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 복수와 생존을 둘러싼 실화
존 베일런트 지음, 박연진 옮김 / 솟을북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타이거. 호랑이. 그 존재만으로도 우는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한다는 동물.

 

아가야, 울지 마라. 자꾸 울면 호랑이가 잡아간다.

어린 시절 자꾸 울면 할머니가 나에게 해주시던 말이다. 호랑이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그 때, 그저 그 말을 들으면 호랑이란 무서운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에 더더욱 큰 소리로 울다가 소리가 새어나갈까 엄마 품을 파고들곤 했었다.

 

그런 호랑이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지구상에 남은 호랑이는 얼마 되지 않는다.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그 동물을 다룬 이야기. 인간과 호랑이, 복수와 생존을 둘러싼 실화.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호랑이를 둘러싼 실화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10년간 최고의 환경 영화라는 말도 눈에 들어왔다. 환경영화. 참 지루하고 재미없는 느낌의 단어였다. 그런데 그런 단어가 호랑이라는 제목으로 인해 묘하게 관심을 끌어냈다.

 

처음 책장을 펼치고 늠름하게 눈 위에 앉아있는 호랑이를 보고 있자니 뭔가 애틋한 느낌이 들었다. 계속 보고 있으니 귀여워보였다. 앞발을 다소곳이 모아놓은 것이 앞에서 손을 내밀면 혓바닥으로 살짝 핥아줄 것 같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그런 귀여운 동물 호랑이가 아니었다. 잔인하고 인간과는 적대관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의 동물이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책 속에서 호랑이는 너무나도 잔인하게 사람을 죽였다. 아무 이유도 없었고 그저 그 죽음으로 시작되었다. 인간의 입장에서 책을 읽자니 너무 화가 났다. 먹고 살기 위한 사냥도 아니었고, 그저 죽음이라는 것을 장난스럽게 생각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책을 점점 읽으면서 내 생각은 인간입장보다 호랑이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고 변화하는 사회와 생각들이 살아가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욕심과 안일한 생각들이 호랑이가 살아갈 터전을 점점 사라지게 만들었고, 그들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호랑이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생각과 환경과 사회적 법규들이 함께 살아가야할 여러 동물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마지막 즈음에 한국호랑이보호협회장이 쓴 글이 기억에 또렷하게 남았다. 고려범은 아직 살아있다고 말하는 그의 확신에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호랑이는 산에 있다. 사무실과 학교에는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호랑이는 멸종동물이 아닌 살아있는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