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
이부키 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라 트라비아타. 춘희. 제목과 표지의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밝은 햇살 속에 푸르른 초원. 여름이 끝날 무렵의 춘희. 왠지 제목과 표지가 너무 어울려서 웃음이 났다.

 

이야기 또한 잔잔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번 쯤 꿈꾸는 사랑. 어쩌면 내 사랑은 끝났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 찾아온 사랑이다. 그저 마음 맞고 상황이 맞는 그런 만남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게 되는 그런 사랑.

가슴 한구석에 가지고 있는 아픔 때문에, 나는 더 이상 행복해지면 안 된다는 죄책감.

나이를 먹고 여자로써의 인생이 끝나간다는 생각이 들 때, 그 때 찾아온 사랑이었다.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키미코. 그녀의 친절은 테쓰지에겐 불편한 친절이었다. 하지만 테쓰지는 그러한 친절에 어딘지 모르게 어린 아이가 되어만 갔다. 어느 순간 그녀를 기다리게 되고, 그녀를 생각하게 되고.. 둘은 천천히 그렇게 서로에게 익숙해져가고, 서로의 아픔을 만져주게 되었다. 둘은 이미 커다란 상처를 안고 있는 상태였다. 마음속의 불안, 사랑하는 이와의 엇갈림. 그런 상처가 둘이 가까워지는 것을 막았다. 서로를 원하지만 지금의 행복이 계속되는 건. 과거의 누군가에게 죄를 짓는 듯 한 느낌. 그 느낌이 그녀를 막아섰다. 그 죄책감을 넘어선 후에야 그들은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용기가 없어지는 건 그런 아픔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겪었던 아픔들이 새로운 행복을 막아선다는 것. 참 가슴 아픈 일인 것 같다.

잔잔하게 사랑을 그려낸 이야기 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서 천천히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