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가 있는 국경
김인자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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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행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하나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여향이라는 건 참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큰 모험이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긴 이후로 내 경험을 위한 여행은 경험하지 못했다.

 

 

사과나무가 있는 국경.

처음 표지를 보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빨갛게 충혈 된 눈, 그리고 그 눈 위에 자리 잡은 하얗게 새어버린 눈썹.

삶의 고단함이 한눈에 보이는 그의 얼굴.

일상생활을 하면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타인의 얼굴.

하루하루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눈을 보지만 별다른 생각은 없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일 뿐.

 

 

하지만 여행 에세이 속 사진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참 오래도록 보고 있게 된다.

그들과 작가의 인연.

그리고 그들이 지고 가는 삶의 무게가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할까...

같은 지구상에 살아가지만 죽기 전까지 이 사람을 볼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에세이 속 그들의 모습을 보면 꼭 내 친구 같고 할머니 같고 가족 같다.

다양한 모양으로 살아가고,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다양한 상황 속에서 살아간다.

간접적으로 그들의 삶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여행 에세이.

 

      

사랑이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마시는 첫 모금의 커피 같을 순 없어도 키를 낮추도 무릎을 꿇어 그를 바라보거나 보살피는 일이 즐겁지 않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겠지. 매 순간 허리를 꺾고 바닥에 엎드린다 해도 변함없이 행복하다면 그게 사랑이겠지.

 

사랑.

책 속에는 다양한 사랑이 적혀있었다.

남녀의 사랑.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사랑.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사랑. 친구와의 사랑.

그 상황을 보며 작가가 느낀 감정은 참 잔잔하고 공감이 갔다.

 

      

헤어지기 아쉬운지 길고 긴 축복의 말과 따뜻한 포옹을 끝내고 차가 출발하자 양동이에 담아둔 물을 차를 향해 힘껏 퍼붓는다. 이유를 물으니 '물처럼 흘러갔다 다시 돌아오라는 의미'란다. 참 따뜻한 인사다. 시다.

 

다양한 나라를 가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니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이 나의 행복을 빌어주고 그리워해주는 모습.

그것은 어떤 행동이든 가슴 저리게 기쁠 것이다.

책속에 짧게 남긴 글이지만 그 느낌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의심하면 안돼요','머리로 배우지 말고 몸으로 이해해야 해요','당신도 해봐요, 나처럼 이렇게 말이에요'가 들어있었고 그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물동이든 콩냄비든 믿고 맡기면 그분이 모두 알아서 붙잡아 주신다는 걸.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되는 일.

책 속에는 이런 일들이 많았다.

다양한 상황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현실.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현실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이해될 수 있다.

 

 

여행 에세이를 읽고 나면 늘 드는 생각.

아..여행가고 싶다..ㅠㅠ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는 소설책도 좋지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 에세이야 말로 여름 밤 내 마음을 시원하게 사로잡는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직접 경험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렇게 간접경험으로도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여행 에세이가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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