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위한 여행

와일드 - 4285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 나무의철학 / 2012년 10월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고생은 좀 되더라도 조금은 몸을 혹사시킬 수 있는 여행.

지금까지는 여행이란 쉬다오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이 필수요소였다. 하지만 쉰다는 의미가 신체의 휴식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인 휴식. 지금 내 머릿속을 가득채운 잡념과 과거의 나에게 얽매여 있는 현실의 나를 찾기 위한 휴식. 그것을 원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 소설일 것이라 생각했다. 여자가, 그것도 4285km나 되는 길을 혼자서 걸었다는 것은 왠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서 몇 번이고 작가의 이름을 읽어보았다. 셰릴 스트레이드.

책 표지에 적힌 논픽션이라는 단어. 허구가 아닌 사실, 사실에 근거해서 쓴... 정말 이게 작가가 겪은 일이라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도 몇 번 나왔지만 그녀는 정말 아주 위험한 순간을 몇 번이고 지나쳤다.

다행히 좋은 사람을 더 많이 만났고, 큰 자연재해를 만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는 그녀처럼 도전해 볼 용기는 나지 않는다.

책의 후반부까지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이 컸지만 마지막에 산에서 만난 사냥꾼이야기에서 그 생각을 접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 그녀처럼 당돌하게 말할 용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으로 인해 혼자서 여행을 떠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녀처럼 험한 산길을 걷는 여행은 아니겠지만, 날 힘들게 하는 과거와 잡념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건강한 생각으로 가득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가 쓴 이 책만큼 두꺼운 이야기는 만들어지지 않겠지만, 내 일기장 한 켠을 채울만한 뿌듯한 이야기가 쓰여 질 것만 같다.

훗날 그녀처럼, 내가 갔던 여행길을 가족들과 함께 여행하며 그 날을 회상할 수 있는 그런 날이 꼭 왔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