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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방현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평점 :

조금은 기이하게 표현된 표지. 책을 처음 봤을 때 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더 눈이 가던 표지다. 네 명의 등장인물. 그런데 표지엔 셋뿐이다. 두 명의 여자와 두 명의 남자. 네 가지의 비밀은 그들 자신이고, 한 가지 거짓말은 표지에 나타나지 않은 한명을 의미하는 것일까?
“격렬한 한 순간의 깊은 교감, 그게 없다면 인간이 어떻게 살 수 있죠?
우린 항상 죽음에 노출되어 있고 서로가 완벽하게 타인이잖아요.”
책의 제일 뒷면에 적힌 글귀. 책을 읽기 전 이 글을 읽었을 때 약간의 소름이 돋았다. 항상 죽음에 노출된 타인들. 그들 사이에 교감이 있어야지 살 수 있다.. 라는 말. 이 책은 왠지 가볍게 읽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죽음을 생각하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과연 그들의 인생에서 서로에게 준 교감은 무엇일까?
마르셀. 닥터 정, 장, 마쓰코. 각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은 하나같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슬픈 과거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슬픔과 아픔을 가진 사람들.
처음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장이라는 사람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꿈속에서, 환상 속에 존재하는 이 때문에 극한 감정을 맛보는 사람이라는 느낌. 하지만 책을 점차 읽어가면서 내용이 정리되지 않기 시작했다. 이것이 거짓말인지, 저것이 거짓말인지. 꼭 친구들과 하던 도둑 찾기라는 게임과 같은 느낌. 이 말을 들으면 이것이 진짜. 저 말을 들으면 저것이 진짜.
공격성을 억누르고 피를 섞을 수 있는 것, 그것은 오직 에로티즘뿐이다.
작가의 말에서 볼 수 있듯 그들은 상상인지 사실인지 모를 관계를 맺었다. 살짝 기괴하게 느껴지던 그들의 행위에서 서로에게 더 강하게 낙인되고 싶은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쉽게 읽히지 않던 이야기. 다 읽고 책을 덮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덜 읽은 느낌이 드는 이야기. 타인과의 관계에서 더 가까워지기 위해 피를 섞을 수도 있지만, 그 일로 인해 더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야기. 많은 생각이 혼란스럽게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다. 그들도, 나도.