을 가진 남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하는 야청.
그 선택으로 행복해 질 수 있을까??
내가 익히 아는 우리네 사랑노래가사에는 행복만 가득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사랑도 그리 5순탄치 못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삼별초항쟁.
사랑노래와 더불어 우리네 역사와도 연관시킨 이 소설은 너무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였다.
서로를 원하는 마음과 엇갈릴 수밖에 없는 운명.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사상이 달랐기에 다른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현실.
그 모든 것이 뒤섞여 잔뜩 엉킨 실타래 같은 모습.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사랑.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잠시 헤어져야 하는 사랑.
내 모든 것을 내려놓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사랑.
그 배경이 옛 우리의 역사속이기에 그 사랑은 더 현실감 있게 와 닿았다.
옛 노래가 구슬펐기에 그들의 사랑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더 궁금했다.
서로 다른 방향을 보는 사랑의 결말.
나라의 위험 앞에 보내줄 수밖에 없었던 사랑.
잔잔하지만 가슴 저미는 사랑이야기.
추운 겨울에 가슴속에 잔잔한 열기를 심어주는 책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