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올리버 색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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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긍정적인 사람이라 해도 믿기 힘든 상황이나 죽음에 가까운 상황에 이르면 긍정적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수많은 생각을 하고 또 하고 또 하게 된다. 이땐 왜 이랬을까? 저렇게 했어야 했는데.. 끝없는 생각과 생각을 하게 되고, 상황을 현실보다 더 비극적으로만 보게 된다.

이 책에서 나는 그것을 또 한번 느꼈다. 사람은 아픔 속에서 절망 속에서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고, 큰 망상 속에서 자신을 괴롭히며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올리버 색스라는 작가가 쓴 글은 사실적이기에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생각과 동화됨을 느꼈고, 실제로 내 왼쪽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이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내 다리를 만져보고 움직여보며 실없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동안 그는 몇 번이나 절망을 경험했을까? 또 그의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책 속의 의사는 내 주변의 의사들과 달랐다. 그가 의사가 아니고 환자였기에 그랬을 것이다. 보통 전문가들은 어떠한 일을 했을 때 그 일의 결과를 예상하고 일을 시작할 것이다. 그렇기에 의사들도 자신이 예측한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을 때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결과는 예상대로 나오기에 별일 아닌 듯 대답을 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절망에 가득 찬 환자가 묻는 질문에 무성의 하게 대답하는 모습은 정말 너무 와닿았다. 나 역시 그러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환자는 절망 속에서 의사에게 묻는 하나의 질문이었겠지만, 의사에게는 수많은 환자 중 한명이 하는 질문이기에 그런 태도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평생 나 아닌 다른 사람, 특히나 전문가의 입장에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의사가 환자가 되었을 때의 상황이기에 조금은 웃기기도 하지만 상황에 대해 거꾸로 생각해보는 것이 가능했다.

 

인생을 살면서 그가 경험한 것과 같은 그런 일을 겪을 가능성은 별로 없겠지만, 그가 다리를 다친 동안 느꼈던 감정을 느끼는 일은 많을 것이다. 별일 아니지만 한없이 자신이 비참해보이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자책하고, 인생이 끝난 것 같이 느껴지는 기분.

언젠가 지나고 나면 아무렇지 않을 일이지만 현재의 나를 너무나도 괴롭히는 그 상황. 왠지 이 책을 읽고 용기를 얻은 기분이다.

사람은 어려운 일에 부딪쳤을 때, 그 상황보다 더 심각하고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나의 상황이라면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상황을 정리하지는 못하겠지만, 어쩌면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도 내가 더 어렵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쉬운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책을 쓴 의도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단순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인생을 생각했고,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생각을 했고, 고난과 역경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했다. 그동안 이러한 주제의 책들은 좀 무겁게 읽어지는 느낌이라 잘 읽어지지 않았는데 이 책은 가벼운 소설처럼 읽을 수 있는 무거운 책인 것 같다. 그가 쓴 다른 책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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