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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속한 가족.
그리고 내가 속하고 싶은 가족.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사랑.
사랑 때문에 깨져버린 우정.
그래서 아프게 외면해야 했던 사랑.
하지만 끝내는 다시 만나게 되는 운명.
사랑과 미움, 증오, 배신.
믿음과 절망.
책장을 넘기고 한장 한장 읽어갈수록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몰입.
오랜만에 소설책을 보며 몰입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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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몬트클레어 골드먼 가족과 볼티모어 골드먼 가족 사이의 차이가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갖가지 우여곡절이 쌓여 형성된 결과라고 생각해왔다. 사실 그 차이는 단 하룻밤, 혹은 한가지선택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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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커스
그는 현재 자신의 상황에 만족할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 대단해 보였던 큰아버지와 그의 가족들.
그들과 함께하고 싶어 내 가족까지 외면했었다.
어릴 적 그는 자신이 보는 세상이 전부인줄 알았다.
그가 자라나며, 나이를 먹어가며, 새로운 세상을 만날수록 그가 알던 세상은 달라진다.
그가 너무나 부러워하던 행복 가득한 모습의 사촌들이 사라진다.
서로밖에 없는 듯, 서로를 너무나도 아끼는 듯 했던 그 모습은 질투로 인해 그 빛을 잃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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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 돌이켜보면 어릴 적에 내 사촌들을 왜 그토록 부러워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내 사촌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모습으로 보아왔던건 아닐까? 내 사촌들이 내가 그토록 감탄해마지 않을 비범한 존재들이었을까? 내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피조물에 불과했던 건 아닐까? 그럼 나는? 내 자신이 내가 머릿속으로 창조해낸 바로 그 볼티모어 골드먼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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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나 아끼고 우러러 보았던 사람들의 몰락을 보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아닌 진짜 그들의 모습과 생활.
어른이 된 마커스 눈에는 보인다.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겉모습이지만 실제로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그들의 삶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가 영원히 함께 하고 싶었던 친구들과의 약속마저 깨버리고 선택한 사랑이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한 행동이지만 그로인해 깨지게 되는 사랑.
소설가가 된 그가,
그 사랑을 다시 이어가기 위해, 내가 사랑하던 사촌들을 잊지 않기 위해 써내려가는 소설.
볼티모어의 서.
이 책 한권에 모두 들어있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타나는 그들의 실제 모습.
커 보이는 그 모습 뒤에 보이는 작은 균열이 하나하나 쌓여 그들을 갉아먹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서로를 위하고 영원한 우정을 맹세한 듯 보이지만 뒤에 숨겨진 작은 질투는 큰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믿고 사랑하던 사람들의 배신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들.
사건을 무마하기위해 하는 행동이지만 그로 인해 일어나는 생각지 못한 큰 사고들.
그들이 꿈꾸던 미래는 없었다.
어린 시절, 그들의 앞길에 보이던 너무나도 밝은 미래.
조그맣던 질투가 쌓이고 쌓여서 무시하지 못할 만큼 커졌다.
그 질투가 그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버렸다.
숨을 멈추고 읽게 되는 책.
정말 오랜만에 그런 책을 만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