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의 느티나무
박희주 지음 / 책마루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9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한권의 책.
예전엔 그저 짧은 이야기정도로 느껴졌기에 잘 읽지 않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읽기엔 너무나도 안성맞춤이었다.
장편소설을 읽을 때면 늘 다시 앞으로 책장을 넘겨 그 전 이야기를 다시 읽어야 했기에, 이 책은 내용에 얽매이지 않고 오랜만에 나에게 느긋함을 찾아준 책이었다.


책에 실린 9개의 단편소설은 소소한 이야기들이었다.
주변에서 꼭 하나씩은 있을 법한 상황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마음을 동요하게 하고, 현실을 비관하게 하고, 다시금 내 삶으로 돌아오는 그런 이야기.
또, 내가 처한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변화시켜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9개의 이야기 모두가 그저 약간의 동요를 일으키는 정도의 이야기지만 특히나 운전면허증이란 이야기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미 운전면허증을 취득해서 차를 끌고 다니던 사람이 면허가 취소되고 다시 면허를 딸 때는 처음보다 더 오래 걸린다는 말을 익히 들었었기에 이야기가 더 와 닿았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왜 그렇지..정도의 느낌뿐이었는데 각 상황을 보여주는 하나하나의 글귀가 나에게 와 닿았다.


그래, 출발이다. 나는 먼저 핸드 브레이크를 풀었다. 이게 P에 있는 기어를 D로 옮기면 차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기어가 움직이질 않았다.
...
이상하다 이상해. 어째서 기어가 내려오지 않는가 말이다. 아니 그럼 시동이 걸려있지 않은 게 아닌가? 나는 재빨리 키를 돌렸다. 요란한 소리만 날 뿐, 시동은 분명히 걸려있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이 뜻밖의 상황에 나는 허둥댔다.
...
“출발 실격입니다. 차에서 내려오십시오.”
...
“아니, 어떻게 기어가 꼼짝을 안하는 거요?”
“연습 좀 더하고 오세요, 출발도 못하면서 무슨 시험을 보겠다고. 브레이크를 발고 기어를 움직여야지요.”


그는 그 전에 운전할 때는 이것을 몰랐던 것일까?
아주 당연하게, 아주 익숙하게 하던 행동이 왜 그 상황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나오지 않았던 것일까?
이 때 그는 자신이 왜 면허가 취소되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두 번째 시험에서는 돌발 상황에서 당황해 또 불합격.
이 때 그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돌발 상황에서 일어났던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세 번째 시험에서는 당연히 합격이라 생각하고 대충 시험을 쳤는데 의외의 상황에서 감점이 되어 다시 불합격.
이 때 그는 자신이 아주 당연하다 생각했던 상황에서 아주 멍청하게 굴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처음 면허를 따러 왔을 때 냉정하게 쳐다보기만 했던 운전학원 명함을 살펴보지만 마음을 굳건히 먹고 다시 시험을 치르기 위해 준비한다.
드디어 네 번째 시험을 치르면서 그 어느 때 보다 간절하고 침착한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고 시험을 보게 된다.
합격을 하고 그는 아내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기억한다.
삶에서 잠시나마 어긋난 길로 갔었지만 더 이상 그런 것들에게 얽매여 살수는 없기에 진정한 주
인공이 되고자 생각하게 된다.

 

생활 속 하나의 헤프닝 일 수 있는 일을 겪으면서 그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도 이 사람처럼 일상 속에서 당연하다 생각하는 일을 하기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었을까?
그런데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은 없을까?
또 다시 그 일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면 난 얼마나 거만한 자세로 그것을 시작하게 될까?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생각을 가지게 해준 이야기로 가득 찬 내 마음속의 느티나무.
가방에 넣고 짧은 시간, 틈틈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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